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ama Mar 09. 2019

#99. 정말 '공복 유산소'가 답일까?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그 이름


   신념은 중요하다. 비록 지금 가지고 있는 신념이 다수의 기준과 다르다 하더라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념은 '정체성의 척추'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신념은 나를 나답게 유지시켜 준다. 남들의 나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은 신념 덕이다.


    렌즈의 컬러처럼 신념을 통해 가치관이나 정체성의 색이 표현된다. 그래서 누군가의 신념을 건드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좋아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 신념이 잘못된 것이여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여러 이유 중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이유로 '체지방 제거'를 든다. 흔히 체지방이 많은 이유는 '많이 먹어서'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이다. 체지방이 과도한 사람들은 자주, 많이 먹는다.


    자주도, 많이도 먹지 않는데 체지방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그것은 나쁜 음식을 먹어서다. 인공당이나 트랜스 지방과 같은 나쁜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자주도, 많이도, 나쁜 음식을 먹지도 않는데 체지방이 과도한 경우도 있다. 그건 원래 그런 것이다. 그 몸엔 그 정도 체지방이 적정한 것이다.


    원시 시대엔 이런 사람들이 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후손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체지방이 있는 건 정상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지방을 줄이고 싶다면 줄일 수 있다. 다만 조금 힘이 들뿐이다.




    우리는 자주, 많이 먹으면서도 그리고 가끔씩 나쁜 음식을 먹으면서도 낮은 체지방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운동으로 빠르게 많은 체지방을 잃기를 바란다.


    그래서 먹는 것도, 운동도 체지방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 집중된다. 모든 식이나 운동의 목적은 체지방을 제거하는 것이다. 체지방이 왜 쌓이는지, 왜 있어야 하는지 보다도, 있는 것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에만 몰두한다.


    그러다가 발견한 방법이 'LCHF 식이법'이다. 이른바 '저탄고지'. 기아에 대처하는 몸의 프로세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몸 안에 탄수화물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지방이 쓰인다는 점을 이용한다. 인위적인 비상사태를 유지시켜서 체지방을 제거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비상 상황을 단탄지의 섭취 비율과 클린한 식재료로 유지하는 것이 LCHF 식이법이다.


    그러나 몸의 입장에서 보면 탄수화물이 고갈되는 것도 비상사태지만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은 더 큰 비상사태다. 왜냐하면 체지방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체지방마저 잃으면 그다음은 죽음뿐이다. 그래서 몸은 체지방 손실에 대응을 한다. 이점이 LCHF 식이법의 한계다.


    이런 LCHF 식이법도 쉬운 게 아니다. 다른 다이어트법처럼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실천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보다 쉬운 방법을 찾는 사람들은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일주일에 몇 번, 간헐적으로 단식을 하는 것이다. 원리는 같다. 기아에 대한 몸의 대처를 활용하는 것이다. 몸 안의 탄수화물을 모두 소진시켜서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몸을 만든다는 것이 '간헐적 단식'의 원리다.


    같은 원리를 활용하는 운동법도 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인 '공복 유산소'다. LCHF식이나 간헐적 단식과 원리는 같다. 밤새 몸 안의 탄수화물이 소진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에너지를 섭취하지 않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 몸은 탄수화물 대신에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해서 체지방이 빠진다는 원리다.


    LCHF식이나 간헐적 단식이나 공복 유산소의 핵심은 '인슐린'이다. 탄수화물을 소진시켜 인슐린 수치를 낮게 하고, 그 상태에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해서 체지방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인슐린이 잉여 에너지를 몸에 쌓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안다면 공복 유산소는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란 생각이 들것이다.


    원시의 몸이 겪었을 그래서 우리의 유전자에 남아 있는 기아에 대한 공포와 기아 환경에 대한 적응을 이해한다면 역시 공복 유산소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란 생각이 들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LCHF 식이와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공복 유산소를 한다. 원리가 같은 두 가지 방법을 콤비네이션 하여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다.


    LCHF식이와 간헐적 단식으로 몸 안의 탄수화물을 소진시키고, 공복 유산소로는 체지방을 에너지화하여 없애버리면 아주 쿵작이 잘 맞는 환상의 조합인 셈이다.


    체지방을 제거하기 위해서 최고의 조합 아닌가? 이상한 맛의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장비를 몸에 붙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천을 할 수 만 있다면 체지방이 엄청 빠질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인마다 같은 상황에도 대처하는 기전이 모두 다르다. 우리 몸은 생각하는 것보다 정교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모두가 다 LCHF식이를 하고, 간헐적 단식을 하고, 공복 유산소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밤새 탄수화물이 소진된 공복 상태에서 유산소를 해주면 정말로 체지방이 타서 없어지는 것일까? 이론 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신진대사는 그렇게 이론적이고 단순하며 1차원적이지 않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변수 상황에서 이뤄진다.


