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 보면 완전무결하게 살 수만은 없다.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살기도 하며,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삶 속에서의 이러한 선택은 '미필적 고의'의 '필적 결과물' 같은 것이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하지 않나.
가능성에 대한 인지는 좋은 방향으로는 성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나쁜 방향으로는 불길한 예감의 실현을 가져다준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상처들이 생긴다. 상처는 통증과 염증을 동반하고 긴 치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을 잊기 위한 또 다른 선택. 그 선택 역시 미필적 고의의 필연적 결과로 새로운 상처를 얻는다.
인생은 그렇게 반복하며 각자만의 완성형을 향해 간다. 오늘만 사는 사람, 내일만 사는 사람, 오늘도 사는 사람, 내일도 사는 사람 등 다양하다. 어쨌든 모든 삶은 나아갈수록 나아진다.
모두 새로운 상처와 염증을 안고 있지만 익숙해지거나 극복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런 상처투성이의 삶의 수준이 현실적 수준의 완전무결한 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염증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몸은 수시로 상처가 나고 그걸 수시로 수리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기능은 약화된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들이 부대끼기 시작한다. 상처도 잦고, 치유는 늦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도 변화가 감지된다.
혼자만이 느끼는 '불길한 예감'들은 건강검진 결과표나 뜻하지 않은 병치레로 발견된다. 그러면서도 멈출 수 없는 우리의 행동양식들.
나이는 들어 몸의 기능은 떨어지지만, 행동 양식은 20대 때 그대로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하지만 몸의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행동들. '미필적 고의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우리 몸은 염증으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염증들은 무엇이고 왜 생기는지 알아보자.
<염증은 무엇인가?>
염증의 한자는 炎症으로 몸에 불꽃처럼 열이 나는 증상이란 의미다. 영어인 inflammation도 역시 in+flame으로 몸에 열이 오르다는 의미에서 염증을 뜻하게 되었다.
염증이란 '자극'에 대한 신체의 면역 체계의 '반응'이다. 몸이 스스로 치유를 하려는 시도이며, 감염이나 부상, 독소와 같이 해를 끼치는 것들에 대항하여 싸우는 우리 몸의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염증은 우리 몸이 어떤 자극으로부터 침입을 받았다는 신호이면서, 우리 몸이 건강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대부분 염증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실제로는 면역 감시 및 신체 방어를 위해서 어느 정도는 필수적이다.
이처럼 무언가가 세포를 손상시키면 몸은 면역계의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을 방출한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유기체에 감염되지 않도록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물론 꼭 외부의 침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가면역질환의 경우는 신체의 정상적인 면역 시스템이 자체 조직을 손상 시키기도 한다.
<염증의 증상은 무엇인가?>
면역 시스템은 염증 부위에 항체와 각종 전달물질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혈류도 증가시킨다. 그래서 홍조와 발열이 생긴다.
화학 물질 중 일부는 염증 조직으로 누출되어 부종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보호 과정은 신경을 자극하고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염증은 벌겋고, 뜨겁고, 부푼 상태로 통증과 함께 나타난다.
급성 염증의 경우는 홍조와 발열, 부종과 같은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만성 염증의 증상은 눈치게임처럼 미묘하다.
만성 염증은 피로, 무기력, 두통, 발열, 구강염증, 식욕 감퇴, 근육 경직, 발진, 복통, 가슴 통증 등 다양한 형태와 강도로 수개월 또는 그 이상 지속된다.
염증에는 5가지 주요한 징후가 있다. 1. 통증 2. 발열 3. 홍조 4. 종창(곪는 것) 5. 기능 상실이 바로 그것이다.
통증은 신경 종말을 자극하는 염증성 화물 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급성이건 만성이건 같다.
발열이 나는 것은 염증 부위에 더 많은 혈액이 흐르기 때문이다.
홍조 역시 더 많은 혈액 때문에 붉게 보인다.
종창은 조직 내 체액이 축적되어 나타난다.
