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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마 Sep 22. 2020

인권의 전제조건, 타자

처음 읽는 레비나스 by 콜린 데이비스, 동녘


인권을 이야기할 때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글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자체가 존재이기 때문이고, 서로를 구성하고 서로에 의해 자리매김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주체와 대상이 영원한 상호 교환을 보증하는 과정이라고 하였고, 한 마디로 ‘타자에로의 노출’이라고 하였습니다. 타자에게 노출되는 것이 주체성의 본질이고, 주체는 타자에로의 노출을 통해 존재의 상태가 됩니다.      


“타자에로의 노출은 나의 자기 됨의 근저이며, 주체성의 한 측면이 아니라 주체성의 조건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주체는 뭐고, 타자성은 무엇인지 머리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레비나스의 책은 여느 프랑스 철학자와 같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저 또한 그의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람도 아닙니다. 또 레비나스의 이론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이 목적도 아닙니다.      


앞글에서 약간 설명이 있었고, 이 글이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략 레비나스의 중요한 몇 가지 이론적 특성들을 인권과 연관 지어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레비나스는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체는 타자에 대한 주체의 노출에 의해 구성됩니다. 둘째, 자아와 인식에 집중되어있는 기존의 철학에서 벗어나 윤리성을 강조하는 타자와의 관계입니다. 이렇듯 레비나스는 주체를 이야기하는데 타자를 도입하여 타자가 더 중요한 개념임을 주장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중요성을 입증하는데 타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를 생활 속에서 적용해나가는 실천을 강조합니다.      


주체성에 있어 중요한 것은 타자입니다. 주체의 권리가 부정되지 않는 것처럼, 타자의 권리도 부정되지 않습니다. 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타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존재하고 있는데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권리가 있는데 그런 권리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차별의 시작입니다. 과거에는 있어도 없는 존재가 여성이고, 아동이며, 흑인이었습니다.      


존재하는 것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차별의 이론적 배경이라면,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이 차별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주노동자나 난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내가 가진 것과 내게 돌아오는 것을 그들이 빼앗아갈 수 있고, 궁극적으로 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입니다. 이러한 불안심리는 내 일자리와 내 복지혜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이들을 처음부터 배제하고 배척해야 한다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차별의 배경에는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자기 중심주의, 낯선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심리가 깔려있습니다. 그러나 내 인권을 위해서는 나를 가능하게 하는 낯선 타자에 대한 열린 마음과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타자의 존재가 주체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길이고, 타자성이 주체성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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