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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Dec 31. 2019

#117. '본캐'가 '부캐'보다 중요한 이유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동접은 불가하다


    요즘은 기술의 발달이 참 빠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기존의 기술은 보완이 된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영상, 이미지 분야가 아닐까. 불과 20여 년 전 DSLR의 붐이 일 때만 해도 일부 오덕들의 철옹성 같은 전유물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기술은 개념을 바꾸고, 인식을 바꾸고, 사용법을 바꾸어 버렸다. 그 덕에 이제는 DSLR을 부럽게 바라보는 이도, DSLR 부심을 부리는 이도 없다.


     어디 그뿐인가? '후보정'이라는 연관 기술마저 내제 한 고성능 카메라를 1인 1 소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덕에 예쁜 피사체를 찾으러 다닐 필요 없이 '셀카'를 찍으면 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부캐의 시대>


    현실 세계의 '본캐'는 일상 속에서 달리 위장할 방법이 없다. 생긴 대로 살던가 고전적인 방법으로 패션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화장으로 커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현실 세계의 본캐는 돈이 많이 든다. 시시때때로 옷과 머리를 해야 하고, 피부 관리와 운동도 해야 한다.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만족도는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온라인 상의 '부캐'는 매우 경제적이고 만족도가 크다. 일단 무엇을 입던, 무엇을 먹던, 어디에 있던 상관없이 나를 아름답게 표현해 주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얼굴과 몸매는 깎아주고, 피부는 잡티를 없애 준다. 물론 전부 내 손 안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며 심지어 자동이다. 있는지도 모르는 스마트폰의 자체 소프트웨어가 다 처리를 해준다. 좀 귀찮지만 별도의 앱을 설치하면 보다 더 디테일하게 '케어'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저장된 이미지 파일 속의 부캐는 '비포 앤 애프터'의 한참 오른쪽 애프터의 모습이다. 부캐의 모습은 갓 피부과를 다녀온 듯하고, 6개월은 꾸준히 운동을 한 듯하고, 쁘띠 성형을 받은 듯 눈도 커지고 턱도 가느스름하다. 부캐 모습에 대한 가장 정확한 표현은 얼굴이 정리 정돈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나지만 사랑스럽고, 나이여서 사랑스럽다. 나인가 싶지만 사랑스럽고, 나이고 싶어서 사랑스럽다.   


    하지만 부캐의 이런 모습은 소셜 미디어에만 공개된다. 왜냐하면 소셜 미디어는 부캐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부캐가 곧 '나의 모습'이 된다. 


    그래서 요즘엔 본캐와 부캐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드물다. 본캐는 본캐의 삶터에서, 부캐는 부캐의 삶터에서 각자 살아간다. 각각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갖는다. 


    본캐와 부캐는 동일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매우 적다. 본캐로부터 부캐를 연상할 수도, 부캐로부터 본캐를 유추할 수도 없다. 이러한 설정은 본캐와 부캐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


    심지어 부캐가 인기를 얻게 되면 부캐의 아이덴티티를 본캐가 흉내내기도 한다. 복잡하고 치열한 본캐의 삶이 여유롭고 힙한 부캐의 아이덴티티로 포장된다.


    원래 부캐는 본캐가 가진 일부의 모습만을 부각하여 탄생한다. 본캐의 아이덴티티가 투영된 일종의 인형놀이인 셈이다. 실시간 놀이가 가능한 디지털 인형놀이다. 


    이 인형놀이의 플레이어인 본캐들은 자기만족을 넘어 경쟁을 하게 된다. 다른 인형의 모습에 질투와 시기, 부러움과 추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캐의 삶에 탯줄처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부캐가 아닌 완벽하게 단절된 부캐를 원하게 된다. 이른바 보정이 아닌 '조작'의 수준의 부캐가 나타나게 되는 이유다.



<신기루 같은 목표>


    얼마 전에 충격적인 사진을 하나 접하게 됐다. 굉장히 유명한 인스타그램의 인플루언서의 사진이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팔로워가 150만 명이나 있는 유명인이다.


    유유자적 전 세계를 떠돌며 여행을 하는 모습을 공유해서 유명인이 됐다. 거기에 운동의 동기를 자극하는 모습 역시 많은 팔로워를 가진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팔로워가 150만 명이 있을 법한가? 그렇다면 아래의 사진도 보자!


