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는 있지만,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요
그녀는 경매중인 건물의 임차인이었다. 경매가 진행중인데 본인은 임차인이고 아직도 보증금을 받지 못했지만, 경매가 끝나면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게 확실한지 상담을 하러 왔다고 한다. 본인은 받는걸로 알고있었는데 최근에 다른애기를 들었다면서..
'전입신고는 했고, 열쇠도 받았어요. 그럼 된 거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감이 있는 얼굴이었지만 미약한 불안감이 함께 보였다.
친구가 ‘전입신고만 하면 보증금은 무조건 지켜진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어요.”
—
살다 보면 ‘당연한 것’들이 실제론 가장 많이 놓친다.
도장도 찍었고, 이사도 했고, 전입신고도 마쳤다.
그러면 끝난 줄 안다.
하지만, 보증금을 지키기 위한 진짜 열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확정일자"
—
전입신고는 “나는 여기 삽니다”라는 선언이고,
확정일자는 “그러니, 내 돈을 잊지 마세요”라는 증거다.
—
많이 헷갈리는 두 개념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다.
대항력: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새로운 집주인에게도 ‘여기 살고 있어요’라고 주장할 수 있다.
우선변제권: 전입신고 + 실제 거주 + 확정일자 →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우선 돌려받을 수 있다.
이 둘은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전입신고만 한 사람은 살 수는 있지만, 돈은 못 돌려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까지 받은 사람만이 진짜 보호를 받는다.
—
실제로 내가 맡았던 사건 중에, 이를 간과한 안타까운 사연을 공유해본다.
A씨는 전입신고까지만 마치고 확정일자를 놓쳤다. 일이 바쁘다보니 동사무소까지는 가질 못했다고.
그 사이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그보다 나중에 들어온 세입자는 확정일자를 받아둔 덕분에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았다.
A씨는 대항력만 있어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했다.
말 그대로, 그냥 ‘살 수만 있었던’ 것이다.
결국 A씨를 위해서 해당 집주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내고,
별도의 보증금 반환 소송과 압류절차를 통해서 보증금을 반환받아주었다.
—
확정일자는 비용도, 절차도 어렵지 않다.
전입신고 직후 주민센터나 정부24에서 발급받으면 되고,
600원 정도의 수수료만 있으면 된다.
그 작은 절차 하나가 수천만 원을 지켜주는 장치가 된다.
—
전입신고만 했다고 우선변제권까지 생기는 건 아니다.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살 수 있는가’와 ‘돌려받을 수 있는가’라는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
법은 조용하다.
우리가 뭘 빠뜨렸는지, 친절히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확정일자라는 도장 하나로,
그 집이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집’이 되는 것이다.
—
변호사 전희정의 한 줄 조언
전입신고는 시작입니다.
그러나 보증금을 지키는 마지막 열쇠는, 확정일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