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인분

[Interview] 아무렴, 혼자면 어때

나만을 위한 여정의 공간을 제공하는 '아무렴, 제주'

by maat


마음이 담긴 소박한 아침상, 주인장이 직접 내려주는 헤이즐넛 향 커피, 같은 이유로 이곳을 찾은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저녁 식사가 허기를 달래주고, 창 너머로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밭 가는 농부의 모습, 소음이 섞이지 않은 자연의 소리, 종종 밥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고양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 순한 사람들이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곳.


조용한 소길리 한적한 마을 언덕에 자리한 ‘아무렴, 제주’는 홀로 여행을 떠나온 사람을 위한 쉼터입니다.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지고, 이들이 부담을 느끼거나 공허감을 겪지 않게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어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드넓은 마당은 계절의 정취를 오롯이 풍깁니다. 쏟아지는 햇발만큼이나 따뜻한 그곳의 분위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 안녕하세요. 조용한 동네 제주 소길리에서 ‘아무렴, 제주’를 운영하고 있는 박준현이라고 합니다. 마음 맞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을지로의 와인 바 ‘십분의일’과 ‘빈집’, 이곳의 게스트하우스 ‘아무렴, 제주’, 그리고 최근 연남동에 새로 오픈한 전통주 보틀 숍 ‘우리술사자’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아무렴, 제주’는 흔히 생각하는 도미토리 형태의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혼자 떠나온 여행자를 위한 정원 6명의 소규모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혼자 떠나온 여행자들을 위한 스테이’라는 콘셉트가 뚜렷하면서도 기발해요. 여행의 목적이 점점 변하면서 이런 니즈가 더욱 늘어나고 있잖아요. 방향성을 이렇게 잡은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예전에 직장 다닐 때부터 1년에 서너 번씩 혼자 제주도로 여행을 왔어요. 일정 없는 주말이면 2~3일 계획 없이 떠나오곤 했는데, 호텔이나 독채 숙소에 묵자니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료할 때가 있고, 게스트하우스의 다인실을 이용하자니 쉬는 데 다소 불편이 따르더라고요. 안락한 시설과 잠자리를 제공하면서도 다른 여행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숙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혼자 온 여행자들이 각자의 여행 일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휴식하거나 교류할 수 있는 숙소의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이곳을 운영하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어요. 보통은 자신의 성향이 반영되기 마련이잖아요. 스스로 생각하시기에 본인이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이곳과 비슷한가요?

- 주변에서 종종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혼자 하는 여행이 잘 맞는 편이기는 해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지내려고 떠나는 여행인데, 아무래도 일행과 함께하는 여행은 스트레스가 조금씩 생기잖아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도 분명 재미있고 매력적이지만, 요즈음은 스케줄을 맞추는 것부터 쉽지 않더라고요. 이 숙소에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날의 분위기나 컨디션에 따라 혼자 쉴 수도 있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요.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한 성향일 것 같아요.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체크인 티 타임, 저녁 식사 시간에 오고 가는 이야기가 궁금해요. 어떤 에피소드가 있나요?

-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들이 찾아주시는 편이에요. 체크인 시간대에는 차나 커피를 내어 드리며 티타임을 가지는데, 그 시간에 나누는 소소한 대화가 좋아서 오시는 분도 있고, 숙소의 고즈넉한 풍광을 보고 조용히 쉴 목적으로 오시는 분도 있어요. 한번은 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분이 혼자 여행을 오셨다가 20대 대학생 게스트에게 자녀 진로 상담을 받은 적도 있고, 퇴사 후 진로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처럼 흥미로운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이곳에서 만나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의 가치를 풍족하게 해주는 순작용이 많은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이 많이 모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서로의 가치관에 갇혀서 기대하는 행동과 삶의 모습이 비슷해져요.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짧은 여행이 인생을 바꿀 엄청난 계기가 되지는 않더라도 여행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이걸 조금 잊고 살았구나’ 하는 부분도 생기고, 나를 되돌아보게끔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숙소에서 매일매일 다른 여섯 분과 같이 지내잖아요. 나이도, 환경도, 하는 일도 서로 다른, 평상시에 접해보지 못한 성향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이런 면에서 서로 좋은 자극을 받는 게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창밖으로 보이는 밭에 매년 다른 농작물이 자라서 늘 새롭죠.



예전에는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곳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즐기는 여행 위주였다면 요즈음은 혼자 떠나 쉬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체감해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1인분의 여행’은 어떤 모습인가요?

- 일탈이죠.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기대하는 모습으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어느 정도 일반적인 모습과 태도를 기대하니까 거기서 벗어나는 말과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혼자 여행을 오면 물리적으로 벗어난다는 의미 이상으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져요. 혼자 떠나는 ‘1인분의 여행’이란 마치 1인극처럼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도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혼자 이곳을 찾을 분들께 ‘아무렴, 제주’가 어떤 곳이길 바라시나요?

- 숙소의 시설이나 콘텐츠가 아무리 훌륭하고 유익하더라도 결국은 그날 함께 보내는 사람들에 따라서 여행과 숙소의 만족도가 달라져요. 날씨 등의 이유로 가끔씩 생기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함께 묵는 사람들과 공유한 그 경험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 찾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선 제가 할 일이겠지만, 항상 좋은 사람들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면 좋지 않을까 해요. 그렇게 기억되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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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459-12

가격 1인실 5만 5천 원, 2인실 4만 원(1박 기준)

문의 @amuryumjeju




Editor 우수빈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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