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법, 그래도 법으로 사는 이야기 5
[서로를 잃지 않고 마무리하는 방법]
“이놈을 법적으로라도 혼내줘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그날, 상담실에 오신 노인의 첫마디는 단호했다.
말끝이 갈라지고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몇 년 전, 가진 재산 대부분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다른 형제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년이나 함께 일을 했던 자식이니 사업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하고 평생을 일구어 온 본인의 사업과 자산을 물려주고, 대신 아들은 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처음 몇 년은 괜찮았다.
아들은 사업을 잘 이어갔고, 매달 생활비도 빠짐없이 들어왔다.노인은 고령이지만 계속 사업체에 나와 현장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대화가 뜸해지고, 송금도 끊겼다.
결국 아들은 사업체와 부동산을 조용히 정리해 팔아치우려다 들통이 났다. 부동산중개인이 매수희망자를 사업장에 와서 매도물건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몇년동안 조금씩 재산을 담보로 대출도 받아 유흥비와 집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했더라. 사업은 피곤하니 목돈을 만들어 편히 살고싶다고 한다.
“내가 평생 일군재산을 그렇게 쉽게 버리느냐고 크게 혼냈더니 그날 이후로는 연락조차 없습니다. 생활비도 뚝 끊겼어요. 당장 부인이 아픈데 병원비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결국 증여취소 및 부양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사건은 법정으로 향했다.
- 증여 해제란?
민법 제551조에 따르면,
증여자는 수증자가 자신 또는 직계존속에게 심히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증여를 해제할 수 있다.
재산을 몰래 처분하고, 부모의 생활비 약속을 장기적으로 어긴 점은
‘심히 부당한 행위’에 해당된다.
- 부양료 청구권이란?
민법 제974조에 따르면, 직계존속이 직계비속에게 부양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한다.
이는 단순한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실제로 법원이 지급 명령 또는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적 의무다.
하지만, 그날 조정기일에서…법정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걸 다 팔아? 그 돈이 네 돈이냐? 유흥비 쓰라고 준 재산이 아니야. 물려줬으면 잘 가꿀생각을 해야지. 내 평생을 바친 사업을 물려줬더니 그걸 팔려고 해!”
아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가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한 마디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긴장됐던 공기는 천천히 풀렸고,
결국 부양료 지급과 증여 유지 조건을 다시 합의하게 되었다. 부양료를 인하하고, 약속을 명확하게 하였다.
법정 밖으로 나가며, 아버지는 아들에게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손자들 얼굴 좀 보여줘라. 그게 제일 보고 싶더라.”
아들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죄송했어요"
그날, 조정조서는 그렇게 작성되었다. 그리고 가족은 서로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건을 통해 다시 배웠다. 소송이 해결하는 건 권리이지만, 진심은 여전히 사람 사이에서 해결된다는 것.
변호사 전희정의 한 줄 조언
“소송은 때로 진심을 꺼내는 도구일 뿐, 진짜 회복은 마음의 조정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