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에서 찾는 힐링 타임
어깨에 힘이 들어간 줄도 모르고 긴장한 몸으로 하루 종일 컴퓨터와 시름하거나 업무와 연락등에 치이다 보면, 뇌가 과활성화되어 마치 꺼질 줄 모르는 고장 난 상태와 비슷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세면도구와 때밀이 수건, 팬티 한 장과 여행용 화장품 키트를 들고 동네 온천 목욕탕을 찾는다.
핸드폰은 자연스레 사물함에 잠금상태가 되고, 알몸으로 모르는 사람들의 알몸들 사이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빈자리를 찾는다. 내가 가는 목욕탕은 아는 사람들에게 꽤 유명한 온천(북한산 비젠 온천)이라 사람이 많을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꽤 빈자리 운이 좋은 편이라 자리가 꽉 차있을 때도,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과의 타이밍이 나이스해서 바로 자리를 차지한다. 이제 맘 편히 씻고 탕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안도감이 드는 순간이다.
꼼꼼히 씻어낸 몸을 부글부글 대는 온탕으로 천천히 입수시킨다. 아주 딱 적당하게 뜨뜻한 온도 39도와 40도 사이. 온탕에 앉은 채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욕탕에 비치는 오후 햇살이나 맞은편 앉아있는 사람, 때를 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소에 보는 풍경과 다르지만 익숙한 모습들에 재밌고 평온한 느낌이 동시에 든다. 때론 사진을 찍어두고 싶게 빛이 아름답고 평화롭다.
10분 정도 후에 다시 냉탕에 담가서 2~3분 정도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천천히 냉탕에 몸을 담가서 목까지 차가운 기운이 스미면 온탕에서 멍해진 머리가 명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좋아서 다시 온탕에 갔다가 냉탕에 가기를 3번 정도 반복한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온탕에서 살짝 몸을 데우고 나와 때를 밀면, 힘을 그다지 세게 주지 않아도 시원하게 때가 잘 밀린다.
전신의 때를 내 손으로 다 밀고 나면 다시 온탕에 들어간다. 그러면 그전에 들어갈 때보다 훨씬 온몸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꼭 때를 밀고 나서도 온탕에 한번 담갔다 나온다.
가끔 챗gpt나 그 외 AI들과 시름하다가 어찌 보면 원시적으로 알몸을 물에 담그는 행위를 낯선 이들과 하는 목욕탕에 있는 것 자체가 극과 극의 지점을 통과하며 인간으로서의 균형을 잡아가는 느낌. 나는 아마 내 머리가 너무 허공에 맴돌거나 생각이 너무 멀리까지 날아갈 땐, 여지없이 목욕탕을 찾을 것이다.
잠깐의 여행 같은 시간, 온몸을 이완시키고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한 시간, 가까운 목욕탕을 찾아보자. 생각보다 내 몸은 더 긴장하고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까, 따뜻하게 담가서 달래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