관절이나 호흡기의 경우는 염증에 의해 움직임이나 호흡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되는 기능 상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염증의 원인은 무엇인가?>
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상해나 감염 같은 것에서부터 산업 화학 물질이나 공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흡연, 음주, 비만, 식습관 같은 생활양식이나 스트레스도 염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염증의 원인이 '무엇 때문이다!'라고 콕 집어서 단정 할 순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염증은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그런데 이 자극이 단순한 물리적 자극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이 언제나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정의하는 자극은 매우 방어적이고 민감하며 광범위하다.
몸의 입장에서 자극은 이질적이고, 익숙하지 않고,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래서 염증은 스펙트럼이 넓다. 열 한 번 오르고 낫는 경우도 있지만,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또 염증의 원인은 원인 요소들끼리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단독 원인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인과관계가 되었건, 트리거가 되었건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는 음식 선택에 영향을 준다. 결국 해로운 음식을 먹게 되고 염증이 발생한다. 우울해지고 또 먹고 마시고 하다 보면 비만해진다. 그럼 또 스트레스를 받고 또 먹고 마시게 된다.
실전에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고, 예기치 못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염증 유발 요소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더 크고 많은 염증을 만들어 낸다.
'어라? 이거 살찌고 운동 안 하게 되는 루틴이랑 똑같네!'
맞다. 염증의 원인은 우리를 건강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과 매우 닮아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스트레스를 받고, 살이 찌고(빠지고), 운동을 못하게 되고, 우울해지고,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루틴과 닮았다.
먹고 마시는 일, 쉬고 움직이는 일, 기쁘고 화나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모두 영육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또 염증 반응으로 나타나는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건강해지는 것과 살 빼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놓고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염증의 원인은 과정에 대한 언급인 셈이다. 그러니 이 둘이 다르려야 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건강을 해치는 또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중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원인은 굳이 다시 언급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런 정신적 자극들은 몸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다른 원인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나쁜 것을 먹게 하고, 나태하게 만들고, 스스로 죄책감에 빠지게 한다.
이것이 몇 사이클만 돌게 되면 염증 반응이라는 물리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그때부턴 운동 습관, 생활 습관, 식습관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어디선가 고리를 하나 끊어야 한다. 악순환의 사슬을 끊지 않으면 어디가 시작인지도 알 수 없게 계속해서 루틴들이 반복된다.
울트라 초긍정적 자세로 언제든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습관을 바꿀 수 있는 초인적인 의지력이 있거나, 아니면 스트레스가 '맛있게 먹으면 0kcal'라고 할 때 외면할 수 있는 자제력이 있거나, 그도 아니면 뭐가 어떻게 되던 하루에 1~2시간은 땀을 흘릴 수 있는 꾸준한 실천력이 있다면 언제든 악순환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말로는 쉬운 것들이다.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과 사정이 다르고, 가치관과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초인적 의지나 성인급 자제력이나 프로급 실천력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의지 조차 타고나는 면이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결국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으로 고리를 끊을 수밖에 없다.
'소오름!!!'
그렇다. 결국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과 같은 것이다. 염증을 막는 방법은 곧 우리가 건강해지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은 건강해지면 빠지고, 최적의 상태가 되면 유지가 된다.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30세 전후의, 어플과 필터가 동원된, 선정적 이미지에 선동되지만 않는다면 적당한 살은 건강에 필수적 요소임을 알게 된다. 심지어는 그 살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찾아온다.
결국 염증 없는 건강한 몸을 위해서 무엇이 나쁜지를 명확하게 알아야겠다.
<건강에 해로운 걸 먹으면 어떻게 염증이 생길까?>
무언가를 먹었을 때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염증의 징후와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양과 전문성이 매우 많고 높아 자세한 메커니즘은 숙지할 수 없었다. 각자 열심히 노력해서 의대 본과에 가서 배우시길 권해 드린다.
어차피 의대에서 배우는 것도 인체가 가진 신비의 아주 일부일 것이다. 이 작은 우주를 어찌 인간이 모두 알겠는가?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핵심적인 것만 이해를 하고 넘어가도 50보 정도에 해당한다고 우리 맘대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우리 몸은 해로운 음식을 '자극'으로 받아 드린다. 무언가를 먹었는데 그게 과도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자극이 되고, 독소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특정 음식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그 음식이 어떤 특정한 '염증성 메신저'를 호출하기도 한다.
