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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y 02. 2019

#107. 스트레스받는다고 더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노동자의 날 기념 포스팅! 불쌍한 노동자들.


    알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떠나버린 버스는 절대 후진을 하지 않는다. 떠나버린 사람도 그렇다.


    뱉은 말도, 써버린 돈도, 먹어버린 음식도 그렇다.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이유는 풍성하다. 버스를 놓친 이유도, 사람을 잃은 이유도, 그 말을 뱉은 이유도, 돈을 쓴 이유도, 그걸 먹은 이유도 있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일 뿐이다.




    우린 살이 찐다. 이미 쪘을 수도 있고 찌고 있을 수도 있다. 


    왜 살이 찔까? 우린 그 이유를 안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많이 먹을까? 어쩔 수 없기 때문인가? 에너지가 부족해서인가? 적어도 그런 것 같진 않다.


    그렇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수면장애를 가져온다. 수면장애는 생체리듬을 붕괴시킨다. 붕괴된 생체리듬은 혈당 장애를 야기한다.


    이게 스트레스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악순환의 패턴이다. 당연히 뇌피셜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후 혈당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는데 평소보다 6배나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왜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전투 모드에 돌입한다. 


    전투 시에는 체내 혈당이 유지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러니 포도당을 혈액으로 내보내서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지 실제로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혈액 속에 있는 포도당을 잡으러 인슐린이 나오고, 인슐린은 포도당을 잡아다 지방으로 가둔다. 그래서 우리가 살이 찐다.


    이때 인슐린 증가와 혈당 저하는 다시 허기를 불러온다. 빨리 허기를 채우고 싶어 진다. 그래서 빠른 사용이 가능한 당분과 탄수화물을 찾게 되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포식자에게 밤새 쫓긴다고 생각해 보라.


    잠을 절대 잘 수 없을뿐더러 밤새 전투 모드 상태로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는 뇌를 과민하게 만들고 생각이 꺼지지 않게 한다. 그래야 포식자에 쫓기는 동안 생존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결국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로 일어나는 일과 다를 바가 없게 우리 몸에 구현된다.


    수면이 부족하면 평균적으로 평소보다 20%를 더 먹게 된다고 한다. 뭘 먹을까? 맞다. 당과 탄수화물을 더 먹게 된다.




    왜 더 먹게 될까?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왤까?


    이는 아드레날린과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이들 호르몬을 호출한다. 


    안타깝게도 뱃살에는 코티솔 수용체가 풍부하다.


    즉 스트레스는 뱃살을 만들고, 뱃살은 스트레스의 악순환을 돕는 셈이다. 


    적당한 뱃살은 식스팩보다 섹시하고 건강하다. 하지만 과도해지면 각종 염증을 유발하는 원천이 된다.

    



    이것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망가뜨린다. 


    그래서 뇌는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 심지어는 마음만 먹은 일에 대한 보상도 원한다.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과 '스스로 만들지 않은' 편안한 식사를 찾게 한다. 



    

    업무 스트레스, 관계 스트레스, 출퇴근 스트레스가 최고치에 다다르는 오후 6시 이후에 그냥 집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은 새로운 노동의 장소일 뿐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완벽한 휴식은 있기는 할까 돈으로 시간과 다른 이의 노동을 샀을 때뿐이다. 어쩜 이게 돈 버는 이유 일지도. 넘나 자본주의스럽다. 


    그래서 그 시간이 되면 특정하게 지정한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이건 스트레스 반응이다. 배가 고프다면 뭐든 먹고 싶은 게 정상이다.


    결국 남이 요리한 음식을 잔뜩 먹고 집에 가서 쓰러지게 된다. 누워서 TV와 SNS로 현실의 나를 잊으며 내일이 오는 것을 막아본다.


    하지만 의무감에 잠을 청해야 하고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잠이 들었나 싶어 눈을 뜨면 빠듯한 아침의 알람 소리가 반겨준다. 


    그리고 무한 반복.




