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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r 05. 2021

[직장인 과외] 무능한 의사결정권자로부터 도망쳐라

#괜찮아#아무 일도생기지 않아


    '또라이 보존의 법칙' 

    어느 회사에나 또라이는 존재한다. 평균보다 많은 회사는 있을지언정 아예 없는 회사는 없다. 모두가 그 또라이가 자신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멀티버스(Multiverse)처럼 각자의 세계에 각자의 또라이가 따로 존재한다. 성별에 따른 또라이도 있고, 직급에 따른 또라이도 있고, 업무에 따른 또라이도 있다. 모두가 다 다른 또라이 우주다. 여러 개의 또라이 우주가 존재하다 보니 우리도 그 중 어떤 우주에선 또라이 일 수도 있다. 괜찮다. 그게 우주의 순리니까.


    끝판왕 최종 빌런도 존재한다. 이 빌런은 통합 또라이 우주의 '또라이 of 또라이'다. 우리는 이들 '최종 의사결정권자'라고 부른다. 이 왕또라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멀티버스에 존재하는 또라이들도 이들 앞에선 얌전하다 못해 너무 정상적으로 행동한다. 머글들 입장에선 참 볼만한 재미진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또라이들끼리 찧고 까부는 광경을 구경만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또라이들의 난장은 머글의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또라이라면 구성원의 삶뿐만 아니라 회사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깔고 앉아 시간을 보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오너'라면 더더욱 더 그렇다. 가끔씩 제정신이 돌아오는 오너라면 깜짝 놀라 잔챙이 또라이들을 정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매우 희박한 확률이다. 대부분은 '또라이 왕국'이 되기 십상이다.

    

    때문에 머글들은 또라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어떤 핵심적인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그래야 다른 멀쩡한 회사가 있는 우주로 떠날 수 있다. 
    



<1> 일을 중복으로 하게 함


    무능한 의사결정권자와 함께 일을 하면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반복/중복된 일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 요소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만 군데를 찔러본다. 심지어 이권을 가지고 달라붙는 똥파리들에 의해서 일의 방향이 좌지우지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일은 배로 늘어난다. 쓸데없는 자문을 받거나 공동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해야 할 일과 상관없는 일들이 늘어난다.


    힘들게 단계 단계를 밟아서 일을 진척시키고 최종 A, B를 선택하는 날, 무능력한 의사결정권자는 'C랑 D는 왜 빠졌냐?'라고 묻는다. 지난(至難)했던 과거의 단계들을 모두 잊은 것이다. 그리곤 주제와 상관없는 일장 연설을 한 후 실무자들의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다시 검토 하자'는 말로 회의를 마친다. '無능력'한 의사결정권자가 할 수 있는 가장 '有능력'한 대응이다. 또라이도 쪽팔린 건 안다.


     이렇게 되면 쓸데없는 '일'만 하게 된다. 우리가 일을 한다 함은 최적의 input과 최대의 output이 확인된 프로세스를 안정적 또는 스피디하게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시장과 고객과 경쟁상황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에 맞는 솔루션을 찾고, 솔루션을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프로세스에 맞는 최적의 input을 산정하여, 최대의 output이 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현재의 서비스나 제품의 편의성이나 기능을 개선하고 이를 루틴 한 생산/운영 프로세스화 하는 것을 말한다. 또는 현재의 수익모델 이외의 추가적인 수익이 가능한 모델을 찾고 이를 시장, 고객, 제도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게 일이다.


    그런데 각각의 일의 의사결정권자가 또라이면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미 구축된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업무는 'error'가 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도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다면 Best다. 그러기 위해선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모듈 내에서의 업무 디테일이 핵심이다. 그 업무 디테일을 실무자 개인 역량이 아닌 시스템화하는 것이 모듈의 리더나 의사결정권자가 할 일이다.  


