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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30일 화요일)도 달렸다. 나가기 전에 날씨를 봤다. 30도였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새로고침을 했다. 29도였다. 그냥 덥구나.
막상 나갔더니 바람이 솔솔 불고 있었다. 수치로 된 기온보다는 훨씬 나았다. 살살 걸으면 땀도 흘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풀, 나무가 많고 비교적 트여 있는 공간이라 그런 것 같았다.
열대야가 익숙해졌는지 사람도 많았다. 더운 날씨에 다들 대단했다. 사람이 많아지면 대단한 빌런들의 노출 빈도도 같이 높아진다. 오늘은 역주행 빌런이 2명이나 나타났다. 가끔씩 트랙 바깥으로 역주행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반 시계 방향으로만 계속 도니까 일부러 반대 방향으로 뛰는 건가? 뭔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역주행 빌런은 트랙 한가운데를 역주행했다. 뭐... 뭐지...
DJ 빌런도 등장했다. 요즘은 듣지 않는 뉴진스 노래를 강제로 청취했다. 가끔 클래식 빌런과 라이브 빌런도 등장을 한다. 요즘 십중팔구는 무선 이어폰을 끼고 나온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플레이 리스트를 강제로 남들에게 공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빌런을 만날 때면 등산 가다가 트로트 할배를 만난 것처럼 빠르게 추월하지 않으면 가는 내내 고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빌런들 덕에 페이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키워지는 것 같다.
날이 더우니 확실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어제보다 2~3도 높은 온도였는데 경쾌한 페이스가 나오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페이스가 나오지 않으면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이것저것 시도를 해보게 되고, 그러면서 호흡도 무너지고 자세도 흐트러진다. 골프가 매번 같은 스윙을 할 수 없듯이 달리기도 비슷했다. 그러고 보면 기계도 아닌데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욕심이었다.
기계처럼 특정한 폼과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이제까지 62회를 달려봤지만 같았던 날은 하나도 없었다. 이 중 며칠은 달리면서 재밌었고, 달린 후에 발바닥도 무릎도 아프지 않았던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그 경험을 근거 삼아서 새로 뛸 때마다 그날의 상황과 컨디션에 대응해 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것이 오늘 달리기가 나빴어도 내일은 좋을 수 있는 이유다.
내일은 쉬는 날이다. 오늘로 7월 달리기는 끝이 났다. 199.1km. 200km를 채우려면 채울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숫자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한 번 얽매이면 얽매여서 괴롭고 깨질 때도 괴롭고 그랬다. 숫자가 나를 증명하지 않으니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7말은 잘 넘겼으니 8초도 잘 넘겨봐야겠다. 달릴 수 있는 가장 느린 속도로, 가장 오랫동안 뛸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희망을 다시 각오해 본다. 이제 달리기가 습관이 되면 근력 운동을 추가해야 될 것 같다. 마흔이 넘어가면 많이 느끼게 될 텐데 근육이 정말 잘 빠진다. 당연히 근력도 나빠진다. 나이 들고 근육, 근력 없으면 돈 없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더운 7월을 잘 지낸 스스로를 칭찬하며 내일은 문화의 날로 저녁시간을 보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