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랭이

결국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것이

by 마안

내 볼에 타고 흘러내리는 줄기에

차가운 것이 내려 녹아 없어져 버린다

이게 뜨거운 것인지 차가운 것인지

결국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것이 될 나부랭이

머리에 안착해 서서히 녹기도, 녹지 않고 살아내기도 하며

가픈 숨 내쉬며 달리는 나에게 떨어졌다 스며들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오가서인지

슬픔이 나를 짓눌러서인지

하얗게 변해버린 골목 사이 내 앉을 곳에 숨는다.

앉아서 좀 울어야겠다.

힘들어서 쉬는 겸 좀 울어야겠다.


눈 귀한 남쪽 나라에 살던 촌년

슬픈 중에 함박눈의 반가움이 스믈스믈 기어올라

더 비참하고 슬프기도

덜 비참하고 슬프기도

나를 버린 그 사람이 원망스럽기도

나를 버린 그 사람을 미워할 수 없기도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그 사람은 숨어서 울고 있는 나를 일으켜

얼어있는 손으로 내 외투 지퍼를 채운다.


그냥 지나치지

죽거나 말거나

지퍼를 잠그거나 말거나

시커먼 밤

좁은 골목길

하얗게 차가운 가로등 빛

그 사이

징그럽게 하얀 것이 펄펄 내리는데


슬픔을 묻어버리려고

하염없이 그 징그럽고 반가운 것이 내려

아름다운 것은 언제나 슬픈 이야기 하나쯤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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