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인분

[Interview] 이어폰 한쪽을
나눠 끼는 사이

나에게 딱 맞는 '음악 1인분'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세훈인서울

by maat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궁금해집니다. ‘누가 만든 거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어느 재료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워 자꾸만 손이 가는 요리처럼, 음악이라는 재료로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걸 나누는 일이 즐거운 유튜버 세훈인서울(sehooninseoul). 자신을 ‘오늘에 알맞은 노래를 골라 이어폰 한쪽을 나눠 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그.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나에게 딱 맞는 ‘음악 1인분’을 배달해주는 세훈인서울을 만났습니다. 음악과 우리들, 우리 둘.






210902_y_8751 복사.jpg


작업실로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먼저 짧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저는 좋아하는 걸 모아서 공유하는 세훈인서울입니다.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활동하면서 딴짓도 하고 있습니다.


프로필 사진이 개구리예요. 개구리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별명이 청개구리예요. 평소에는 말을 잘 듣는데 특이한 부분에서 이상하게 구니까 주변에서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놀이공원에 가면 놀이기구는 안 타고 코코넛이나 핫도그 사 먹고 돌아다니는 스타일. 자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착을 갖게 됐어요. 제가 눈이 크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다 싶기도 하고. 귀엽지 않아요, 개구리?(웃음)


‘막차는 지나치고 지나치게 울지’, ‘목요일은 새로운 금요일’ 등 플레이리스트 제목에서도 센스와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져서 개구리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시나요?

- 사람들이 ‘재밌다, 찰떡같이 어울린다’ 하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저는 노래를 조합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제목과 글은 그 자리에서 쓱쓱 쓰는 편이거든요. 주제를 잡고 믹스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노래를 듣다가 이걸 묶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모으고, 인코딩 하면서 마지막에 사진과 제목을 넣죠. 묶는 기준은 제가 좋아한 것, 실제로 들은 것이고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뻔한 것 같은데 영감은 일상에서 얻어요. '경양식에 곁들이는 한국 재즈'는 강원도 춘천에서 들른 경양식집에서 나온 노래에요. 보통 쇼팽 같은 클래식 음악을 트는데 그곳에서는 흘러간 한국 노래가 나오더라고요. 한국적이라는 표현이 사실 웃기긴 한데, 그 공간이 참 한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한국어 가사가 들려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와 그 여행을 추억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어요. ‘한국에도 이런 재즈가 있습니다’ 하고 소개도 해주고.


스크린샷 2021-09-13 오전 11.04.01.png


음식과 관련한 플레이리스트가 꽤 있어서 음식을 좋아하는 게 느껴져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음식과 음악만큼 탁월한 수단도 없는 것 같아요.

- ‘음식’과 ‘음악’ 라임도 맞고 좋지 않아요?(웃음) 제가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밥 먹을 때도 늘 노래를 틀어놓는 편이에요. 저녁에 친구와 파티를 하기로 하면 음식과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놔요. 듣지 않더라도 늘 준비는 해요. 가성비 좋게 근사해지잖아요. 퇴근하고 혼자서 회 시켜서 와사비 짜고 클래식 틀면 오마카세 코스가 되는 거죠.


혼밥의 대표 메뉴를 다룬 '계란 후라이 뮤직' 플레이리스트도 재미있었어요. 유명 셰프들이 고안해낸 완벽한 달걀 프라이 레시피가 소개 글에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직접 해보셨나요?

- 제이미 올리버 방식, 페르낭 푸앵 방식 다 해봤는데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어요. 저는 일반적인 달걀 프라이를 만들어서 간장과 참기름에 밥을 대충 비벼 올려 먹는 게 더 맛있더라고요. <오무라이스 잼잼>이라는 책 아세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인데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영감을 받아 구글링 하면서 구성한 플레이리스트예요. 언젠가 찍었던 달걀 프라이를 닮은 꽃 사진과 고슬고슬한 노래로 믹스했습니다. 사실 노래 듣는 것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요리라서 음식 관련 플레이리스트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 호 주제가 1인분인데 세훈인서울과 잘 어울리네요.
- 언젠가 ‘프라이팬에 그대로 먹지 말고 잘 차려 먹어라. 그게 너의 삶의 퀄리티를 올려준다’라는 내용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후에 조금이라도 실천해보려고 예쁜 그릇에 담아 먹고, 파슬리나 파래를 뿌려 장식하기도 해요. 저에게 1인분은 제 삶에 충실하는 최소 단위 같아요. 궁상맞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210902_y_8779 복사.jpg
210902_y_8814 복사.jpg


요리 외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즐기는 활동이 있나요?

