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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식지 않는 더위 속을 달린 결심 75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열대야

by Maama


오늘(8월 17일 토요일)도 달렸다.


더위를 피해 나이트런을 하고 있지만 기록적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어 나이트런이 무슨 의미인가 싶은 지경이다. 27일째 계속된 열대야는 118년 만에 기록이라고 한다. 더위가 식을 틈이 없다 보니 훨씬 더 덥다. 수도에서도 찬물을 틀면 미적지근한 물이 나온다. 샤워하긴 좋다. 중동 쪽에선 찬물 나오는 집이 부잣집이라는데, 이렇게 더위를 겪어보니 이해가 됐다.


몸이 축난다고 하는데 요즘 날씨가 딱 그런 날씨다. 이런 날씨엔 조심 또 조심이 최선이다. 이런 더위 와중에 코로나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원숭이두창도 조심해야 하며, 모기도 조심해야 하는 등 신경 쓸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이럴 때는 여유가 최고다.


오늘도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숨이 차게 달리지도 않는데 땀은 엄청 쏟아졌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 따가웠다. 입으로도 들어가 짭짤했다. 가슴골, 등골로 줄줄 흘러내려 간지러웠다. 식지 않은 트랙에서 뿜어 나오는 열기는 대단했다. 그나마 바람이 가끔 불며 절기가 지나고 있음을 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팔뚝도 번들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체력들이 대단했다. 그들은 살 좀 빼자고 달리는 것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꼭 깨고 싶은 자기만의 기록, 갖고 싶은 페이스가 있을 것이다. 목표가 있는 건 재밌는 일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말이다. 나도 목표를 갖고 싶었지만, 쉽게 설득당했다. '오래 할 수 있는 게 더 낫지 않아?'


무리를 하지 않았더니 끝난 후의 만족감은 조금 떨어졌다. 반면 무리를 하지 않아서 회복이 되고 있는 무릎에 대한 만족감은 체감이 되지 않았다. 이게 문제다. 진짜 좋은 건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가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좋은 사람, 좋은 관계, 좋은 무언가는 상실했을 때 가치가 생긴다. 깨닫지만 망각하고 반복하게 되는 일 중에 하나다.


무릎에서 느껴졌던 이상한 느낌은 거의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를 마치고 나니 살짝 느낌이 왔다. '아직이로군.' 역시 회복은 더뎠다. 무리하지 않고, 아이싱을 해주고, 스트레칭을 해주면 나중에는 이상한 느낌도 사라질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내일이 되면 또 많아질 것이다. 내일은 또 어떤 새로운 사람들이 달리러 올지 기대를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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