    '감정적 식습관'의 문제는 끼니마다 밥을 두 공기씩 먹는 것이 아니다. 식사량은 오히려 줄인다.


    그리고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간식과 주전부리가 늘어난다. 


    허리띠 풀어놓고 먹는 특별식의 비중도 올라간다. 술과 음료도 다양하게 많이 마신다.


    감정적 식습관은 소비를 통한 망각과 사소한 본능이 결합해서 나타난다. 




    뇌피셜 아니냐고? 이런 의심에 익숙하다.


    아니다!


    2019년 4월 25일 'Cell Metabolism 저널'에 발표된 'Comfort food leads to more weight gain during stress'라는 가장 최신의 연구를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도 스트레스 환경에서 먹게 되면 훨씬 빨리 비만해진다는 것이다. 


    이유는 NPY JYP 아님 라 불리는 신경 펩타이드 Y라는 분자가 스트레스와 반응하여 살이 찌게 한다는 것이다.  NPY가 없을 경우엔 스트레스와 체중 증가가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 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도 혈중 인슐린 수치가 올라간다. 이때 스트레스를 푼다고 고칼로리 음식을 먹게 되면 인슐린 수치가 정상치의 10배로 상승한다. 


    스트레스로 시작되는 감정적 식습관은 우리 몸에 훨씬 안 좋다. 


    '맛있게 먹으면 제로 칼로리'는 아니지만 '열받아 먹으면 만 칼로리'는 맞는 말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여행 가서 열라 먹지만 먹는 것 대비 살이 덜 찌는 건 분명 스트레스와 관련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나쁜 음식을 먹게 해서 살이 찌게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가설이다. 


    여기 재미있는 새로운 가설도 있다. 


    18년 4월에 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스탠퍼드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만성적 스트레스가 새로운 지방 세포의 형성 속도를 빠르게 한다고 한다.


    이유는 만성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글루코 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오랫동안 정상 수치를 초과하게 되면 지방 세포가 생기더란다.


    재밌는 건 짧은 단기적인 스트레스에 의해서 짧은 시간 호르몬이 급등, 급락하는 것은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즉, 우리 몸은 호르몬의 단기 변동은 무시하도록 고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정 시간 이내의 변동은 무시해야 생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고통에 대한 역치가 있듯이 호르몬에 대해서도 '시간적 역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호르몬 변동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이 연구는 '음식 섭취량'이 문제가 아니라 '섭취 타이밍'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저녁과 밤에도 스트레스가 남아 있다면 문제라는 의미다. 


    '저녁'과 '밤'에 행해지는 '감정적 식습관'이 안 좋을 수 있는 이유다.



    

    결국 핵심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돈을 벌면서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털고, 받고, 털고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먹는 거라고요!!"


    정말 먹는 걸로 스트레스가 해소가 될까?


    신시내티 대학의 2010년 연구에 의하면 '맛'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고 한다. 


    비록 쥐 실험 결과이긴 하지만 맛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먹은 쥐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의 양이 적었다. 


    쥐가 먹게 하지 않고 위장에 직접 투여를 했을 때는 대조군과 실험군의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 결과는 맛있는 음식이 뇌의 중앙 보상 회로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있는 음식은 쾌락이고, 모든 종류의 쾌락은 비슷한 효과가 있다.


    먹는 것은 가장 간단한 보상책이다. '감정적 식습관'이란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경험한 쾌락의 역치는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그래서 더 강한 쾌락을 원하게 된다. 


    모든 뚱뚱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우린 모두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다른 방법을 쓴다. 


    누군가는 매일 밤 두 캔의 맥주로 스트레스를 푼다. 누군가는 매일 밤 두 시간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누군가는 매일 밤 셰프의 요리를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누군가는 매일 밤 두 시간씩 집사 노릇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몸이 반응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알고, 개개인의 감정 처리 프로세스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면 각자의 방법이 옳다.


    문제는 몸의 반응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때다.



