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지 않았던 그해 여름의 빛
먼지 털듯 탈탈 털어내도 다시 또 붙어대는 상념들과
떨쳐내고 싶은 잡념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다가
커튼을 뚫고 파란빛이 스며들어오면
이렇게 어제도 잘 버텨냈구나
괴로운 오늘이 또 시작되었구나
하루가 가고 하루가 시작되면
그 어느 것 하나 달갑지 않았던 어지럽고 뜨거운 그해 여름
탕수육과 이과두주를 일대일로 먹고 나면
잠시나마 울다 지쳐 잠은 잘 수 있었다
너는 그렇게 걸어도 잊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걷고 또 걸으며 그 여름을 보냈다 했고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름에 빠져있으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그 여름을 보냈다.
그로부터 오랜 후
그는 우리가 왜 그토록 괴로운 여름을 보내며 하나인 줄 알았던 젊은 날의 착각을
말 그대로 착각이라 깨달을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우리는 그렇게 더 이상 서로의 미래를 계획하는데 고려하는 대상에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유도 없었던 것처럼
떨어져 나가는 고통도 거친 소리를 내다가 다시 잔잔한 소리로 바뀌고
때때로 들리는 새소리처럼 지나간다
커튼 사이로 그새 파란 빛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