클린 할 뿐만 아니라 정교하고 예민한 시스템에, 더럽고 투박한 낯선 것들이, 시스템의 수많은 통로 안을, 좌충우돌하고 다니는 셈이다.
그럼 우리 몸은 그 침입자를 잡기 위해 특공대와, 부서진 통로를 수리하는 공병대와, 더럽혀진 길을 닦는 환경미화 부대를 출동시킨다. 총 비상사태의 발령.
아주 아주 아주 단순화시킨다면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 전 과정은 다 알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하다고 한다.
<어떤 음식이 염증을 유발하는가?>
매우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단락에 이르렀다. 우리 삶의 큰 즐거움이며 기쁨이고 쾌락이며 원동력인 식도락.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수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한 결과의 공통된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좀 제대로 알고 먹을 필요가 있겠다.
무엇을 먹으면 염증이 생기는가? 첫 번째는 자당(사탕수수당, 백설탕, 테이블 슈가)과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이다.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가공된 설탕은 '사이토 카인'이라는 염증 유도 물질의 방출을 유발한다고 한다.
사이토 카인은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다. 원래는 여러 가지 제 기능을 하는 친구지만, 설탕으로 유도되어 염증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 식의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못 먹을 것을 먹는 게 아니라, 과하고 빈번하게 먹어서 나쁜 영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심지어 과도한 당은 오메가 3의 효과를 낮춘다고 하니, 비싼 오메가 3 먹고 디저트로 효과를 망가뜨려온 지난날의 내 돈이 아까울 따름이다.
나쁜 음식의 대명사 트랜스 지방도 염증을 만들어 낸다. 건강에는 1도 도움이 안 되는 그런 존재로, 최근의 지구 빌런으로 등극 중인 아베와 같은 존재다.
워낙 자주, 많이 등장하는 가공식품계의 빌런인지라 어디에 들었는지도 다 아시리라. 맛있는데 기름 진 것에는 다 들어 있다.
영양성분표에 트랜스지방 0이라고 적혔으니 안심이라고? 국내 법규상 0.2mg 미만은 0이라고 표시할 수가 있다. 그러니 안심하고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요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식물성 기름도 염증을 유발한다. 여기서 식물성 기름은 우리가 주방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콩기름, 옥수수유,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홍화씨유, 야자유 같은 것을 말한다.
과자 포장지를 보면 '식물성 유지'라고 쓰여있는 것이 바로 이 기름들이다. 팜유라고 되어 있는 것도 똑같다. 다른 기름에 비해 싸기 때문에 '식물성 유지'라고 적어놓고 실제론 팜유를 쓰는 경우가 많다.
얘들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면 염증 지방인 오메가 6을 고농축으로 섭취하게 된다. 결국 오메가 3와의 균형이 깨져서 염증을 유발한다고 한다.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함)
뿐만 아니라 포화지방의 과다 섭취나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 산화 생성물도 조심해야 하는 것 중에 하나다.
정제 탄수화물도 염증을 유발하는 대표적 음식이다. 정제 탄수화물에는 섬유질이 거의 없다.
탄수화물 내의 섬유질은 포만감을 주고, 혈당 조절을 하고,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의 먹이가 된다.
하지만 정제된 탄수화물에서는 이런 이익을 얻기 어렵다. 반면 비만, 염증성 장질환, 혈당 롤러코스터와 같은 손해를 입는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글루텐도 염증을 유발한다. 글루텐과 연관하여서는 50여 가지의 질병이 존재한다.
심지어 자신이 글루텐 불내증이 있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냥 컨디션 따라서 '오늘은 밀가루 먹으면 소화가 안돼'라고 하는 정도다. 하지만 의외로 상상 외의 불편한 증상들이 글루텐에 의해서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참고로 위장장애, 피로, 두통, 관절질환, 모공 각화, 섬유근육통, 어지러움, 따끔거림, 건성, 궤양성 대장염, 피부 경화증, 루푸스, 류머티즘 관절염, 하시모토 병, 불안, 우울증, ADHD, 스트레스, 신경과민 같은 것이 글루텐 불내증의 증상이다.
