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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Oct 28. 2019

[직장인 과외] 그래 편하게 얘기해봐~ 괜찮아!

회사에서 하면 안 되는 일 (7) - 수평적 소통하기


    회사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합이다. 그런데 일을 하기 위해 모인 회사 내에서 신입사원들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심지어는 그런 일이 많기까지 하다. 물론 이걸 회사 내에서 드러내 놓고 언급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누가 알려주기 전엔 스스로 알기 어렵다.


    신입이 아닌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들이 시나브로 직책과 권한을 갖게 되면 아주 '지독한 꼰대'가 된다. 무지의 순수함을 어찌 이기리오. 탓을 해도 알아먹질 못하니.


    나는 그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상상외로 많은 노력을 했노라 자부한다. 그래서 많은 노력에 따른 깨달음의 결과를 생면부지의 후배들과 나눠 볼까 한다. 아껴봤자 똥 밖에 더 되겠나!


    '하면 안 되는 일' 시리즈의 일곱 번째로 '수평적 소통'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나의 첫 직장은 '님'이라는 호칭을 쓰는 곳이었다. 패기 넘치는 청년의 눈에는 이런 수평적 조직문화가 참 좋게 보였다.


    하지만 당시 선배들의 입장은 좀 달랐다.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거지만 맘에 안 든다는 입장이 주류였다.


    당시 수십억 원의 돈을 써서 외국 유명 컨설팅 업체에 조직문화에 대한 자문받았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된 회사 내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님'이라는 호칭을 썼지만 회의실을 벗어나는 순간 사적인 자리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열혈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혼돈스럽고 몹시 못마땅스러웠다.


    '님'을 '님'이라 부르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님'을 '형'으로 부르고, '선배'로 불러야 되는 복잡한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적 비중과 사적 비중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호칭을 쓰는 편법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나이가 어릴수록 융통성은 없었고,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을수록 융통성이 많았다.


    이제는 40대가 된 그 시절 20대들은 아직도 나를 '님'으로 부른다. 재밌는 건 지들끼리는 서로 편하게 부른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푸릇한 청년이었고, 나 역시 수평적 조직문화의 혜택을 많이 봤다.


    겁 없는 열혈 신입은 나이, 직급 고하를 막론하고 해야 하는 일을 하고, 해야 하는 말을 했다.


    수평적 조직문화는 그런 행동에 정당한 논리를 제공했다.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제 것인 냥 생각했던 청년은 그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일과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름의 수혜자인 것은 맞는 셈이다. 물론 많은 욕도 먹고 눈총도 받았다.


    그런 천둥벌거숭이를 귀엽게 받아준 당시의 '님'들 덕이라는 건 나이를 먹고 알게 되었다.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역시나 지났으니 할 수 있는 소리랄까.






    요새는 대놓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젊은 기업이나 IT 기업 등이 많다.


    정 안되면 수평적 업무처리나 수평적 소통만이라도 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많다. 참 재밌는 현상이다.


    도대체 '수평적'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고, 무엇과 무엇의 수평이길래 그리도 하려고 하는 걸까?


    재밌게도 어릴 때 경험한 수평과 나이가 들어서 경험한 수평에는 꽤나 큰 괴리가 있었다.


    어릴 때는 그냥 수평한 게 좋았다. 말은 수평이지만 마치 나의 지위와 권한이 상승한 기분이었다.


    반대로 나이를 먹고 경험한 수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말은 수평이지만 많은 것을 잃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호칭 하나만이라도 위계를 없애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저연차자들은 입지가 전보다 나아진다. 아무래도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보다 주도권이 생기게 된다. 자신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진다.


    반면 고연차들은 입지가 줄어든다. 경험적 지식이 존중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절차적 과정을 통해서만 진행되어야 한다.


