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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Aug 01. 2021

#131. 체지방 측정기의 비밀

[누만예몸][극사실 실천법] #믿고 싶다면 #거울을 믿어라 #일명 눈바디

[누만예몸] [극사실 실천법]의 글들은 일반의 40+분들이나 그에 준하는 체력을 가지신 분들을 위한 내용입니다. 강철 체력을 가지신 분들은 각자의 신념대로 알아서 운동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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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항상 믿을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안심이 되거든요. 생존을 위해서는 불확실하거나 믿을 수 없는 것이 많을수록 불리하니까요. 그래서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재밌게도 가장 확실한 것 중에 하나인 자기 자신은 잘 못 믿습니다. 자신의 가치관, 신념, 경험, 판단에 대해선 할인율이 세게 적용됩니다. 스스로 완벽하지 못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죠. 이 말은 나 말고 완벽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게 과거에는 '신'이었고, 요즘은 '과학'이죠. 물론 과거에도 과학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요즘도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무언가 나 이외의 다른 무언가를 믿고 싶어 합니다.




    [누만예몸]에서는 [극사실 실천법]으로 전신 거울을 통한 '눈바디'를 믿으라고 추천을 드렸었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이상적'이라고 추종받는 몸의 모양은 일종의 허구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길고, 우리의 일상은 변동성이 큽니다. 그래서 존재하지도 않는 다른 몸을 기준으로 삼게 되면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다면 무존재, 무쓸모에 가깝다는 게 [누만예몸]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20~30대의 신체와 40+의 신체는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과거 20~30대의 자신을 기준 삼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현재의 몸이 기준이 되어야 유지 또는 개선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눈바디'는 거울을 통해서 눈으로 몸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체지방 측정 기계 브랜드를 차용한 말로 '눈으로 체지방을 측정한다'라는 뜻이죠. 보통은 눈으로 보이는 정도가 기계로 측정하는 것과 유사한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타고난 체형이나 체질에 따라서는 의외의 결과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눈바디'보다는 '체지방 측정 기계'를 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 여기죠. 


    체지방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에서부터 최첨단 방법까지 개발되어 있습니다. 최첨단 방법 중엔 매우 전문적이고 정확한 측정을 하는 기계도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헬스클럽이나 가정에서 간편하게 사용하는 기계도 있죠. 오늘은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BIA(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방식의 체지방 측정 기구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체지방 측정이라는 게 뭔지를 알아야겠죠? 단순히 체내 지방의 양을 측정한다라고 알고 계실 텐데요. 종합검진에서 받아 보는 결과지에는 더 많은 내용이 있죠?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체지방 측정은 체중은 물론이고 근육량, 수분량과 같은 체성분의 상대적 비율을 측정하는 것이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체지방 체중계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체지방 측정기는 생체 전기 저항을 이용합니다. 신체에 미세한 전기를 흘렸을 때 근육, 지방, 뼈와 같은 체성분의 전기 저항값이 다른 것을 이용합니다. 지방은 저항값이 높고 근육이나 수분은 저항값이 작습니다. 


    여기까진 매우 과학적입니다. 물론 계속 과학적이긴 합니다만 우리의 상식과 달라 놀랍고 재밌습니다. 미세한 전기로 저항값을 측정합니다. 그 후 우리의 상식은 측정한 값 자체로 체성분의 비율을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측정값은 측정값일 뿐입니다. 이후 체성분의 비율을 보여주는 값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수학 공식'이 활용됩니다. 저는 전혀 예상 못했습니다. 


제일 간단한 수식 중 하나


    수학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 실험도 합니다. 실험 참가자의 생체전기 저항값과 매칭 되는 실측값을 만족하는 공식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체성분 비율을 위해서는 생체전기 저항값 이외에도 중요한 변수들이 많습니다. 바로 수학공식 도출에 참가한 사람들의 인종, 성별, 나이, 개인적 상태(생리, 갱년기, 복부비반, 근육량) 같은 것들이 결괏값에 영향을 주는 변수입니다. 즉, 우리가 A4 몇 장으로 받아 보는 체지방 측정의 결과는 실측값이 아니라 표본을 통해서 만들어진 수학공식의 결괏값인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체지방 체중계나 체지방 측정기는 사용 전에 성별, 나이, 키, 체중을 넣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저항값을 예측 공식에 적용해서 결괏값을 보여주는 형태입니다. 우리가 입력하는 성별, 나이, 키는 변화가 없는 값입니다. 별 문제가 안됩니다. 체중 역시 측정을 하면 되므로 문제가 안됩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전기저항 측정과 결괏값 예측을 위한 수학 방정식만 남았네요. 


    맞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체지방 측정기의 문제는 이 두 가지에서 발생합니다. 생체전기 저항을 제대로 측정하는가? 그리고 오차가 적은 예측 방정식을 사용하고 있는가? 좀 더 나가면 예측 방정식을 만드는 데 사용한 모집단의 특성은 어떠한가?




    BIA 방식의 체지방 측정기는 오차가 많습니다. 이유는 실측값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서 차이가 큽니다. 우리 또래 친구들만 봐도 알 수 있죠. 인종과 성별, 나이가 같다고 비슷한 구석이 1이라도 있습니까? 전부 다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모집단에 따라서 수학공식이 다 다릅니다. 