-자전거 타면서 노래 듣는 거 좋아해요.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갔을 때 대중교통이 비싸서 자전거를 주로 탔어요. 그때 노래를 아주 많이 들었거든요. 위험하니까 스피커로 들어야 하는데 그 맛이 또 달라요. 지금도 달리면서 노래를 듣고 싶을 때 자전거를 타요. 자전거 관련 플레이리스트가 많은 이유도 제가 자전거에 진심이라 그래요. 제 플레이리스트는 결국 진심인 순간에 나오는 거죠.


하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잖아요?
예전에 클럽에서 DJ를 1년 정도 했는데 그때는 강박적으로 만들었어요. 그때 연습이 돼서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일이 쉬워진 것 같아요. 오프라인에서는 사람들이 그냥 춤추거나 아는 노래 나오면 소리 지르는 게 전부예요. 그런데 유튜브 구독자분들은 노래에 집중해서 듣거든요. 그래서 뭔가 족쇄가 풀린 느낌? 원하는 걸 마음껏 틀고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반응해주는 댓글도 재밌고.

너무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감상을 남기고 싶잖아요. 저한테 어떻게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느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글보다 음악이 가깝게 느껴져요.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툭 올렸는데 반응이 좋은 거에요. ‘그러면 이것도 들어볼래?’ 하고 두 번째 영상도 올렸는데 또 좋아해 주시니까…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210902_y_8721 복사.jpg


유튜브라는 채널이 취향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라는 느낌을 받아요. 각각의 1인분들이 수많은 그룹으로 분포하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느낌이랄까.

-저는 제 방송 봐주시는 분들을 구독자라기보다는 랜선 친구라고 생각해요. 실제로(오프라인에서) 음악을 추천하면 안 들어요. 귀찮으니까. 유튜브는 음악을 건네면 바로 듣고 반응해주니까 재미있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댓글도 있어요.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이랑 똑같은데도 왜 세훈이 올려주는 건 더 배로 좋을까요 내 플레이리스트 속 곡들은 그냥 더해지는데 세훈이 모으면 곱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 감성은 아니지만, 우리는 이어폰 한쪽을 나눠 끼고 있는 친구 같아요.


그렇다면 서울인세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플레이리스트는 뭘까요?
- ‘서울의 테마’. 후암동에서 자취방이 있던 관악구까지 가는 501번 버스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묶어 만든 믹스예요. 집에 도착해서 리스닝 히스토리를 보는데 제가 느끼는 ‘서울스러움’이 담겨 있었어요. 다행히 사람들도 좋아했죠. 죠지의 ‘오랜만에’에서 사랑과 평화의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롤러코스터의 ‘너에게 보내는 노래‘, 유희열의 ‘공원에서’, 윤종신의 ‘결국 봄’ 등으로 이어져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유튜브는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최근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했어요. 그의 포스터를 썸네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댓글에 링크에 달아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요즘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시가 없잖아요. 내 채널에서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제안해 진행된 거예요. 이런 신선한 일들을 많이 기획해보고 싶고.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음감회를 해보려고 해요. 라이브의 오프라인 버전. 같이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구독자와의 만남, 꼭 할 거예요.


저에게 1인분은 제 삶에 충실하는 최소 단위 같아요


210902_y_8742 복사.jpg


세훈인서울

채널 'sehooninseoul'에 좋아하는 걸 모으고, 그걸 사람들과 함께 듣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당신만 알고 싶은데 친구들도 알면 좋을 것 같은 바로 그 DJ, 혹은 유튜버, 혹은 라디오 진행자, 그냥 청개구리.




Editor 노유리

Photographer 김병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