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게 취향이 되는 시대,
우리 서점은 어디에

책 읽는 게 취향이 되는 시대, 우리 서점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by 알렉

2025 서울국제도서전 ‘믿을 구석’을 다녀왔어요.

이번 도서전, 정말 분위기가 달랐어요.

딱 느껴졌던 게 뭐냐면요—“이제 책 읽는다는 게 멋있는 취향이 되었구나”라는 거예요.

책은 이제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된 것 같더라고요.

근데 이 멋진 흐름 뒤엔 아쉬운 현실도 있어요. 여러분,


강남 교보문고가 작년에 리뉴얼에 들어갔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서울 중심에 있던 대형서점조차도 운영을 이어가기 힘들어진 시대예요.

책이 팔리지 않으니, 사람들도 점점 오프라인 서점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죠.

그런데 말이에요—일본에선 정반대의 실험이 이뤄지고 있어요.

바로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서점, ‘분키츠(文喫)’ 얘기예요.


분키츠, 책과 우연히 만나는 시간이 팔리는 서점


“서점 들어오시려면요, 입장료부터 내셔야 해요. 1만 6천 원 정도요.”

이 말, 진짜예요. 도쿄 롯폰기에 있는 분키츠는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서점이에요. 그런데 놀라운 건, 그렇게 돈 내고 들어온 사람들 중 무려 40%가 실제로 책을 산다는 거예요. 그것도 평균 단가가 보통 서점의 3배 수준인 3천 엔!


이곳이 파는 건 단순한 책이 아니에요. ‘책과 우연히 만나는 시간’을 파는 거죠. 무제한 커피와 음료, 조용한 독서 공간, 그리고 직원이 직접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까지—이건 서점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체험 공간’이에요.


하룻밤을 책과 보내는 호텔도 있어요

이런 흐름은 분키츠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일본 하코네에 있는 ‘하코네혼바코(箱根本箱)’는 아예 ‘책이 있는 호텔’이에요. 하루 숙박료가 30만 원이 넘는데도, 조용히 책을 읽고 싶어서 찾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아요. 객실마다 작은 서재가 있고, 그 책을 마음에 들면 바로 구매도 가능하대요.


내 책장 하나로 책방 주인이 될 수 있다면?

도쿄 진보초에는 ‘네코노혼다나(猫の本棚)’라는 공유형 서점도 있어요. 월 4천 엔 정도를 내면 책장 한 칸을 빌릴 수 있는데,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진열하고, 소개 문구도 붙이고, 나만의 책방을 열 수 있어요. 영화감독부터 일반인까지 다양한 책장 주인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그 책을 읽고, 공감하고, 또 사가는 거예요.

누군가와 책으로 연결되는 경험, 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취향을 나누는 경험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죠.


책을 '체험'하는 공간,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다

중국 상하이의 ‘센서리 북카페’는 향과 조명, 음악까지 조합된 오감형 북카페예요.

숙면 캡슐처럼 생긴 독서 공간도 있어서 책을 읽다 피곤하면 쉴 수도 있어요.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경험’을 디자인한 공간이죠.


대만 타이베이의 ‘모스북스(Mozbooks)’도 유명해요. 책과 차,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인데, 책장을 넘길 때 나는 향기나 공간의 온도까지 신경 썼다고 해요. 여긴 정말 ‘책을 즐기는 공간’이에요.


홍콩의 ‘스토리텔러(Book B)’는 문학 살롱과 책방이 결합된 커뮤니티 공간이에요.

매달 정해진 작가와의 북토크, 소규모 독서 모임 등 ‘함께 읽는 문화’가 중심이에요.


그럼 우리 도서전은 어땠냐고요?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배우 박정민이 운영한 출판사 ‘무제’ 부스, 진짜 인기 많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린 건, 책보다 굿즈였어요. 모자, 티셔츠, 키링 같은 굿즈 부스 크기가 책 소개 존만큼 컸고, 현장은 거의 굿즈 전시장이었어요.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려볼게요. “이게 책의 본질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에겐 굿즈가 ‘책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 흐름이 너무 굿즈 중심으로 쏠릴 때, ‘책’은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질문은 꼭 던져봐야 해요.


그래서 서점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책이 안 팔린다고 해서, 더 싸게 더 많이 파는 게 해답은 아니에요.

✔ 사람들은 ‘책 그 자체’보다는 ‘책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원해요.

✔ 서점은 이제 판매 공간에서 ‘경험 공간’, 더 나아가 ‘관계 공간’으로 바뀌고 있어요.


책은 이제 그냥 지식이 아니에요. 나를 표현하는 취향이자, 누군가와 연결되는 매개가 되고 있어요.

어쩌면 우리는 다시 서점이 중심이 되는 시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단지 판매가 아니라, 머무르고, 읽고, 말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면요.


그리고 그 공간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요.

책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다른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다면—그게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 아닐까요?


저도 요즘 김포에서 그런 작은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8개월 전, 조용히 독서모임을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책을 함께 읽자는 마음이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책은 핑곗거리일 뿐, 진짜로 중요한 건 ‘관계’더라고요.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시간.

사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책이 취향이 되는 시대’에,

독서모임이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취향의 확장,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책은, 결국 나를 들여다보는 도구이자, 타인과 이어지는 다리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지금, 우리에겐 그런 다리 하나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함께 읽고, 함께 연결되고 싶은 분들. 우리 어디선가 책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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