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남동생을 위하여, 그리고...
그때는 아기들이 경기를 해서 죽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전해오는 말로 '흰 봉숭아꽃에서 생기는 벌레를 잡아 들기름에 재어 두었다가, 경기할 때 먹이면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진 :네이버 이미지
그 말을 들은 나는 혹시 내 동생도 경기하면 먹이려고, 집 뒤 장독대 옆 마당에 작은 꽃밭을 만들어 흰 봉숭아와 빨강 봉숭아를 각각 6포기씩 심었다.
그러고는 매일 해뜨기 전에 일어나 봉숭아를 쳐다보며 동생 위한 벌레가 한 마리라도 자라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전해오기를 봉숭아꽃이 피기 전에 나타난 벌레라야 약이 된다고 해서 더 정성을 기울였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흰 봉숭아가 자라 꽃을 피우기 직전에 내 눈앞에 손가락 길이만 한 큰 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너무나 반갑고 놀랐던 나머지 나는 크게 소리쳤다.
"벌레가 나타났어!! 아버지! 들기름과 젓가락을 얼른 가지고 오세요~~"
나의 외치는 소리에 더 놀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들기름 병과 대나무로 손수 다듬어둔 젓가락을 가지고 헐레벌떡 달려오셨다.
"아버지가~벌레 도망가기 전에 빨리 오세요!"
나는 벌레가 도망갈까 봐 자리에 꼼짝 않고 쪼그리고 않아, 벌레를 지켜보며 목청껏 소리쳐 아버지를 재촉했다.
나중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각별히 사랑하는 둘째 딸의 외치는 소리에 마음이 너무나 바빴었다고.
흰 봉숭아꽃이 피기 전 어느 날, 아버지와 나는 들기름이 담긴 작은 병을 처마밑에 정성껏 매달아 놓았었다. 잘 풀 수 있게 매듭을 만들어서. 그런데 그 매듭을 풀 수가 없을 만큼 허둥대게 되었다고 하셨다.
결국 어머니에게
"여, 여보, 가위 좀 갖다 줘요. 이게 왜 안 풀어지지?" 어머니까지 거들고 나서야 들기름 병과 대나무젓가락을 가지고 뛰어오셨던 것이다.
아버지는 벌레를 젓가락으로 살며시 잡아 들기름 병에 쑥 집어넣으셨다.
벌레가 도망가지 않게 뚜껑을 꼭 닫아 둔 그 병은 당분간 우리 집의 보물이 되었다.
오직 동생을 위한 나의 정성 어린 극성과 부모님의 호응에 나는 뜻을 이루었고, 그날의 추억은 지금도 드라마 한 장면같이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그 후 나의 귀한 그 벌레는 건강하게 자란 내 동생 대신 내 친구의 동생이 경기를 할 때 먹였다. 그 아이는 반나절을 기절해 있다가 그 벌레로 만든 약을 먹고 살아났다.
<그 무렵의 나 - 12살에 한번 죽은 내 인생>
12살에는 큰집에 어린 사촌을 돌봐주러 갔다가 병을 얻었다.
열이 펄펄 나고 몇 시간이나 죽은 듯이 누워있더니 온몸이 싸늘해졌다고 한다.
밤이 되자 정말 죽었다고 생각한 어른들이 슬퍼하며 죽은 나를 산에 묻으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고 했다!
나는 지금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은 어머니의 기억을 기반으로 기록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