    우리 몸의 지방과 탄수화물은 항상 없어지고, 쌓이고 한다. 우리 몸은 그 과정을 다양한 요인에 따라서 조절한다. 단순히 먹고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인 요인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운동하는 동안에 탄수화물을 더 많이 태우게 되면, 운동 후엔 지방을 더 많이 연소한다. 반대로 운동 중에 지방을 더 많이 태우게 되면, 운동 후엔 탄수화물을 더 많이 연소한다.


    그래서 공복 유산소로 운동 시간 동안 체지방을 태우면 남은 시간 동안에는 더 이상 체지방을 에너지로 쓰지 않는다. 그래서 공복 유산소를 하게 되면 '애프터 번 효과'라고 부르는 EPOC(Excess post-exercise oxygen consumption)의 효율이 나빠진다.


    실제로 EPOC 즉 애프터 번 효과는 먹고 운동을 했을 때가 공복 유산소를 했을 때 보다 더 많이 증가한다.(Body composition changes associated with fasted versus non-fasted aerobic exercise ;  2014 년 11 월 18 일)


    우리 몸은 지금 당장만 살지 않는다. 우리 몸의 신진대사는 몇 분,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을 하나의 사이클로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운동을 하는 시간 동안에 하루 종일 태울 체지방을 태우면 되지 않겠냐'라고 하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다.


    실제로 공복 유산소는 공복이 아닌 상태의 유산소보다 지방 이용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바로 '매우 낮은 강도의 운동'에서만 그렇다.


    강도를 높이면 효과가 더 좋을까? 그러면서 그렇지 않다. 강도를 높이면 체지방이 더 많이 분해가 되는 것은 맞다. 문제는 너무 빨리 분해된 지방산을 우리 몸에 에너지로 다 쓰질 못한다. 그래서 혈액 속을 떠돌다가 트리글리세라이드로 변환되어 결국은 다시 지방세포로 돌아가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연구 결과 느린 걷기와 같은 낮은 강도의 운동으로 공복 유산소의 효과를 보려면 9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90분까지는 공복과 공복이 아닌 것의 차이가 없다. 90분 이상부터 공복의 효과가 생긴다. (Horowitz JF, Mora-Rodriguez R, Byerley LO,and Coyle EF. Substrate metabolism when subjects are fed carbohydrate during exercise. Am J Physiol 276(5 Pt 1): E828-E835, 1999.)


    운동 강도를 높이면 되지 않냐고? 아니라고! 에너지로 쓰일 만큼 체지방을 분해하려면 저강도 운동이여야 한다. 90분 이하로 운동을 할꺼면 굳이 공복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ok?


    또 한 가지. 많은 연구에서 공복 유산소가 더 많은 지방을 연소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더 많이 하긴 하지만 그 절대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곤 공복 유산소가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코멘트가 따라붙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잠이 깬 상태에서는 코티솔 농도가 높다. 코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부르는데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분비된다. 스트레스를 견뎌서 생존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낮아져도 분비된다. 낮아진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코티솔이 한다.  


    그래서 체내 포도당이 거의 소진된 아침에 코티솔 농도가 높은 것이다. 가기 싫은 회사에 가야 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높아지기도 할 것이다.


    그럼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낮을 때 코티솔이 분비되면 어찌 될까? 코티솔의 역할은 혈액 내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코티솔은 혈당을 높이기 위해서 근육과 지방으로부터 포도당을 만들어 낸다. 즉 코티솔은 어렵게 만든 근육을 분해해서 탄수화물의 효과를 낸다.


    그런데 아침에 공복 유산소 운동을 하면 낮아진 혈당으로 높아진 코티솔에, 장시간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이 '아~ 혈당이 낮으니까 열심히 지방만 분해해야지!'라고 할까? 안타깝게도 근육이라는 아주 좋은 저장소도 같이 턴다.




    즉, 공복 유산소가 효과를 보려면 공복 상태에서 아주 낮은 강도로 90분 이상의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 체지방이 소모된다. 물론 근육도 같이 손실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지방 소모가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솔루션인 것이다.


    하지만 공복 유산소를 실천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실천의 장애 요인이 보인다. 왜냐면 우리는 팔팔한 20대도 아니고, 꾸준히 운동을 해오던 30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출퇴근과 장보기로 쉽사리 지쳐버리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분명한 방해 요인이다.