동일인의 사진


    이것은 해변에서 찍힌 동일한 사람의 사진이다. 이 정도면 그녀에겐 별도의 편집자가 있는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을 해도 될 듯하다. 부캐가 본캐와 완전히 단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비포도 나쁘지 않다고? 나쁘고 안 나쁘고를 떠나서 비포와 에프터는 그냥 다른 몸이다. 비포에서 에프터로 가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그녀의 모습을 흠모했던 사람들을 기만한 것이다. 그들의 순수한 의지를 비웃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포에 대한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케이스의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지금 소개하는 분은 소셜 미디어 상의 부캐가 본캐의 삶과는 다르다는 것을 살신성인의 자세로 보여주신 분이다. 


    이 분 역시 인스타그램의 유명한 인플루언서로 팔로워가 159만 명에 이르며, 유튜브 구독자는 476만 명에 이른다. 이 분 퍼포먼스의 의도는 '소셜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이 실생활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었다.  


본캐 vs 부캐 (Cassey Ho / @Blogilates)


    왼쪽은 포토샵 전의 본캐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소셜 미디어에서 먹히는 포토샵 작업 후의 사진이다. 


    이런 모습을 직접 공개한 Cassey Ho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길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운동법을 따르기만 하면 그녀처럼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랬다.


    [누만예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을 했지만 다른 사람의 몸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 도무지 이룰 수 없는 신기루 같은 목표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몸을 목표로 삼은 것도 문제인데, 그 몸이 실존하지 않는 몸인 것도 문제다. 


    하지만 부캐들의 삶터인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상적인 모습의 부캐를 추앙하며 목표로 삼는 본캐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이 먹는 걸 같이 먹고, 그들이 입는 걸 같이 입고, 그들이 바르는 걸 같이 바른다. 언젠가는 그들처럼 될 거라는 믿음으로 혹은 되지 않아도 좋다는 팬심으로.




<속지 말자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 속에서 속지 말아야 할 것은 사진 보정뿐만이 아니다. 요즘엔 영상도 믿을 수 없다. 영상 보정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조심해야 할 것은 '포즈'다. 몸이 예쁘게 나오는 포즈가 있다. 렌즈가 가진 특징을 활용한 것도 있고, 몸을 써서 만들어 내는 포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골반 전방 경사 포즈'다. 골반을 앞으로 기울여 엉덩이를 높고 탱탱하게 보이게 하는 포즈다. 이렇게 하고 사진을 찍으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매우 도드라져 보이게 찍힌다.

    하지만 잠깐만 하고 있으면 알게 된다. 이게 왜 부자연스러운 포즈인지를. 금세 허리가 끊어져 나갈 듯이 아프게 된다.


    TV, 영화, 잡지에 나오는 모든 모델의 사진은 '다큐 사진'이 아니다. 보이는 면을 최대한으로 부각해 그 순간의 단편만을 담은 것이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에 나오는 모습들이 그렇다. 과감한 크롭과 클로즈업 그리고 파격적인 구도로 무엇을 찍던 포르노처럼 보이게 한다. 음식을 찍으면 푸드 포르노, 풍경을 찍으면 풍경 포르노가 된다.


     소셜 미디어에는 이상적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얼굴은 작고, 피부는 곱다. 그런데 배에는 111자 복근이 있고, 허벅지도 탄탄하다. 심지어 가슴은 크고, 허리는 잘록하며, 엉덩이는 솟아 있고, 종아리는 미끈하다.


    이런 사람이 대륙별로 한 두 명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서는 하루 저녁에 수십, 수백 명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안에서 행복하다. 본캐가 꿈꾸던 삶을 사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나의 부캐도 그렇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애를 쓰면서 서서히 소셜 미디어에 빠져들게 된다.


    같은 장소, 같은 옷, 같은 음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쓴 적이 있는가? 혹은 몸이 나빠진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기 위해서 예전의 사진을 올려 본 적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다면 그대들은 소셜 미디어에 발이 빠졌음에 틀림없다.



<나만의 본캐>


    소셜 미디어를 일기장으로 쓰던, 부캐를 통한 인형놀이로 쓰던 아무 상관없다. 어쨌든 재미나게 살면 그만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내 삶의 핵심은 본캐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결국 본캐가 건강하고 행복해야 부캐를 가지고 다양한 '짓'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40+의 삶은 인생의 많은 변화들이 찾아오는 시기이다. 그중 몸의 변화는 정말로 걷잡을 수 없다. 


