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ama May 15. 2024

150. 그 힘들다는 결심 2일 차

#누만예몸 #극사실실천법 #달리기 #호메오스타시스 #본질 #깨달음


    오늘도 달리기를 했다. 어제와 같은 루틴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장 빠른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근육통이 있었지만 문제는 아니었다. 솔직히 문제가 있는 아픔인지 아닌지는 구별이 가능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하루 쉬어야겠어!' 같은 경우는 단언컨대 없다. 


    달리기를 걷기 만큼 쉬운 운동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고, 장소의 제약도 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걷는 것도 제대로 잘 걷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좀 충격적이었다. 그냥 각자 타고난 데로 걸으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물론 안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더 좋은 방법이 있을 뿐이었다. 


    달리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냥 달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제대로 달리는 방법이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걷기가 세발자전거를 조립하는 것이라면 달리기는 자동차를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과학적이고 인체공학적인 원리가 있었다. 그냥 와다다다 뛰면 되는 게 아니었다.


    이쯤 되면 슬슬 나의 뇌는 합리화를 시작한다. 각자에 맞게 달려도 된다는 과학적인 근거나 논문이 있지 않을까? 어떻게 달리냐 보다 달렸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괜히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왜 달리려고 하는 것인가? 이렇게 나는 본능적으로 쉬운 방법을 찾고 있었다. 


    나는 인간이 가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호메오스타시스(Homeostasis)를 높게 평가한다. 그것이 인간의 힘이요 생존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일관된 평온함을 위해 기억을 조작하고, 나의 언행을 합리화하고, 경험을 포장한다. 편한 방법을 찾고, 불편한 관계를 멀리하고, '제대로' 보단 '한다'에 더 집중한다. 다들 이러고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갈등도, 오해도, 미움도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기 걸음마 같은 달리기를 하면서 다시금 명확해진 것이 있었다. 나의 평온함을 위한 호메오스타시스에 가려 본질이나 원리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겠구나. 달리기처럼 누구나가 당연하다 생각되는 것들도 내가 알지 못하는 본질이나 원리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쉽게 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본질이나 원리뿐 아니라 위기나 기회도 마찬가지겠구나 생각도 들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 평온한 하루하루 속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거나, 기회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잊지 말아야겠다.


    갓난 망아지처럼 얼기설기 뛰면서 발바닥에 깨달음의 압이 느껴지는 두 번째 달리기였다. []




* 공감, 댓글, 질문은 항상 감사합니다.

*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공유 클릭 부탁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49. 달려볼 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