    또한 미세 전류를 활용한 생체 전기 저항의 측정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밥을 먹었는지, 물을 마셨는지, 배변 전인지, 운동을 언제 했는지, 측정에 영향을 주는 의학적 상태(질병)에 있는지, 측정 시 기온, 생리나 폐경 같은 요인들이 생체 전기 저항 측정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결괏값이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게는 10%에서 크게는 몇십% 의 오차가 있다고 합니다. 


    체지방 측정을 위한 수학 공식은 몇 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대표적인 실험에 기반한 공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완벽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측정기가 어떤 모집단을 통한 실험에서 얻어진 공식을 적용했는지가 중요하지만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안다 한들 그게 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뭔가를 측정한다는 행위는 신뢰를 갖게 합니다. 믿을 수 있는 구석을 만들어 주죠. 그래서 우린 별 의심 없이 믿습니다. 직접 보는 눈보다 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수학적인 확률로 정확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건강을 위해선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BIA 방식의 체지방 측정기를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은 같은 측정기로 계속 측정을 하세요. 집에서 측정한 것과 헬스클럽에서 측정한 것은 같은 값이 아닙니다. 같은 기계로 같은 오차를 계속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오차가 항상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나마 의미 있는 사용법입니다.


    같은 시간에 측정하세요. 여기서 같은 시간은 시간만 같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 시간의 몸 상태나 환경까지도 같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아침 7시 기상 후 화장실 가기 전,  공복 상태로 측정을 반복하세요. 물론 전날 또는 밤에 운동을 심하게 했거나, 늦게까지 음주가무를 한 경우라면 또 달라지겠죠? 여름과 겨울의 차이도 있습니다. 


    값 자체에 대해서 의미를 두지 마세요. 절대적인 값으로 인식하면 안 됩니다. 어제의 값과 오늘의 값을 비교하고, 오늘의 값과 내일의 값을 비교하는데 활용하세요. '내 체지방률이 얼마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왜냐면 안 괜찮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체지방률 1%의 차이가 생활 습관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선을 넘어가면 생활 습관이 급격히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주식하시는 분들은 주가 빠질 때 생각해 보세요. 지지선 이탈하면 주가가 수직으로 내리꽂는 거랑 똑같습니다. 




    체지방을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에는 연구실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이나 고가의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들(Bod Pod, HUW, DEXA)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정확한 것은 부위별로 나눠서 측정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방법이라 경험할 기회가 적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체지방량을 알고 싶은 걸까요? 

    세상의 어떤 운동도 체지방량을 기준으로 제한을 두는 경우는 없습니다. '체지방량이 25% 넘는 남자는 이 운동을 할 수 없습니다'와 같은 기준은 없습니다. 체중에 따른 체급은 존재하지만 체지방량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체지방량을 알고 싶은 이유는 자신을 남에게 설명할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객관적이고 과학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죠. '운동을 했더니 체지방량이 1% 줄었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죠.


    그게 아니라면 '눈바디'로 충분합니다. 솔직히 우린 알자나요. 스스로가 얼마나 느슨하고 불규칙적이고 나른한 생활을 했는지요. 그래서 소화가 잘 안되고, 피부가 안 좋아지고, 근력이 떨어지고, 뱃살이 나온 것 같고, 발톱을 깎는 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걸 알자나요. 이런 상태가 되면 다시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하면 다시 조금씩 좋아지는 것도 알지만 잘 안 하게 되죠. 그래서 안심을 하기 위한 객관적 숫자를 보고 싶은 거죠. 그것도 아니라면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려는 자극적 동력이 필요한 거겠죠. 맞죠? 

    괜찮아요. 우린 다들 그러고 사는 40+이니까요. 


    [누만예몸]에서는 전신 거울을 이용해서 매일매일 '눈바디'를 측정하고 그것을 믿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냉철하게 자신을 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 많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힘든 일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힘든 일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죠.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규칙적으로 살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안 하면 힘든 것도 알기 때문이죠. 그래서 직접 보는 것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죠. 스스로를 대신해서 봐줄 것을 찾는데 그게 체지방 측정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랑 비슷한 게 또 있죠. 바로 심박 측정기입니다. 요즘은 가격도 많이 싸졌습니다. 스마트밴드의 기본 기능이기도 한 심박 측정기는 운동의 강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우린 알자나요. 운동을 제대로 하면 우리 심장이 알려주잖아요. 우리의 움직임이 대부분 저강도라서 문제인 거죠. 체지방량 측정이랑 비슷한 뇌피셜 로직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체지방 측정기와 심박 측정 밴드를 다 가지고 있지만 체지방 측정기로는 체중 조차 재지 않습니다. 그냥 집안 어딘가에서 배터리만 닳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박 측정 밴드의 주기능은 전화나 문자 알림으로 사용하고 있네요. 

    저는 체지방 측정은 주로 눈바디로 합니다. 체중은 아예 안 잽니다. 샤워 전후에 거울을 통해 보면 어떤 점에 보다 더 집중을 해야 할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눈바디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몸의 변화를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40+ 이후에는 몸이 참 많이 변하거든요. 특히 질병과 관련된 초기 증상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눈바디를 하면서 몸의 곳곳을 만져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린 체지방 말고도 챙겨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이미 오차를 예고하고 있는 측정기의 체지방량에 조금 더 신경을 덜 쓰고 매일매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삶의 핵심은 계획 보단 대응이거든요. 매일매일 최선의 대응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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