과도한 알코올도 염증을 유발한다. 적당량의 술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알코올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문제는 건강에 좋은 적당량의 술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라는 게 문제다. 술을 마시는 이유에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적당량은 매우 부적당하다.
잦은 빈도는 최악이다. 특히 여성은 더욱 취약하니 조심해야 한다.
'난 술이 받는 체질이야~', '오늘은 술이 받는 날이야~' 이런 거 다 치기 어린 소리일 뿐이다.
술이 잘 받는 체질이 아니라 몸이 둔한 거고, 술이 잘 받는 날이 아니라 그냥 스트레스가 많은 날일 뿐이다.
고깃집의 대표적 표어.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문제는 이 고기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가공육은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이다. 가공육을 식별하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밀폐된 포장 안에 있으면 10중 8,9는 가공육이다.
가공육이 문제가 되는 것은 조리 과정에서 최종 당화 산물(AGEs)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친구 이름은 그럴 듯 하지만 유해 화합물이다.
'그럼 생고기를 먹으면 되지!'
안타깝게도 우리 좋아하는 붉은 살 고기에는 포화지방이 많다. 포화지방 역시 과다하면 심장과 관절 등에 염증을 유발한다.
더 나아가 곡물 사료를 먹인 고기도 조심해야 한다. 곡물 사료를 먹는 동물들은 필수적으로 항생제를 같이 먹기 때문이다. 그런 성분들이 우리 몸의 염증을 유발한다.
호주/뉴질랜드산이라서 안심할 수 있다고? 안타깝게도 한국 수출 소들만 따로 축사에 가둬서 마블링을 만든다는 얘기도 있다. 팩트 체크해보고 드시길.
조리방법도 중요하다. 붉은색 고기를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면 요리를 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다. 맛있는 스테이크는 고기 속의 포도당이 고온과 반응하여 풍미를 높여주는 갈색 성분이 생긴다. 그런데 최종 당화 산물이 마이야르 반응의 일부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굽거나 튀기는 것보다 찌거나 삶는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결국 어찌 보면 이것도 당과 연관이 되어 있다. 고기가 품고 있는 당을 끌어내는 것이니까. 망할 당! 백종원 지못미
최종 당화 산물은 뭔가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듯한 이름이다. 그런데 피부의 주름이 생기는 이유가 AGEs 때문이란다. 느낌 팍 오죠?
또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것은 유제품이다. 젖당 불내증인 사람은 유제품을 먹으면 각종 장 트러블을 겪을 수 있다.
유제품 속에 들어 있는 카제인 때문이다. 우유 단백질의 80%가 카제인이다. 이 친구가 몸 안을 떠돌아다니면서 몸에 있는 만성 염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
카제인은 글루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글루텐 불내증이 있다면 젖당 불내증도 조심해야 한다.
아침에 식사 대신 시원하게 우유 한잔 하는 분 많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유는 산을 생성하는 음식이다. 빈 속에 우유를 마시면 몸은 산성으로 변하게 된다. 속 쓰리게 된다.
그럼 ph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뼈에서 영양분을 꺼내 쓴다. 아이러니하다. 골다공증 때문에 아침에 우유 한잔 했는데 뼈가 점점 약해지다니.
이건 또다른 논란이 많은 이야기지만 유제품 속에 들어 있는 많은 화학물질과 호르몬 물질도 걱정거리다. 논란이 있는 이야기니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입맛의 고향, 어머니의 손맛인 MSG를 비롯하여, 고급진 단맛을 내주는 인공감미료, 다양한 맛과 색을 내주는 인공첨가물도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들이다.
얘들은 그냥 이물질이다.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 걸로 버티고 있지만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축적되고 있다.
이 이물질들의 작동 방식은 비슷하다. 염증성 성분을 분비하게 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환경을 불균형하게 만든다.
이쯤 되면 여러분들 반응이 예상이 된다. 본 작가도 쓰면서 적잖게 당황을 했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당신 나한테 왜이래?'
