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이별이 있다는 걸
나무들의 초록이 깊어지는 초여름,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숲으로 난 도로를 시속 40km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작은 아이는 차창 밖을 말없이 구경했고, 큰아이는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질문에 답을 하다 지친 나는 묘안이 떠오른 듯 아들에게 제안했다.
“아들, 우리 음악 들을까?”
그 말에 아이는 핸드폰으로 뮤직 앱을 켜서 검색 버튼을 찾았다.
“엄마 듣고 싶은 거 하나 듣고 내가 듣고 싶은 거 두 개 들을게”
나는 쇼팽의 녹턴을 듣자고 주문했다. 쇼팽을 치는 게 어려울까 봐 아이에게 [녹턴]을 쳐서 찾아 달라 했다. 아이는 명랑하게 찾았다며 이은미의 [녹턴]을 틀어주었다. 잠깐 당황했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내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며 운전을 계속했다.
노래가 후렴구로 갈수록 흥얼거림은 복창으로 이어지고, 울창한 숲길과 그녀의 목소리가 웅장함을 자아냈으며 속도감은 셋 모두를 흥분시켰다.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 ~나 ~가 ~요~~~]
고음으로 마무리되며 노래가 끝나자 말이 서툰 작은 아이가 박수를 쳤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코앞에 치켜세우며 ‘한 번 더’ 해달라는 제스처를 보여줬다.
“훤아, 이경이가 한 번 더 듣자는데 괜찮니?”
약속대로라면 큰 아이 노래를 들을 차례였다.
“알았어. 한 번 더?”
웬일로 흔쾌히 자기 노래 듣는 시간을 양보했다. 다시 같은 음악이 나오고, 나는 조금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은 빠르게 흔들리는 초록을 눈에 담으며 귀로는 익숙한 엄마의 목소리로 사랑의 고통에 관한 노래를 들었다.
아이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랑에도 이별이 있다는 걸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