    그런데 모듈(팀) 내에서 스피드나 효율을 위한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 왜 안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의사결정권자라면 오히려 일을 방해하는 것이다. 일을 막고 중지시키는 것도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이다. 그러라고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조건 'NO'는 그냥 일을 망치는 것과 같다. 정당하고 인사이트 있는 NO는 실무자들에게 깊은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더 좋은 대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의사결정권자의 Yes나 No가 중요한 이유다.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없거나, 외부나 지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거나 하는 의사결정권자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의 무능을 숨기기 위한 일을 시킨다. 이런 사람과 있다면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연차가 높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가 청소년 시절에 공부를 하는 건 지식을 늘리기 위한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법'이나 '공부의 경험'은 갖는 것이다. 회사 생활도 똑같다. 일을 하는 법이나 일의 경험(성공 or 실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능력한 의사결정권자와 있다면 얻어야 할 것을 얻지 못한다. 왜냐면 그들은 쓸데없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조직화(프로세스화)를 불가능하게 함


    요즘은 '구멍가게'를 보기 어려워졌다. 동네 모서리마다 있었던 구멍가게는 어느새 편의점으로 모두 바뀌었다. 대신 새로운 유형의 구멍가게가 회사에서 많이 보인다. 겉보기와 다른 구멍가게 같은 회사들이 의외로 많다. 


    구멍가게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구멍가게 같다'는 비하의 말도 사실은 미안한 부분이 있다. 전체적인 사이즈나 복잡성이 조금 작다 뿐이지 나름의 운영 원칙이나 노하우가 분명 존재한다. 구멍가게를 대체한 편의점은 최첨단 운영 시스템과 노하우가 적용된다. 편의점 알바도 무식하면 잘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을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에게 들은 적이 있다.


    무능한 의사결정권자는 R&R이라는 것을 잘 활용하지 않는다.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일의 오너'를 특정하지 못한다. 구성원을 신뢰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차원에도 못미치는 훨씬 이전의 문제다. 역할과 책임을 규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모든 일의 오너가 된다. 이렇게 되는 순간 일과 관련된 모든 주체들은 객체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하도록 규정된 일을 할 수가 없다. 뒤죽박죽으로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순서도 없고 중요도도 없다. 그저 의사결정권자가 생각나는 순서대로 일을 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일은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 정해진 프로세스에 맞춰서 일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업의 밸류체인을 정의하고 각 단계의 활동을 모듈화 하는 것이 효율적인 회사의 모습이다. 이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의사결정권자다. 더 우수한 의사결정권자는 확장성을 가진 모듈을 만들 것이다. 이에 속한 구성원들은 업의 전체를 볼 줄 아는 해당 모듈의 전문가가 된다. 이렇게 회사는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워간다. 


    하지만 조직화/프로세스화를 할 줄 모르는 의사결정권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 밖에 못한다. 이런 경우 구성원 입장에서는 업무는 뒤죽박죽이지만 몸은 편할 수 있다. 절대량이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젖으면 성과를 통한 개인적 성취나 업그레이드는 포기해야 한다. '꼭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하냐? 이런 회사를 만난 것도 복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근데 망하면 어쩔 텐가? 망한 후에도 월급을 준다고 하면 복을 누려라!

 


<3> 고용확대가 불가능함


    정부에서 사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기여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을 하게 되면 이래저래 지출되는 비용이 엄청 많다. 사업체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이 엄청 많아지게 된다. 그래서 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무 중 하나는 '성장'이다. 성장을 해야 더 많은 돈이 돌고,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게 된다. 직접적으로는 고용이 늘어난다. 


    하지만 많은 구멍가게 같은 회사들은 큰 미래를 보지 않는 듯하다. 그저 소소하게 오너의 돈줄이 되어 명맥을 유지하거나 사라진다. 오너야 잃을 것이 없다. 오너로서의 혜택은 온전히 오너의 것이 맞다. 문제는 구성원이다. 당장 문을 닫아도 오너는 잃을 것이 없다. 생활이나 재기를 위한 자본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성원은 다르다. 당장 돈줄이 마르면 불안해진다.