일단 이런 생각이 들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먹을 게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간편하고, 입에 맛고, 중독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먹을 게 없진 않다. 먹을게 1도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수도승처럼 살 순 없으니까, 적당한 일탈과 쾌락은 우리 삶에 허용되어야 하는 거니까 다른 방안이 필요하긴 하다.
우리는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과 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다. 이 많은 것들을 어찌 다 끊고 살겠는가?
우리는 돈을 벌고, 누군가를 케어하고, 복잡하고 힘든 선택을 수시로 하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하면서 우리 몸에 염증을 일으키지 않는 자연스러운 음식들을 의식하면서 먹기란 어지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결국 염증 유발 음식을 먹고도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게 필요한 것이다. 물론 많이 먹으면 버틸 수 있는 몸은 없다.
적당히 인생이 너무 각박하지 않을 정도로 먹고도 버틸 수 있으려면 기본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건강해야 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어떤 음식이 염증을 줄이고, 어떤 운동이 면역을 강화하는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다 아시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체력이 없을 뿐이지, 지식이 없진 않다.
우리는 다 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 있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여유가 찾아오면, 여유를 갖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다 실천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어쩌면 현실의 삶을 기준으로 방종하고 나태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방종과 나태는 현재의 기준일 뿐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기본이 된다. 체력을 기반으로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것과 우리 삶의 여유는 개별적인 문제다.
물론 아주 일부는 여유로운 삶 속에서 치열하게 실천을 하는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아주 일부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이 여유가 있던 없던 체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그 체력을 기반으로 약간의 일탈을 극복하며, 보다 건강하고 가치 있는 삶을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다.
'아~ 됐고~ 나는 내 입이 좋아하는 거, 내 뇌가 짜릿해하는 걸 먹고 살 거야!'
그래도 된다. 그 선택이 건강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존중한다. 어차피 정해진 답은 없다. 각자의 답만 있을 뿐.
어떻게 먹고, 움직이고, 사는 것이 옳은지 나도 잘 모른다. 그저 삶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와 몸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공유를 할 뿐 강요를 할 생각도, 꼰대 짓을 할 생각도 없다.
독자 제위들께서는 그저 읽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판단하고 더 나아가 적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강요나 압박으로 느끼지 않으시길 바란다. 그렇게 느꼈다면 제가 너무 뼈를 때린 것인가?
양성평등, 경제민주화, 지역 균등발전과 같은 것이 왜 필요하고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가? 살면서 느끼고 깨달았던 바는 이렇다.
시소처럼 균형을 잡아야 하는 두 가치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기득권의 만족은 점점 체감되고, 피 기득권의 불만은 점점 커진다.
결국은 기득권이 당연한 듯 누렸던 권리는 축소되어 사라지고, 피 기득권의 아슬아슬한 인내가 붕괴된다. 그래서 최악의 사태가 생기기 전에 기득권에 해당하는 일방이 몸소 나서야 하는 것이다.
나는 영육의 조화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팍팍한 내 삶을 위로받고자 하는 내 영혼과 건강한 삶을 지속하고자 하는 몸은 서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영혼의 위로만 하고자 하면 몸이 망가질 것이고, 몸만 챙기다 보면 영혼이 피폐해질 것이다. 그래서 내가 어떤 종류의 삶에 발을 딛고 있던, 그것이 치열한 삶의 현장이건, 여유로운 휴식의 시간이건, 혼자이건, 수많은 동반자와 함께 건 영혼과 몸의 균형을 위한 노력은 지속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염증과 함께 살아가듯, 건강한 영육을 위한 노력도 항상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
팍팍하다 못해 퍽퍽한 삶을 위한 일탈을 이겨 낼 수 있는 몸을 위한 노력으로 우리의 삶을 더욱 재미있고, 짜릿하게 만들어 보자.
우리의 목표가 건강한 송장은 아니지 않은가? 결국 건강한 몸으로 행복한 것들을 하고자 하는 것이니 만큼, 행복한 것을 눈앞에 두고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결국은 몸의 염증을 키우지 않고 치유해 가면서 아찔한 일탈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자연인이 되어 지리산 속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우면 많은 것들이 처진다. 그래서 운동 대신 먹는 것으로 세우려 하는데, 이런 날 운동도 꽤나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