    이른바 수평적 소통은 젊은 피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고인 피를 돌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드러나는 행태가 의도와 맞아떨어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평적 문화, 수평적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수평적'의 대상이다. '그들만의 수평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기업의 오너까지 '님'으로 부르는 상징적인 행위를 하지만 그것은 논리와 명분을 위한 것이지 실제적인 수평을 의미하진 않는다.


    한 신입사원이 오너의 교육 시간에 'OOO님은 실제로 우리 회사 제품을 드셔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다가 인사팀에 끌려갔다는 얘기는 당시 유명했다.


    실제로 '수평적'의 대상은 비 직책자까지 인 경우가 많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가진 곳에서도 직책자에게는 직책을 불러주는 곳이 많다.


    많은 회사원이 느끼는 고인 물, 썩은 물은 비 직책자보다 직책자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수평적 문화와 수평적 소통의 대상에서는 직책자가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직책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수평적 문화와 소통에는 수직적 문화와 소통이 갖는 장점이 배제되어 있다.


    여러 차례의 스크리닝과 경험적 요소들이 빠져 있기 때문에 그걸 직책자가 보충해주어야 한다. 그러니 직책자 위주의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우리 신입들은 이 점을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직책자와도 수평적인 소통을 하고자 한다.


    패기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미덕이 패기가 아닌 게 된지는 좀 된 것 같다.


    근 20년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취준생들은 엄청난 취업경쟁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취업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입사를 하게 된다.


    '님'을 쓰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사석에서 '요즘은 신입사원들 생각이 제일 고루해'라고 한 적이 있다. 쓸데없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한 탓이다.


    준비를 많이 했으면 이것도 알면 좋은데 입사 연수나 인사팀 교육 통해서 수평적 문화와 소통에 대한 회사의 강렬한 의지를 접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원칙적으로 직책자도 수평적 문화와 소통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것은 원칙적인 얘기일 뿐이다.


    직책자가 여러분에게 하는 수평적 문화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과 그러라는 것이 아니다. '너'가 잘 염두에 두고 행동하라는 뜻이다.


    회사는 근본이 수직적이다. 맨 위에 오너나 최고 결정권자가 있다. 그 밑에 온갖 임원들이 있고 맨 마지막에 직책자가 있다.


    회사의 시작부터 직책자까지는 완벽한 수직 구조다. 수직 문화고 수직 소통이고 수직 업무다.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난상토론은 희귀한 일이다. 사장은 주로 말하고, 임원과 직책자들은 주로 조리돌림을 당한다.


    반론도 반박도 팩트체크도 없다. 그게 사장의 뇌피셜이어도 상관없다. 그냥 일방적이다.


    이건 수평적 기업문화를 가진 회사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신경 써야 할 논리와 명분만 늘어난 것일 뿐이다.


    보통은 입 닫고 귀 막고 '시간아~ 흘러라~'하면 되는 회의시간인데 'OOO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해보세요'라고 했을 때 말을 못 하면 수평적 소통의 기회도 못 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말을 하면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직으로 빳빳하게 서있는 구조가 직책자 밑에서부터는 확 넓어진다. 거기서부터 수평적이 되는 것이다. 마치 계곡 다음에 바로 바다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 구조의 맨 끝에 있는 직책자를 상대로 수평적 소통을 운운하면 어떻게 될까?


    회사의 원칙이고 가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어쩌진 못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앞이 낫지. 안 보이는 뒤에서 어쩌면 더 힘들어진다.


    기본적으로 직책자는 꼰대스럽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야 여러분들이 일을 알아서 잘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분이 뭘 어떻게 해오든 그들 맘대로 할 것이다. 그것이 수평적 절차와 소통의 결과물이어도 말이다.


    왤까? 그들은 개또라이니까?


