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없이 사는 법, 그래도 법대로 사는 법10
“선생님, 저 뉴스에 나온 그 빌라요…
저도 거기 살았어요. 지금도 살고 있고요.”
그녀는 대전의 한 신축 빌라에 살고 있었다.
스스로 등기부를 떼어보고 확인한 건 입주하고 한참이 지나서였다.
그때 이미 집주인은 바뀌었고,
건물 전체는 경매에 넘어가고 있었다.
“등기부에 줄이 엄청 많았어요.
근저당이 집값만큼 잡혀 있었고,
제 보증금은 아무도 몰라요.”
그녀는 그 집을 구할 때 부동산 중개사만 믿었다고 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설마 사기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 사건은 나도 알고 있었다.
대전에서 한 임대인이 수십 채 빌라를 반복 임대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전세사기 사건.
뉴스에도 나왔고, 실제로 내게도
그 빌라에 살던 사람들이 여러 명 상담을 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집주인의 변심’이 아니었다.
구조적 사기였다.
임대인은 이미 자금력이 없었고,
등기부에는 다른 금융기관의 담보가 빽빽했으며,
그 사실을 중개사도 충분히 인지했을 정황이 있었다.
“중개사도 책임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중개사 고소도 가능하다고.”
맞다.
공인중개사는 중요한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민사책임뿐 아니라 형사책임도 질 수 있다.
집주인 형사 고소 (사기)
보증금반환청구 민사소송 → 강제집행 (경매 등)
공인중개사 손해배상청구 및 형사 고소
중개사가 가입한 ‘보증보험’으로 일부 금액 회수를 위해 협회를 공동피고로 진행
피해자가 중개사의 책임을 입증해 확정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금액만큼 보험사에서 일부 보상받을 수 있다.
단, 보험금은 ‘선착순 배분’이므로
확정판결을 먼저 받은 채권자가 우선권을 가진다.
“엄마에겐 아직 말 안 했어요. 그냥 계약서 잃어버렸다고 했어요.
다 끝나면 말하려고요..”
그녀는 말끝에 웃었다.
그러나 나는 그 미소가 얼마나 많은 무력감 위에 놓여 있는지 알고 있었다.
전희정변호사의 생각
전세사기는 한 사람의 탐욕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를 악용한 구조적 침탈이다.
우리는 집이 아니라 희망을 계약한 것이고,
그 희망만큼은 반드시 지켜주어야 한다.
next.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6가지 대응법
→ 다음 글에서는 피해자들이 민사·형사·경매·보증보험까지 어떤 순서로 대응하면 좋은지 정리해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