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둘째가 집에 온 7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2달 남짓 매일 밤 내가 직접 재우고 있다. 처음에는 밤에 수유텀이 너무 짧다 보니 밤새 재우고 먹이 고를 반복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기를 거치고 배앓이도 한번 겪고 난 후라 조금 수월하게 아이를 재우고 있다. 크게 울거나 보채지 않을 뿐이지 그래도 어른처럼 후딱 잠드는 건 아니다. 오랜 아이들의 기질이나 부모의 성향에 따라 아이들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꽤 차이가 크다. 멋주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1시간 정도는 안아줘야 마음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신생아 재워보신 부모님들은 다 아시겠지만 아기들이 잠들었다고 생각되는 순간부터 최소 10~20분은 더 앉아주다 내려놔야 후회가 없다. 괜한 욕심에 서둘려 내려놓다 아이가 짐에서 깨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도르마무!! 간혹 그 잠깐이 수면으로 아이가 급속 충전이라도 되면 처음 재우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어쨌든 아이가 어느 두 팔로 안아 잠이 들 때까지 몇십 분을 엉덩이를 토닥거려주다 보면 이런저런 잡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템들이 있다. 아이를 재울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스파이더 맨에 나오는 닥터 옥토퍼스다. 닥터 옥토퍼스는 강력하고 긴 기계팔 4개를 가지고 있는 천재 악당이다. 그의 천재성은 육아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지만 기계 팔은 너무 탐난다. 두 팔로 아이를 안고 있는데 입에 물린 공갈 젖꼭지가 빠지려 할 때라던가, 아니면 아이가 반쯤 잠들었을 때 스마트폰을 보고 싶은데 손을 빼면 아이가 깰 것 같다던가 하는 상황이면 팔 하나가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길 팔이라면 첫째가 칭얼거릴 때 첫째를 안아주면서 둘째 바운서를 흔들어줄 수도 있겠지... 이 외에도 팔이 더 있었으면 하는 순간은 정말 많다. 4개까지는 필요 없더라고 한 개 정도만 기계 팔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물론 아이가 빨리 잠들게 하는 발명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건 이미 수면제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다만 아이에게 그걸 쓰기란 쉽지 않겠죠...?)
그리고 아이와 있을 때면 꼭 한 가지 있었으면 하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스마트글래스.
아이들을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은 아쉬운 환상적인 순간들이 너무 많다. 배냇짓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는 미소, 종종 보이는 이상한(??) 표정들, 그리고 장난기와 애교 넘치는 몸짓 등을 예상치 못하게 마주치곤 한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큰 소리로 불러 빨리 와서 보라고 하거나, 혼자 있다면 급하게 스마트 폰을 꺼내 동영상으로 담아보려 하지만 내가 마주치는 아름다운 순간들 중 기록으로 남기거나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 순간은 채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아이와의 모든 시간을 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내가 보는 건 모두 다 저장할 수 있는 안경이나 렌즈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너무 이것저것 다 담아 놓으면 소중함이 조금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필름 카메라로 특별한 날에 마음먹고 사진을 찍던 시절과 아무 때나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 지금을 비교해볼 때, 지금 스마트폰 속의 사진들이 사진관에서 찾아온 사진 한 장 한 장보다 더 값어치가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많아도 과하지 않고, 아무리 흔해도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는 법이니까.
이렇게 두 가지 물건 중 실제로 육아에 도움이 되는 건 아마 기계팔일 듯하다. 그만큼 팔 하나가 아쉬운 순간이 많다. 그리고 위험한 순간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이런 상용화가 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궁주나 멋 주가 커서 아이를 낳을 때쯤이면 상용화가 됐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얼마 전 페이스북과 레이밴에서 스마트 선글라스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봤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쓴 건 아니다. 내 당근 마켓 속 최근 검색어에 레이밴 선글라스가 있는 건 정말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