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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용 Sep 10. 2021

하이라이트 필름 VS 팀 레전드

팔꿈치 패스 아세요?

 

화이트 초콜릿 제이슨 윌리엄스


 예전에 제이슨 윌리엄스라는 NBA 선수가 있었다.

 포인트가드로 워낙 화려하고 독창적인 플레이를 많이 해 하이라이트 필름을 많이 만들어 내던 nba 선수였다. 일명 팔꿈치 패스의  주인공이라고 하면 아시려나... 백인인데도 불구하고 흑인처럼 플레이를 많이 한 그에게 흑인들조차 '화이트 초콜릿'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농구 플레이에 기상천외하다는 표현을 붙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정말 볼만하니 농구에 관심이 있는데 못 들어봤다면 그의 하이라이트 필름을 한번 찾아보시길. 그런데 여기까지 말하면 꽤나 근사한 캐리어를 보냈을 것 같지만 실상은 화려한 플레이에 비해 낮은 안정감으로 젊은 시절엔 승부처에서 그다지 중용을 받지 못했다.  정작 몇몇 팀을 거쳐 조금 얌전해진 후에 팀에 더 보탬이 돼 한번 우승을 하긴 했다. 물론 그때는 전성기 때의 인기는 이미 사라진 이후였고 화려한 플레이와는 달리 화려한 캐리어를 가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임팩트는 정말 대단했다.


마이애미 히트 레전드 우도니스 하슬렘


 그에 반해 나에겐 다른 의미로 최근 큰 임팩트를 준 NBA 선수가 있다. 마이애미 히트의 파워포워드인 우도니스 하슬렘이다.

 보통 NBA 선수의 등용문인 트래프트에서 뽑히지도 못 했고, 가장 성적이 좋았던 시즌이 평균 득점 12점에 평균 리바운드 9개 정도. 기록만 봤을 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선수다. 하지만 이 선수의 특별한 점은 다른 곳에 있다. 한 팀에서 19년 이상 뛴 5명 선수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이다.(5명 중 그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엄청난 레전드들이다.) 그리고 작년에 겨우 1경기를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8억이라는 연봉에 연장 계약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냐 하면 그가 전성기 때는 팀의 궂은일을 맡아서 하던 선수였고 그 이후로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아마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는 남자를 붙잡고 둘 중에 어느 선수를 닮고 싶냐고 물어보면 내 생각에 열에 일곱여덟은 제이슨 윌리엄스를 꼽을 거다. 꼭 많은 사람들이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동경한다는 뜻은 아니다. 농구대 링은 커녕 그물도 잡기 힘든 일반 농구 동호인들이 피지컬 상 가드의 플레이를 선호하고 따라 하려고 하는 건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거기에 내가 화려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속이고 멋진 노룩 패스를 꽂아 넣는 모습은 노력하면 될 수 있을 것 같은, 최소한 덩크처럼 아예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이목을 받는 걸 즐기는 건 남자들의 특성이 더 영향을 주는 건 아닌가 싶다.  거기에다 길거리 농구는 어느 팀이 승리했고 누가 몇 득점을 했는지보다 멋진 플레이 하나가 뒤풀이 자리에서 두고두고 회자가 된다. 내 경험상 농구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그렇다. 내가 단순한 거라고? 대부분 남자들이 다 그럴걸... 진짜다.


 그런데 이런 남자들의 특성이 육아에서도 발현이 되는 걸 봤다.

 나는 얼마 전 번아웃을 겪고 나서 육아를 하는 아빠들의 커뮤니티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대부분 아빠들의 육아는 놀이나 교육 등 뭔가 특별한 활동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에 반해 엄마들의 커뮤니티는 조금 더 일상적이면서 광범위한 아이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소소하게 이야기 나눴다.  엄마들의 커뮤니티는 어느 하나의 주제로 한정 지을 수 없을 만큼 진짜 아이와 관련된 모든 걸 다 공유하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았고 아빠들의 커뮤니티는 비교적 간단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우리 뭐하고 놀았어요!”

 “어디 다녀왔어요.”


 대부분의 아빠들이 특별한 순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거기에 영유아기에 단둘이 있는 모습은 유독 찾기 어려운 건 나만의 착각이려나.) 아마도 현실의 바쁜 직장 생활과 사회생활로 부족해진 시간과 체력이 아빠들의 육아를 한정시키는 거겠지. 그런 제약 속에서도 좋은 아빠가 되려면 일상에서 엄마가 채워줄 수 없는 특별한 순간과 하루를 만들어줘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소위 말하는 좋은 아빠의 모습을 강요하는 요즘 세상에 떠밀려 남은 힘을 짜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이런 모습들이 작은 키와 낮은 점프력 때문에 제이슨 윌리엄스를 꿈꾸도록 강요받은 것과 같았다. 애당초 그런 게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아빠는 분명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우도니스 하슬렘과 같이 오랜 시간을 아이 옆에서 잔잔히 있고 싶어 한다. 한편으로는 신나게 드리블을 하고 싶지만 큰 키와 신체조건 때문에 골밑에 있길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 기러기 아빠들이 아마도 이런 모습이겠지.


 육아에 있어서 나는 어떤가 하면 난 트위너다.  트위너는 2개 이상의 포지션을 모두 볼 수 있는 플레이어를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근사 해지만 실제로는 골밑을 지키기에는 키가 작고 그렇다고 외곽을 맡기기에는 느린 선수 같이 이도 저도 아닌 선수를 말하는데 내가 딱 그런 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일상적인 육아에도 깨작깨작 참여하고, 가끔 몸을 쓰거나 데이트 신청을 해 나름 열심히 놀아주는 날도 많긴 하다. 하지만 어느 쪽도 썩 훌륭하진 않다. 난 트위너니까. 핑계를 대자면 이것저것 다 하다 보면 살짝 지친다. 천천히 뛰는 것도 힘든데 중간중간 전력질주를 하는 건 난 불가능하다. 아마 나이를 조금 더 먹고 체력이 떨어지면 어느 한쪽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가 오겠지.


몸으로 놀아주는 건 아빠가 최고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중에 하나는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나 제이슨 윌리엄스다. 농구판에서는 제이슨 윌리엄스보다 우도니스 하슬렘이 더 대단한 선수로 오랫동안 역사에 남겠지만 육아는 그렇지 않다. 엄마들이 쎄가 빠져라 뒷바라지해도, 장난감과 아이스크림을 던져주는 아빠가 최고라고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보통 아빠들!! 명예로운 팀 레전드의 자리는 엄마들에게 양보하더라도 우리 모두 열심히 그런 빈틈을 노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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