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어가는 아이
아이는 올해 2학년이 되었다. 어제는 1학년들이 입학하는 날. 학교와 유치원 입학 피드들을 보면서 지난 해에 써둔 글이 생각나서 올려본다.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이 사라지고, 첫 등교가 늦춰지고 아이들은 떨어지고 나뉘었다. 덕분에 학교는 휑한 바람이 불곤 했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불안한 시기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야 했다. 다행히 학교 다니는 걸 즐거워했다.
벚꽃이 필 무렵까지도 학교는 예년처럼 소란스럽지 않았다.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고서, 건물을 향해 달려가는 뒷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오래 바라보곤 했다. 아이가 달려가는 방향을 맞서 고도 낮은 햇살이 내 시야에 부딪혔다.
아이는 그 빛을 뚫고 달려가면서 더욱 뚜렷하게 멀어지고, 빛의 반짝임은 아이에게 부딪혀 존재를 드러냈다.
가방을 메고서, 교복을 단정히 입은 뒷모습. 마치 물속을 걸어가듯 느린 속도로 바뀌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틀림없이 오늘 이 장면을 언제까지고 떠올리리라.
혼자 걸어가는, 두려움 없이 조금 긴 거리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이. 내 손을 놓고서 어딘가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모습을 오래 보는 것이 처음인 것만 같다.
제 몫의 짐을 이고 엄마와의 분리를 더이상 겁내지 않는 독립된 인격체가 되어가는 걸음. 힘껏 내딛는 걸음으로 울린 땅의 진동은 이내 내 마음까지 와닿아 뭉클해진다.
활짝 피어 만족스럽게 봄을 누린 벚꽃잎 몇알이 흩날리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학교 가는, 그 뒷모습을 비추는 실버 라이닝.
이제 너는 혼자 걸어가는 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