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동의 특징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반복적으로 누적되어 나타나는 유사한 행동의 집약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특징을 잘 파악하면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어릴 적의 성장 환경은 어땠는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삶의 중요 순간에 결정 방향은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반복적인 결정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파악할 수가 있죠.
우리가 보이는 행동의 특징은 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대하는 행동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행동이나 정치적 행동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돈을 대하는 행동에도 특징이 있습니다. 그중에 제가 생각하는 직장인이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행동의 특징 5가지를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사회적인 빅 이벤트들이 많이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도 잠잠해지고 있고, 대선도 끝났고, 지방 선거도 끝났습니다. 이젠 남은 하반기 이벤트는 휴가, 해외여행, 취미, 맛집 투어 재개 이런 것들 뿐인가요?
뉴스를 좀 보시나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한다고도 하고,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다고도 하고, 경유값이 더 비싸졌다고도 하고, 일본 엔화가 떨어졌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느낌이십니까? 제가 맞춰 볼까요?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으시죠?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월급이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면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월급뿐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IMF 끝물에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있었지만 월급만으로 생활하던 우리 집은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도 회사에서 추진하던 일이 금융 위기 때문에 중단이 되었지만 월급을 받고 있었던 저는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던 2010년대 후반부엔 금리를 올리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때도 열심히 일했고, 여전히 월급을 받고 있었거든요. 2020년 코로나19 때도 회사 일에 어떤 영향을 줄지만 걱정을 했지 경제가 어쨌는지는 전혀 와닿지 않았었죠. 왜냐면 월급을 받았으니까요.
월급만 받으면 경제에 무관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40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왔는데도 그 어떤 공포도 들지 않습니다. 이 인플레이션이 스테그플레이션이 되고 있는데도 전혀 두렵지가 않습니다. 월급만 받으면 되니까요. 그럴까요?
여러분의 월급은 아무 이유 없이 5.4%가 삭감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통장에 넣어놓은 돈도, 지갑에 들어 있는 돈도 전부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표현을 하니까 좀 공포스럽나요? 투자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고요? 장기 투자자이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고요?
이런 시기에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은 축복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 현황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먹고 죽을 돈'도 없기 때문에 상관없을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돈이 있으면 어쩔 건가요? 미리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공포를 느끼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로 돈이 생겼을 때 대처가 가능해집니다. 그게 아니면 그냥 매해 인플레이션만큼 손해를 보면서 소비만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함부로 쓴다>
가난한 직장인은 돈이 생기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신입 때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핑계 삼았습니다.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지만 내적 핑계는 훌륭하게 통했죠. 직급과 연봉이 오를 때는 그게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굳이 다른 무언가를 하느니 열심히 일하는 게 훨씬 더 괜찮은 생각 같았습니다. 결국 저는 엄청나게 긴 시간을 그냥 흘러 보냈습니다.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은 정말 자본주의적인 말입니다. 흔히들 돈이 돈을 번다고 표현합니다만 실제 현실에서 돈의 갑빠를 키워주는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이 주는 복리의 효과나 자금 회복력은 엄청납니다. 단, 다른 무언가를 했을 경우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리스크를 헷지 하려 하고, 시간을 흘려보냄으로써 시간이 주는 기회를 무산시킵니다.
<전세나 월세를 당연히 산다>
이 단락의 핵심은 전세나 월세를 산다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포인트는 '당연히 산다'입니다. 우리는 어딘가에는 살아야 합니다. 어딘가에 사는 건 개인적 여건이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걸 당연 시 여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주택은 공짜가 아닙니다. 큰돈을 이자 한 푼 못 받고 누군가에게 빌려주던지, 아니면 매달 써보지도 못한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2년 또는 4년마다 이사를 다니는 게 취미 거나, 월급이 너무 많아 다양한 집에서 월세로 살아 보는 게 버킷리스트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계획을 짜고 결정을 해야 합니다. 10년 후, 20년 후에는 어디서 살고 있을지를 말입니다.
최근에 업무 상 지인 한 분이 특정 동네의 나홀로 아파트를 샀다고 했습니다. 부동산에서 흔히 말하는 상급지도 아니었고 심지어 규모도 몇 동 안 되는 나홀로 아파트여서 왜 구매했는지 의아해서 물었더랬죠. 그랬더니 굉장히 소탈하고 순진한 표정으로 '그냥 그 동네가 좋아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말에 속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실상은 투자적 관점의 검토를 충분히 한 후에 한 결정이었습니다.
이런 말에 속아 '나도 그냥 맘에 들고 편한 동네에서 살아야겠다'라고 개인적으로 정이 가고 편하기만 한 동네에서 전월세를 살면 어떻게 될까요? 그 지인 분이 산 나홀로 아파트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에 재개발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매물이었습니다. 그 위치에 재개발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지금보다는 가치가 매우 높아지겠죠? 미래 가치를 떠나서 아주 효율적으로 최신형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된 거죠. 반면 그 근처 빌라에 전월세를 살면? 당연히 계속 전월세를 살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맞이하지 않으려면 자산 축적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월급 루팡으로 산다>
많은 분들이 월급의 가치를 모르고 월급 루팡으로 삽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월급은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회사에서 힘든 겁니다. 엄청 가치 있는 걸 받아야 해서 말이죠. 안 힘들다고요? 그럼 긴장하세요. 그리고 들키지 마세요.
월급을 아주 알차고 옴팡지게 탈탈 털어 소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먹고 죽을 돈'도 없다고 합니다. 다들 꼬박꼬박 여행 가고, 명품 사고, 맛집 가며 살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사는 거라고요? 그분들은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삶과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굳이 구분을 안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What You See Is Not What You Get'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잣돈을 물려받거나 로또 맞은 돈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냥 외계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우리랑은 다른 겁니다. 그걸 기준으로 내 소비를 정당화하지 마세요. 무슨 재미로 사냐고요? 월급 모은 돈으로 종잣돈 만들어서 집 사고, 그 집 인테리어를 스스로의 취향대로 꾸몄더니 인테리어 비용보다 더 비싸게 사겠다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아주 재밌습니다.
일단 모으고, 모은 걸 불리고, 불린 걸 유지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경제 활동입니다. 모으는 방법 중엔 월급도 있고, 사업도 있고, 예체능도 있습니다. 모은 걸 불리는 방법을 우리는 투자라고 부르기로 했죠. 투자에도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불린 걸 유지하는 방법은 경험을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모으고 불리는 단계와는 또 다른 엄청난 전문 지식과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경제 활동을 무시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듯 쓰다가 모으고 불리는 것을 한방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신 거죠? 의외로 이런 생각 하신 분들이 많죠. 복권도 사시고, 코인도 하시고 말이죠. 그런데 확실한 건 모으고, 불리고, 유지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들어올 돈도 비껴가고, 들어온 돈도 다시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제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로또부터 맞으시고 확인하세요.
가난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가난조차 상대적인 기준인지라 누군 가난하고, 누군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가난을 '기회의 부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공부해 보니 그렇습니다. 부존재의 원인은 많겠습니다만 그 가운데 스스로 기회를 부정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어떻게 살라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듣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어차피 각자 맘대로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기회를 부정하는 행동의 5가지 특징이 보인다면 스스로 각성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각자는 잘 못 느끼지만 우리는 경제 구성의 한 축입니다. 우리가 경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수동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라면 큰 이익을 볼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가난의 반대말인 부는 기회의 존재가 아니라 '기회의 창조'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행동과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