    

    스트레스는 확실히 몸과 맘을 망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나쁜 음식은 더 나쁘게 작용한다.


    그것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라면 더욱 안 좋다. 


    스트레스는 몸이 쉽게 유혹에 빠지게 만든다. 뇌가 더욱 강한 보상을 원하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쉬운 쾌감'인 먹는 것으로 귀결된다. 


    감정을 먹는 것과 연결시키는 것은 확실하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낮에는 스트레스받을 수 있다. 그나마 낮에 받는 스트레스는 낫다. 그럴 수 있다 치자.


    단, 몸과 마음이 릴랙스 해야 하는 저녁 이후 시간에는 최대한 스트레스에서 멀어져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데 그게 먹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니면 더 좋겠다.


    말했다시피 쾌락으로 스트레스를 덮기 위해선 쾌락의 강도를 계속해서 높여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하다. 


    결국 하다 하다 김*의, 정*영, 승*리, 버*썬 꼴이 난다.


    맛있는 걸 잔뜩 먹는 것보단 휴식에 집중을 해야 한다.


    수면으로 귀결되는 휴식을 위해 적당히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스쾃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더욱 상승한다. 그럴 때는 공놀이도 좋다. 


    테니스, 배드민턴, 볼링, 당구, 골프 같은 것들이 좋다. 


    운동신경이 잼병이어서 배우는 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치면 산책이 짱이다.


    그리고 일찍 푹 자는 게 중요하다. 


    잠은 낮에도 자면 좋다. 커피 대신 20분간의 낮잠도 보약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장 중요한 건 마음먹기다. 


    흔히 오만가지 생각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는 실제로는 하루에 6만여 가지 생각을 한다. 


    이런 수많은 생각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가혹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거둬들여야 한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남들도 다 그렇다. 내가 힘든 건 남들도 힘들다. 그중 내가 낫다. 이런 생각 말이다. 

           

    남이 주는 스트레스는 내 문제가 아니라서 빠져나오기가 쉽다. 하지만 스스로가 주는 스트레스는 외면이 어렵다. 

    



    누군가에게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무한 반복적인 생활 패턴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무책임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받은 스트레스는 잘 풀어라라는 말은 허울조차 안 좋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어떻게 식욕과 연결되어 우리 몸에 지방을 쌓는지 알아야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스트레스가 있을 때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특히나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을 많이 망가뜨려 악순환을 공고히 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뇌의 보상 시스템이 망가지고 좋은 음식으로만 벗어 날 수 없음도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은 특정한 개인에게만 생기는 일은 아니다. 누구나 다 같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고 인간이 살고 있는 시스템의 문제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보단 저녁이 있는 삶과 노동 시간 단축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생산성이 경쟁과 노동 시간에 있지 않음은 이미 밝혀진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나라의 착한 노동자들은 '제 탓'을 많이 한다. 


    스스로의 능력과 근면하지 못함을 탓한다.


    물론 그런 사람 곁에서 무임승차를 하는 사람도 있고, 마름이 되어 다른 노동자를 탓하는 사람도 있다.


    노동 경력이 많은 노동자는 노동 경력이 짧은 노동자를 탓한다.


    완장이 있는 노동자는 완장이 없는 노동자를 탓한다.


    탓이 스스로에게 오지 않도록 열심히 다른 사람을 탓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제 탓도 하고, 남 탓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모든 분야에서의 파편화는 가진 자들의 주된 무기다. 


    이런 것들을 인지하고 본인에게 관대해지자. 짧은 스트레스는 받아주지만, 긴 스트레스는 받지 말자.


    이미 자신에게 충분히 관대한 사람들은 더 관대해질 필요는 없다. 남들도 좀 살게 돕자!


    돕는다는 말이 오늘따라 참 아름답게 보인다.




    그 옛날 그들은 왜 5월 1일에 파업 집회를 했을까?    


    '메이데이' 다음 날이 너무도 푸르고 맑아 슬플 지경이다. 


    모두가 스트레스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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