    아니다. 그들은 수직 구조의 말단이다. 그래서 그 수직 구조에 맞는 답을 찾아서 가져가야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실무의 어려움 접수하고, 실무자의 사정 접수하고, 현재의 상황까지 반영하는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직책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수직적 구조의 탑이 수직적 구조의 말단인 직책자에게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수직적 구조의 사납금은 납입하는 규격이 따로 있다. 아무렇게나 넣는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최고 결정권자는 뽑을 수 있는 카드가 많길 바란다. 쭈욱 나열된 카드 중에서 아무거나 뽑을 수 있고 싶어한다. 심지어 카드는 뒤집어 놓지 말아야한다.


    수많은 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여러분과 직책자가 힘을 합쳐해야 하는 일이다. 어떤 카드가 어떤 이유로, 언제, 어떻게 선택될지는 여러분의 몫이 아니다.


    그 카드를 수직적 통로의 규격에 맞춰서 사납하는 것이 직책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직책자에게 수평적 소통을 운운하며, 직책자가 구상하고 있는 카드에 딴지를 걸면 어찌 될까?


    직책자라고 왜 수평적 소통을 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머리부터 무릎까지는 수직적 구조에 파묻혀 있고, 발끝만 겨우 수평적 구조에 걸쳐 있다.


    그들은 명확하진 않아도 최고 결정권자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으며, 그간의 많은 경험과 정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아무것도 없는 모지리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끈끈한 사내 인맥이 있다.


    흔히 이런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키워주진 못해도, 못 크게 방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수평적 소통을 앞세워 대안 없는 비판을 하거나, 매사 부정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여러분은 수직적 공격을 받게 된다.






    수평적 문화, 수평적 업무, 수평적 소통이 가장 큰 장점은 각자의 업무 범위에서 각자의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해진 프로세스와 타임라인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 일 이외의 일은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처음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연차가 차면서 문제가 생긴다.


    연차가 차면 어떤 일을 경험했는지가 매우 중요해진다. 그냥 경험도 아니고 다양한 경험을 따진다. 신입에겐 경력을 원하고, 경력에겐 아주 다양한 경력을 원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수평적 소통을 운운하는 상사에게는 대안 있는 비판과 핵심을 짚어주는 리포팅이 중요하다. 그들이 원하는 수평적 소통은 그런 것이다.


    팀 성과를 어떤 것으로 낼지와 같은 중요한 일에는 입 닫고, 생일자 케이크를 생크림으로 할지 말지와 같은 사소한 일에는 게거품을 무는 것은 전혀 수평적 소통이 아니다.


    직책자는 깔때기의 입구의 역할이고, 여러분들은 깔때기의 날개 역할이다.


    폭넓고 다양하게 제안을 해보라. 깔때기 입구를 통과 못했다고 실망하지도 말고, 깔때기 입구 모양이 바뀌었다고 비난할 것도 없다. 어차피 깔때기 입구에선 수직으로 쑤셔 넣어야 들어가게 되어 있고, 그걸 쑤셔넣는 사람은 직책자다.


    시의적절하게 깔때기 모양과 크기를 조절하고 있다면 그 직책자를 지지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게 더 좋다.


    그래야 여러분은 여러 장의 카드를 만들어 본 다양한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게 훨씬 중요하다.






    수평적 기업문화 좋다. 수평적 소통도 좋다.


    사람답게 일하고, 사람답게 대접받고,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지키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회사라는 조직의 핵심을 놓치면 안 된다. 잊지 말자. 회사는 원래 수직적인 조직이고, 여전히 수직적이다.


    그 가운데서 핵심에서 벗어난 고민을 해봤자 자괴감만 커질 뿐이다. 인정할 것은 빨리 인정해야 한다.


    수평적 소통을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에 대해서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수평적 소통의 방법에 대해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안 없는 비판이 수평적 소통이 아니다.


    소통의 기본은 듣는 것이다. 듣기 없는 말하기는 공허하다. 핵심 없는 공허한 말들을 하지 않도록 하자.


    원칙과 실제의 간극을 이해해야 한다. 윈칙에 사로잡히지도, 실제에 매몰되지도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조금이라도 수평적인 소통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려면 스스로가 선후배와 타 부서의 사람들을 수평적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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