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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r 04. 2021

[직장인  과외] MBTI에서 벗어나세요

#MBTI#먹는거야?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MBTI를 한번 이상은 받아 보았을 것이다. 이를 신뢰하여 자신의 유형을 외우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관심이 없어서 할 때마다 '아~ 그랬구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그저 귀찮은 시간으로 여겼던 것으로 보아 MBTI에 큰 관심이나 기대가 없었나 보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재미로 MBTI 검사를 한다고 한다. 대학이나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활용한다. SNS에는 MBTI와 관련된 각종 정보와 유머가 넘쳐난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일반화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재밌게도 나는 이 글을 준비하기 전까지 MBTI가 이렇게 논란이 많은 검사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정말 관심이 없었나 보다. MZ 세대들에게도 아주 일반적인 성격 유형 검사법이 이렇게나 논란이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와 같이 MBTI를 귀찮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고 계셨던 분들이 많을 줄 안다. MBTI 결과 때문에 찜찜했던 분들도 많았으리라 짐작한다. 자~ 이제 MBTI의 굴레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MBTI의 민낯을 대면해 보자.




    우리는 영어 약자에 약하다. 영어 약자로 써놓으면 뭔가 권위가 있어 보인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다. 심지어 M과 B는 사람 이름이다. Myers는 엄마고 Briggs는 딸이다. 이 두 모녀가 만든 유형 지표가 MBTI다.


    이 모녀는 인간을 16개의 유형으로 구분했다. 75억의 인간을 16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는 소리다. 일단 16개에서 의심을 했었어야 한다. 너무 적지 않은가? 이 두 모녀는 정식적인 심리학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좀 치사스러운 공격일 수 있긴 하지만 이른바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Carl Jung (칼 융)의 '심리유형(Psychological Types)'에 영감을 받아 초기 MBTI를 설계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칼 융은 자신의 '심리유형'은 엄격한 분류가 아닌 개인적 관찰에 의한 '거친 경향'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칼 융의 이론은 통제 된 실험이나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 아닌 '흥미롭지만 뒷받침 되지 않는 이론'이었다. 더불어 이분법적인 방법을 유용하다고 주목한 점을 인정하며 '순수한 외향적이나 내향적은 없다. 그런 사람은 정신병원에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포인트가 심리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못 받은 부분이다.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불완전한 이론을 차용한 상태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MBTI 검사를 한 사람의 50%는 5주 뒤의 재검사에서 다른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공격받는 부분은 MBTI 검사로 측정된 특성이 피검사자의 행복이나 직업 선택, 직장 적응, 결혼 행복도와 같은 것에 대한 예측력이 1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검사를 왜 하는 거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 검사는 매년 약 150만 명 이상이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하고 있으며, Fortune 500 대 기업의 88 % 이상과 수백 개의 대학이 MBTI 테스트를 채택하고 이를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1940년대 만들어진 이후 계속해서 보완을 해왔다고 Myers-Briggs Company는 주장한다. 이쯤 되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유력한 검사법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대중적인 인기와 전문가들의 혹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옥스포드대의 Emre 교수는 MBTI의 인기를 '비 판단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MBTI는 다른 테스트와는 다르게 모든 결과가 긍정적이다.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들이 매력적으로 느낀다. 부정적 언급이 없는 상태에서 그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을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충족시켜 줄 뿐이라는 것이 Emre 교수의 주장이다.


    또 다른 비판은 1991년 국립 과학 아카데미 위원회(National Academy of Sciences committee)가 MBTI 연구 자료를 검토하고 '연구 결과(검증된 가치 부족)와 대중적 인기 사이의 성가신 불일치'가 있다고 한 것이다. '아~ 이거 믿을만한 게 아닌데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네! 짜증나~'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이런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80년을 버텨온 이유가 있다. 바로 비과학적인 요소들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그 비결일 것이다. 뭐가 어쨌든, 과학적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MBTI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피드백은 임상적 의미가 없는 고유한 긍정적 속성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모호하다. 내 얘기도 되고, 네 얘기도 되는 것이다. 모호한 설명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을 포어 효과 (또는 바넘 효과)라고 부른다. 점이나 점성술 또는 유사과학 등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믿게 하는데 사용된 오래된 기술이다.


    또 다른 MBTI의 가치는 '재미'다. 재밌다. 서로의 유형을 확인하면서 대화도 오가고 실소도 터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효과는 주의 환기를 시켜준다는 것이다. MBTI 결과를 통해 인사이트를 이끌어 내고 때로는 자신의 상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기회를 준다. MBTI 결과를 통해서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MBTI 결과 직업 적성이 의사라는데 나는 회사원을 하고 있으니 열라 불행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상극인 사람과 만나고 있으니 이를 어쩔꼬?' 하면 안된다. 실제 의도가 어떻든 간에 MBTI는 행복감을 느끼도록 고안된 테스트다. 부정적 코멘트가 달려 있는 사이비 콘텐츠나 설명자를 조심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유형은 인구의 절반과는 상극인 셈이다. 그들은 오리지널 MBTI의 결과에 부정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보다 사실처럼 보이려는 것뿐이다.


    특히 회사에서는 특정 유형의 상사와 특정 유형의 팀원 간의 갈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억지로 맞춰진 유형 두가지를 섞어서 분석하는 것은 더 큰 오차를 만들어 낼 뿐이다. 그저 그 시간을 소통과 재미의 시간으로 승화시켜 다른 이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간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진지하게 성격 유형을 알고 싶다면 Big Five Model을 적용한 테스트를 해보기 바란다.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으며, 과학적 검증도 되었고, 신뢰성과 타당성이 있다고 한다. 다만, Big Five Model이 보여주는 현실은 MBTI처럼 재밌지는 않다고 한다.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에 가깝고, 극단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들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저 평균적 정상이다.




    우리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왜 고통스러운가?',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와 같은 질문을 안고 살아간다. 그 답을 자신에 대한 정의를 통해 찾고자 한다. 스스로에 대한 정의가 녹녹지 않은 경우는 타인과의 관계서 답을 찾고자 한다. 타인을 통해서 나의 유형을 찾고, 나의 유형에 비추어 타인을 정의한다. 거기에 각자의 경험과 상황이 버무려진다.


    과학적 요소가 1도 없는 혈액형 성격 유형이나 별자리 같은 것이 이제껏 자신과 타인을 정의하는데 이용되었다. MBTI도 그중에 하나다. 100개도 안 되는 질문으로 세상 사람을 16개의 평면적 그룹에 넣는 것이 애초에 이상하지 않나? MBTI는 사회과학 언저리에 있었지만 핵심 요소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나의 가장 최근의 MBTI 유형은 INFJ이다. 그 이전 결과는 생각도 나지 않는다. INFJ는 선의의 옹호자라고 불리는 유형인데 전 세계에서 1.5% 밖에 없단다.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좋은 말 설명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예전INFJ 유형이 극혐 하는 유형이 무엇이고, 극혐 하는 유형이 상사로 있을 때의 대처와 팀원으로 있을 때는 어떤 일이 생긴다 같은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들었던 거 같다. 물론 기억은 1도 안난다.


    나는 나다. 그리고 나는 계속 변한다. 나는 계속 학습하고, 계속 경험하고, 계속 반성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일부의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생각이 행동이 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물 마시는 작은 습관도 66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은 변한다. 스스로 변하고자 하고, 변화를 원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쉽게 빨리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건 각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MBTI와 같은 틀 속에 숨어 있지 말자. 이런 건 술자리에서 안주 많이 먹는 사람에게 하는 농담으로 활용하자. 그렇게 친밀해질 수 있다고만 해도 MBTI 본연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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