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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9일 금요일)도 달렸다.
날씨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시간만이 해결을 해줄 수 있는 것이기에 잘 대응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 기대를 낮추면 평안이 찾아오는 법이다.
오늘도 비매너 러너들을 만났다. 트랙에 침을 뱉는 사람, 코를 푸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에게 너무 집중한 탓에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어쨌거나 저쨌거나 더럽다.
나는 오늘도 내 페이스대로 더럽게 늦게 뛰고 있었다. 이런 더운 날씨에 달리는 것 자체가 무리인데 페이스까지 올릴 일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미친 듯이 달렸다. 그들을 존중하지만 나에겐 필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저속 트랙으로 돌고 있었다. 그런데 크루로 보이는 3명이 빠르게 저속 트랙을 내달렸다. 첨엔 그러려니 했는데 약간 상습적이었다. 굳이 느리게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 사이를 뛰었다. 특히 앞사람 뒤통수까지 다가와서 콧김을 뿜으면서 옆으로 빠져나갔다가 앞으로 끼어들었다. 도로에서 칼치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거의 닿을 듯 스쳐 지나면서 앞으로 끼는데 뭔가 의도가 느껴졌다.
느린 사람을 추월한다는 우월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왜 그렇게 느꼈냐면 고속 트랙은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몸이 엄청 좋거나 달리기 폼이 멋지거나 스피드가 엄청나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느리게 뛰는 사람보다 빨리 뛰고 있을 뿐이었다. 불필요한 논란을 막는 차원에서 성별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이상한 것에서 만족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몇 번을 부딪힐 듯 스쳐가니 짜증이 났다. '불러 세울까?'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다. 짧은 시뮬레이션이 두세 차례 돌았다. 정중한 모드, 장난스러운 모드, 쌍욕 모드. 반응에 따른 대응이 결정되었다. 근데 그들이 이미 저만치 가고 있었다. 금세 귀찮아졌다. 덕분에 시뮬레이션은 폐기되었다.
내 달리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20바퀴를 달리다 보면 트랙에 있는 사람들의 특색이 눈에 들어온다. 발소리가 큰 사람, 숨소리가 큰 사람, 전화하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 리듬이 경쾌한 사람, 보폭이 큰 사람, 케이던스가 빠른 사람 등등 러너별 특색이 기억된다.
그들은 또 나를 스치듯 추월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겠지? 나는 피치를 올렸다. 내가 못 뛰어서 타박타박 뛰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발소리가 계속 내 뒤에 머물렀다. 나는 계속해서 피치를 올렸다. 그들도 속도를 높이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같은 케이던스에서 보폭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발소리의 간격은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급하면 그렇게 안된다. 더 종종거리거나 보폭만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그들의 발소리가 간격이 좁아졌다. 하지만 발소리는 여전히 내 뒤에서 들렸다.
한 200여 미터를 멋지게 달려주었다. 내가 달리는 동안 그들은 계속해서 내 뒤에 있었다. '짜식들!'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속도를 늦춰서 트랙 밖으로 나왔다. 내가 달릴 시간과 거리를 다 달렸고 마지막에 질주까지 했으니 오늘의 달리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옆에서 그들의 모습을 봤는데 우쭐대는 모습은 사라진 것 같았다.
그들의 매너 없는 칼치기는 팩트다. 나머지는 내 대뇌망상일 수도 있고 감도 높은 촉으로 알게 된 팩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스스로 뿌듯하게 오늘의 달리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