    뒤늦게라도 의지를 불태우는 분들이 생기는 이유다. 다 좋다. 다 좋은데 문제는 동기부여나 목표를 너무 엉뚱한 곳에 둔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미 혼잡하다. 이미 돈이 오가기 시작했다. 진실과 거짓이 뒤범벅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 진실을 찾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진짜 문제는 있지도 않는 몸으로 동기부여를 받고, 목표를 삼아서 오는 좌절이다. 아무리 해도 그렇게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에 예능을 통해 기안 84의 촬영 과정이 보였다. 정말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은 촬영 그 하루를 위해 몇 주의 일상을 통으로 쏟아부었을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 중에 그 누구도 그렇게 일상을 살진 못한다. 심지어 모델들에게도 계속 그렇게 살라하면 못 살 것이다. 


    기존 미디어 건 소셜 미디어 건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 그걸 붙잡고 있으면 상처만 더 깊어질 뿐이다. 



<일상의 힘>


    진정한 발전은 지금의 나를 기준으로 지금보다 나아진 나의 모습이어야 한다. 즉, 달라진 내 모습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본캐가 사는 일상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하고, 일상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이뤄야 한다.



    체형은 많은 부분 타고난다. 거기에 나의 일상이 더해지고, 달라질 내 모습에 대한 의지가 더해진다. 지금의 몸이 그렇게 완성이 된 것이다. 


    타고난 체형이 오늘날 각광받는 체형일지라도 일상은 힘들 수 있다. 그리고 딱히 간절한 의지가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체형 자체가 노력이나 의지가 더해져도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매우 다양한 변수에 의한 경우의 수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재의 우리 몸이다. 그러니 그 몸이 존재하지도 않는 모습과 닮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있겠는가?


    기존의 것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강력한 의지를 발산하는 거 좋다. 하지만 우리 40+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다는 것이다. (40- 중에서도 대다수가 그럴 것이지만)


    그래서 강력한 의지를 얌전하게 발산할 필요가 있다. 안 그러면 '저체력'에서 '부상당한 저체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상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욕' 때문이다. 자신의 일상을 벗어난 과욕이 가장 큰 원인이다.


    과욕을 부르는 것은 강력한 의지고, 강력한 의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다른 부캐의 모습을 통해서 강화된다. 강한 의지로 정상적인 노력을 하지만 허구의 결과와 비교해 보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해도 해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리를 하게 된다. 당연하다. 가짜로 만들어 낸 몸인데 그걸 따라 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쟤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본캐고, 쟤는 부캐라서 그런 것이다. 나는 일상을 살고, 쟤는 허상을 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그리고 실제론 그냥 다른 것이다. 타고난 몸이 다르고, 대사의 결과도 다르고, 의지도 다르고, 근육의 질이 다르고, 고통을 참는 힘도 다르다. 그냥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욕을 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 내에서 애를 쓰는 것이다. 보통은 과욕을 부리면 일상을 파괴한다. 일상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몰입하게 된다.


    과욕에 의한 몰입은 짧은 시간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하기 어렵다. 지속을 할 수 없는 과욕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왜냐하면 밤 하루 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처럼 잠깐의 몰입으로 건강해지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꾸준한 노력은 짧은 시간 열정을 불태우는 것보다 훨씬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본캐가 일상에서 가져오는 결과는 질적, 양적으로 퀄리티가 높다.


     

<아듀 2019, 아듀 부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예쁜 몸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일상에서 만들 수 있고, 예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남의 부캐가 아닌 스스로가, 일상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스스로의 몸이 아닌 다른 몸을 추앙하라고 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이라며 보여주고 '너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모든 메시지를 주의해야 한다. 그런 것들은 모두 가짜 목표일 뿐이다. 


    심지어 그 모습이 진짜인지 아닌지도 알 수가 없다. 설령 진짜라고 해도 그게 그 사람 몸이지 우리 몸은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나이도 어려. ㄷㄷㄷ


    그러니 소셜 미디어의 몸짱, 엉짱에게 좋아요 눌러줄 시간에 우리 몸 한번 더 사랑해주는 게 낫다. 


    2019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넘이 순간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몸은  2019년 한 해의 일상이 녹아 있는 몸이다. 그 시간을 사랑했다면 그 시간을 일상에서 견뎌낸 몸도 사랑하자.


    2020년에도 [누만예몸]은 더 공감과 위로가 되는 건강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바른 정보를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건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으니 내년엔 당신도 누구나가 되어 보자! []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9년 한 해도 [누만예몸]을 위해 고생하셨습니다.

* 공감, 댓글, 질문은 항상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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