    '굳이 꼭 고용확대를 해야 하나?', '굳이 그 힘든 성장을 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고용확대나 성장은 구성원의 책무는 아니다. 하지만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성장하지 않으면 내 자리가 위험해지는가?' 맞다. 이건 경영의 기본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요즘은 정체하면 역성장인 시대다. 정체를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변동비도 고정비도 모두 증가한다. 보통 변동비는 줄이기가 어렵다. 결국 가장 손쉬운 건 고정비다. 그중에서도 인건비다. 정체나 역성장을 하면 인원을 감축한다. 감축 대상자가 아니어도 즐거워 할 수 없다. 그만큼 일이 힘들어진다. 중견 이하의 기업이라면 시스템 보단 인력에 의한 운영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원 축소의 부하가 느껴지게 된다. 내부 분위기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이때 감축 대상자가 아니었던 그나마 나은 인력들이 이탈을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인원 감축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구성원 입장에서도 회사가 성장을 해야 젖은 은행잎처럼 붙어 있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리스크가 있는 성장을 굳이 할 이유가 없다. 일반적으론 구성원과 의사결정권자가 반대의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리적 관점에서 보면 이렇다. 그래서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이다. 


    지구 상에 단 하나의 회사만 존재하고 그곳에 몸을 담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회사와 업무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변화한다. 그래서 일이나 의사결정엔 촌각을 다투는 일들이 존재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그냥 사라지는 기회들이 있다. 그 기회가 긍정적 일지 부정적 일지, 얼마나 긍정적 일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물결 하나 없는 호수가 순식간에 풍랑 치는 바다로 변하는 게 경영이다. 문제는 그런 바다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많다는 것이다. 

    매번 출항을 포기하는 것도 전략이다. 문제는 그렇게 호수에 물이 말라버리면 어부들은 어쩔 것이냐는 것이다. 말라버린 뻘밭 호수를 개간하는 생경 맞은 농부가 될 수도 있다. 




    무능한 의사결정권자는 일을 재미없고 힘들게 만든다. 지금의 일하는 방식이 1년 후, 5년 후 심지어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게 만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1년 후, 5년 후를 장담할 수 없게 만든다.

    같은 충격에도 대미지는 의사결정권자보다 구성원들이 훨씬 많이 입는다. 또라이 구성원이라고 덜 입지 않는다. 이런 고차원적인 이야기와 상관없이 또라이는 그저 또라이일 뿐이다. 그 가운데서 멀쩡한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대미지를 입는다. 그래서 무능한 의사결정권자와 함께 있다면 최대한 빨리 탈출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또라이+무능한 의사결정권자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이런 경우에는 업무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나의 탈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에 맞게 차곡차곡 준비를 해야 한다. 


    스스로가 무능한 의사결정권자라고 생각이 된다면 자신의 회의 장면을 녹화해서 보기 바란다. 보다가 민망해서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비명횡사하면 좋아할 구성원이 많으니 이들이 얄미우면 이를 악물고 참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순 없다. 그럴 땐 empowerment를 하면 된다. 신뢰를 할 수 없다고? 내가 경험한 최고 의사결정권자 중 한 명은 영리하게 같은 오더를 두 명에게 내렸다. 내부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보통은 이러면 아사리 판이 나게 마련인데 그 의사결정권자는 최종적으로 두 사람 모두를 챙겨서 아사리 판을 막았다.

    empowerment가 싫으면 본인이 공부를 많이 하고, 경험이 많은 구성원들을 등용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업과 관련이 있는 다른 이종업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고, 인맥도 많이 넓혀야 한다. 보통은 이 방법이 훨씬 힘들다. 




    도망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도망친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많은 非 또라이 계열의 구성원들은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는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만든 쓰레기장에서 또라이들까지 만나 깊은 상처를 입는다. 누구라도 상처를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도망친다고 해서 피해자나 패배자나 회피자가 아니다. 선각자다. 먼저 알아보는 능력을 가진 자다. 그러니 당당하게 준비하고, 당당하게 새로운 곳으로 떠나라.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기원한다. 건승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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