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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Jul 07. 2024

192. 관종력 폭발한 결심 44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장마


    오늘(7월 6일 토요일)도 달렸다. 하루종일 후텁지근하더니 저녁이 되면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 나간 적은 없었다. 달리는 중에 비가 온 적은 있었지만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데 나간 건 처음인 듯싶었다. 


    비는 제법 왔다. 트랙에 섰을 때 이미 머리와 옷과 신발이 젖어 있었다. 트랙엔 나를 포함해 5~6명의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이 분들도 비가 오는 줄 알고 나오신 분들임이 틀림없었다. 쏟아붓는 수준의 빗줄기는 아니었지만 비는 곧잘 내렸다. 안경에 비가 튀어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코로 호흡을 하는데 자꾸 물이 들어왔다. 호흡을 입으로 바꾸니 머리에서 흘러내린 물이 입 속으로 들어왔다. 


    고요한 트랙엔 빗소리와 저벅거리는 발소리만 들렸다. 비는 리드미컬하게 계속해서 내렸다. 30분쯤 달리니 몸에서도 열이 엄청나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얼굴 부위에선 자체 사우나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1시간을 달리는 중에 몇 명의 사람들이 들고 났다. 확실히 작정하고 우중러닝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성 러너도 있었고 커플 러너도 있었다. 우중러닝은 흡사 봄, 가을에 달리는 느낌일 것 같았다. 늦은 봄에 달리기 시작해서 시원 따뜻한 그 계절의 달리는 맛은 아직 확실하게 모르지만 왠지 그럴 것 같았다. 


    1시간을 달리고 20여분을 쿨다운 했다. 그때까지도 비는 계속 왔다. 트랙엔 4명이 남아 있었다. 스트레칭을 하며 트랙을 조망하고 있자면 나 스스로가 뭔가 큰 일을 한 것 같았다. 이름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30년 전 5월, 자갈이 가득 깔린 신교대 연병장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각개전투를 했다. 연병장 물구덩이 속에 앉아서 가쁜 숨을 쉬던 505명의 청춘들 몸에서 아지랑이처럼 흰 연기가 피어났다. 그 모습을 둘러보며 장관이라고 생각했다. 산비탈을 깎아 만드는 중이어서 자갈이 많았던 미완의 연병장에 서로를 알지 못하는 505명의 사람들이 앉아서 유령 같은 증기를 뿜어 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비 내리는 트랙에서 쉼 없이 1시간을 계속 달리고, 여전히 달리고 있는 다른 이를 보고 있자니 나도 그들도 뿌듯했다. 숨어 있던 관종력과 자뻑이 +1 상승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오늘은 사정 상 달리기 결과를 기록할 수 없었다. 다른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앱에는 기록을 남길 수 없게 되었다. 처음엔 약간 서운했지만 집착을 버림으로 편해지는 것이 더 많았기에 괜찮았다. 오늘을 내가 기억하고, 내 몸이 기억하는 데 무슨 상관이랴. 경험상 아무것에나 집착하는 건 몸에 좋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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