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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안 Mar 03. 2021

실버 라이닝

혼자 걸어가는 아이


아이는 올해 2학년이 되었다. 어제는 1학년들이 입학하는 날. 학교와 유치원 입학 피드들을 보면서 지난 해에 써둔 글이 생각나서 올려본다.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이 사라지고, 첫 등교가 늦춰지고 아이들은 떨어지고 나뉘었다. 덕분에 학교는 휑한 바람이 불곤 했다. 일하는 엄마 때문에 불안한 시기에도 아이는 학교에 가야 했다. 다행히 학교 다니는 걸 즐거워했다.     



벚꽃이 필 무렵까지도 학교는 예년처럼 소란스럽지 않았다. 차로 아이를 데려다주고서, 건물을 향해 달려가는 뒷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오래 바라보곤 했다. 아이가 달려가는 방향을 맞서 고도 낮은 햇살이 내 시야에 부딪혔다.     


아이는 그 빛을 뚫고 달려가면서 더욱 뚜렷하게 멀어지고, 빛의 반짝임은 아이에게 부딪혀 존재를 드러냈다.      


가방을 메고서, 교복을 단정히 입은 뒷모습. 마치 물속을 걸어가듯 느린 속도로 바뀌었다. 그 순간 생각했다. 틀림없이 오늘 이 장면을 언제까지고 떠올리리라.     


혼자 걸어가는, 두려움 없이 조금 긴 거리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아이. 내 손을 놓고서 어딘가 다른 세계를 향해 가는 모습을 오래 보는 것이 처음인 것만 같다.


제 몫의 짐을 이고 엄마와의 분리를 더이상 겁내지 않는 독립된 인격체가 되어가는 걸음. 힘껏 내딛는 걸음으로 울린 땅의 진동은 이내 내 마음까지 와닿아 뭉클해진다.      


활짝 피어 만족스럽게 봄을 누린 벚꽃잎 몇알이 흩날리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학교 가는, 그 뒷모습을 비추는 실버 라이닝.      


이제 너는 혼자 걸어가는 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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