    우선 아침에 배고픔을 참고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온 사람이거나, 체력이 좋은 20~30대는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몸에 변화가 오는 40대 이후 거나, 이전에 운동을 한 적이 없거나, 원래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문제다. 공복 상태면 아침시간인데 아침에 2시간을 걷고 있는 게 쉽지는 않다. 직장이 코 앞이거나, 직장 내에 운동 시설과 식당이 구비되어 있거나, 아침에 챙겨야 할 식구가 없거나 하지 않는다면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기 쉽다. 이런 걸 다 떠나고서라도 아침잠 2시간을 포기해야 하는 게 젤로 어렵다. 꼭 2시간을 해야하냐고? 강도를 높이거나 시간을 짧게 할꺼면 굳이 공복 유산소가 아니여도 된다는 말이다. ok?


    엄청난 의지력으로 했다 치자. 아침에 공복으로 2시간을 걸었다 치자. 그리고 나면 '애프터 번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우리에게 16시간 이상의 눈 뜨고 보내야 할 시간이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되면 실천을 지속할 동기가 상실된다.


    문제는 또 있다. 이렇게 실천이 힘든 공복 유산소를 하게 되면 운동 후에 폭식이 찾아올 수도 있다. 허기는 더 심해지고, 장시간 운동으로 피곤함까지 느끼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강한 보상을 원한다.


    문제는 아직도 남았다. 진짜 공복 인지도 매우 중요하다. 전날 회식을 했거나, 늦게까지 치맥을 했다면 아침에도 공복 상태가 아닐 수 있다. 위가 비었다고 공복이 아닌 것이다. 혈중 포도당 수치가 바닥이 나야 공복 상태인 것이다. 포도당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체지방은 소모되지 않는다.

    



    공복 유산소의 가장 큰 효과는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뿐이다. '나 공복 유산소 하는 사람이야!'같은 것 말이다.


    공복 유산소를 했다고 하면 뭔가 대단한 사람 같은 느낌적이 느낌은 확실히 있다. 실제 공복 유산소는 효과 여부를 떠나서 실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나의 모습이 타고난 것이 아니고,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표현으로 '공복 유산소'는 적당한 느낌이다. LCHF나 간헐적 단식은 좀 과한 느낌이 있는 반면 '공복 유산소'는 뭔가 정신력과 체력의 조화로운 완벽함이 있다.




    우리 몸은 다 다르다. 그래서 공복 유산소가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없다. 나에게 맞거나, 맞지 않거나만 있을 뿐이다.


    공복 유산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취향과 선호가 많이 좌우한다.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을 비롯하여 본인의 환경이나 스케줄 등과도 관련이 깊다.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과학적 현실과 개별적 상황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복 유산소는 탄수화물 대신에 지방을 태울 수 있다'와 같은 과학적 현실의 단면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우리 개별의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리고 한 가지 명확한 것은 공복 유산소가 몸을 예쁘게 만드는 목표를 빠르게 해주는 것에 있어 다른 방법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예쁜 몸을 만드는 데 있어 쉽고 빠른 방법은 없다. 체지방은 우리 몸이 꼭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이고, 근육은 그 생성 과정이 매우 지루하고 까다롭다.


    그래서 근육을 만들고, 체지방을 빼서 그 근육을 보여지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쉽지 않기 때문에 약물에 의존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운동을 하는 진짜 목적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것은 삶을 활기차게 즐기며 살기 위해서이다. 어떤 경우는 살아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건 우리의 목적은 삶을 살아내는 체력을 갖는 것이다.


    예쁜 몸은 그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온다. 그게 또 동기부여가 돼서 실천을 지속하게 해 준다.


    먹는 게 삶의 낙인 분들은 먹기 위해 운동을 한다. 여행이 삶의 낙인 분들은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체력을 갖기 위해 운동을 한다. 밤고구마 같이 뻑뻑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도 체력은 필요하다.


    어떻게 가질 수 있냐고? 그저 실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다양한 방법 중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 방법 중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특별하게 더 빠른 방법도, 더 나은 방법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뿐이다.


    그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낯 뜨거운 통찰이 있지 않고는 알아볼 수 없고,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시행착오를 겪고서도 못 찾을 수도 있으니 참 쉬운 일은 아니다.


    공복 유산소던, 만복 유산소던 할 수 있으면 하자. 그게 내 신념에 부합하는 일이면 더 좋다. 하지만 굳이 내 스타일이 아닌데 꾸역꾸역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누만예몸]의 과정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다. 그거 아니다. 자기 걸 해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


* 공감, 댓글, 질문 등은 항상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98. 절대 하면 안 되는 '최악'의 운동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