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컵에 오롯이 담긴 누군가의 하루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성인 기준 하루 적정 물 섭취량은 1.5~2L로, 대략 8잔 정도입니다. 그 벽이 대단히 높아 보이지만 하루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꼭 물이 아니어도 다양한 음료를 마시고 있어요. 어쩌면 그 양이 WHO 권고 기준에 제법 가깝거나 훌쩍 넘어서는 날도 있을지 모르고요. 우리가 마시는 음료는 빠르게 흡수되어 몸에 필요한 수분을 보급해줍니다. 이로써 숨 가쁜 일과를 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채워주기도 하고,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며 지친 심신을 다독이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지금 내 스스로 가장 필요로 하는 마실 거리가 한 컵, 한 잔에 선택되어 담기게 되죠. 저마다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오늘의 한 잔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꼭 챙겨 마시거나 혹은 마시려 노력한 그 하루의 한 잔은 무엇이었나요?
“근래 새로운 도전을 하나 시작했어요. 하루에 물 2L 마시기. 아침에 일어나면 입 안을 헹구고 생수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평상시에 즐겨 마시던 커피와 다른 음료는 최대한 자제하고 오직 물로만 하루의 음료수 양을 채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금세 질리더라고요. 그래서 찾은 대안이 콤부차예요. 콤부차 특유의 향과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제 입맛에 꽤 잘 맞고 탄산의 청량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줘요. 낮 동안엔 주로 작업실 데스크에 앉아 있는 편이에요. 일을 하며 맥주를 마실 순 없으니 ‘캬!’ 하는 느낌으로 대리 만족을 얻어요. 작업실 근방 드러그스토어에 다양한 종류의 콤부차가 구비되어 있는데 요즘 세일 중인 베리 맛을 왕창 구매했어요. 담아 마시는 컵은 제 주얼리 클래스 수강생 한 분이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신 거예요. 의미가 있어 더 마음에 드는 컵에 뭐든 담아 마시는 습관이 생겼어요. 이 도전을 시작하고 느껴지는 몇 가지 변화가 있어요. 일단 간식에 덜 손댄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허기가 덜 지는 덕인 것 같아요. 또 변비가 있었는데 이 역시도 많이 나아졌어요.(웃음)”
권혜선 주얼리 브랜드 디렉터
“이제는 편의점의 고유 프로모션으로 자리 잡은 ’4캔에 만 원’ 맥주 행사의 열성 고객입니다.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넉넉하게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칠링 해놓고 하나씩 꺼내 마셔요. 보통 그 4개들이를 구성할 때 선호하는 IPA류로만 꽉꽉 채우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 일부러 칼로리가 낮은 ‘라이트’ 제품을 고르고 있죠. 햄버거 세트를 살 때 제로 코크를 고르는 것과 같은 맥락 같기도 해요 어차피 먹을 것, 죄책감을 좀 덜고자 하는....(웃음)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면 제법 늦은 시간이 돼요. 예비 부부라 여자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는데, 대개 여자 친구가 저녁을 준비하고 제가 설거지를 담당해요. 그러다 보니 저는 설거지 거리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캔째 마시는 편이고 여자 친구는 최근 본인이 구매한 컵을 애용하더라고요. 원체 둘 다 연애할 때부터 밥에 곁들이는 반주를 즐겨 왔어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와 잔을 나누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해요."
권은기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만성적으로 위가 약한 편이에요.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걸 머리론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밀가루 음식이나 자극적인 소스류를 좋아하니 이번 생에 완치의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어요. 불편한 속을 달래주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알려진 양배추랑 친해지기로요. 조리하지 않은 상태로 섭취할 때 효과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직장인에게 그런 여유는 존재하지 않아요. 간편한 파우치 형태의 즙을 매일 과제를 수행하듯 마십니다. 액체 상태이니 위에서 따로 분해할 필요 없을 테고, 보다 편안하게 온몸에 공급되어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요.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는 저만의 룰이 두 가지 있습니다. 1. 반드시 차갑게 해서 2. 내용물이 덜 보이는 불투명한 잔에 따라 마신다. 이유는 간단해요. 온도가 낮으면 덜 비리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나마 좀 마실 만해요. 그래도 몇 년간 우리 집 냉장고 한쪽에 든든히 자리하고 있으니까 저 오늘 딱 하루만 마라탕 주문해도 되겠죠?”
박지현 콘텐츠 에디터
“댄서에게 철저한 자기 관리는 매일의 숙제예요. 몸을 쓰는 직업을 가진 터라 하루만 게을러도 금방 표가 나기 때문이죠.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물 한 컵을 찾아요. 사실 알약 형태의 비타민들을 한입에 털어넣을 목적인데 그러려면 한 컵의 물이 꼭 필요하니까요. 그 후 시작되는 일정은 대개 운동과 무용 연습이에요. 연습실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에너지 드링크 한 캔을 구매해요. 요즘은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라인업 되어 있는데, 웬만하면 저칼로리 제품을 집어드는 편이에요. 잠시 쉬는 시간에는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제가 생각해도 모순인 점은 직전에 카페인 폭탄인 에너지 드링크를 들이켜고선 정작 커피를 고를 때는 샷을 반만 넣는다거나 디카페인으로 마시거든요.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건 춤을 출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냥 계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어요. 이렇게 되짚어보니 하루의 마실 거리들이 모두 에너지를 내는 데 일조하는 류이긴 한데, 실제로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진 않아요. 근데 왜 그런 것 있잖아요. 행동에 따르는 도파민. 아, 플라세보효과는 좀 보는 것도 같네요.”
고경래 하우스 댄서
Word and Photography - <maat> Editorial T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