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집, 팔 수 있나요?"

양육비 안 주는 전남편의 아파트를 압류한 이야기

by 전희정

80만 원의 무게


"한 달에 80만 원, 그 돈은 우리 아이의 급식비이자, 나의 한 달치 숨 쉴 틈이었어요."

그녀는 그 말을 하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무실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이 그녀의 지친 얼굴을 비췄다. 양육비를 못 받은 지 1년이 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안하다던 그 사람이 지금은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직장도, 주소도 바뀌었고, 그는 너무 쉽게 사라져버렸다.

80만 원. 어떤 이에게는 한 번의 외식비일 수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었다. 그 돈이 끊긴 지 1년. 그녀는 어떻게 버텨왔을까.


희망의 단서

그런데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의 이름으로 된 아파트가 있다는 것. 공동명의가 아닌, 본인 단독명의의 부동산이라고 했다.

"그 집, 팔 수 있나요?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 주는데, 그 집이라도 ... 잡을 수 있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희망이 섞여있었다. 마치 터널 끝의 작은 빛을 발견한 사람처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 수 있어요. 양육비는 '돈'이 아니라 '아이의 권리'니까요."


법이 말하는 아이의 권리


양육비를 고의로 미지급하면 그 채권은 단순한 개인 간의 '빚'이 아니다. 우리 법은 양육비 채권을 강제집행 가능한 권리로 보고 있다. 즉, 상대방 명의의 집, 통장, 급여... 찾을 수 있다면 압류, 가압류, 경매까지도 가능하다.

이미 판결이 있다면, 집행문을 받아 부동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고, 아직 판결이 없다면, 먼저 양육비이행확보명령을 받아 상대의 자산에 대해 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법정에서 수없이 봐온 풍경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와 양육자. 하지만 법은 분명하다. 아이에게는 양육받을 권리가 있고, 부모에게는 양육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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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럼... 제가 해야 할 건 뭔가요?" "저도...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거든요."

그녀는 미안해했다.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이 순간이 변호사로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다. 정당한 권리를 찾으려는 사람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것.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 돈은, 당신이 아니라 아이 몫이에요. 이건 받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거예요."

양육비는 자선이나 시혜가 아니다. 아이가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다. 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고, 때로는 변호사의 역할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보인 웃음

그날 그녀는 돌아가며 내 손을 꼭 잡고 웃었다. 상담을 시작한 이후 처음 보는 그녀의 웃음이었다.

"처음으로,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사무실 문을 나서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달라 보였다. 어깨가 조금 더 펴져 있었고, 발걸음에 힘이 있었다.

창밖으로 그녀가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법은 때로 복잡하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결국 사람의 삶을 지켜주는 도구라는 것을. 특히 약한 사람들, 목소리 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희정 변호사의 짧은 생각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이가 마땅히 받을 것을 제대로 받게 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법정에서의 싸움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싸움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이 계속된다. 그것이 내가 변호사가 된 이유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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