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마에 골목에서 찾은, 문구점의 새로운 맥락

도쿄 뒷골목에서 만난 특별한 문구점 (잉크스탠드 by카키모리)

by 알렉

이 글을 쓰기에 앞서 긴 온라인 화상 미팅과 자료를 보내주신
카키모리 해외사업총괄 아야카 이시카와 팀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도쿄의 브루클린’이라 불리는 쿠라마에 지역의 골목 분위기. 오래된 상점 건물과 현대적으로 개조된 건물이 나란히 있으며, 가게 앞에 자전거들이 서 있는 모습


도쿄 타이토 구 구라마에 역 근처의 작은 골목길을 걷다가
‘잉크스탠드(Inkstand) by 카키모리’라는 가게를 발견했어요.


역사적인 흔적을 간직한 채 최근엔 공방과 카페, 소규모 상점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도쿄의 브루클린’, 혹은 한국의 성수동 같은 개성 있는 거리로 떠오르고 있어요.


처음엔 잉크스탠드가 그냥 잉크와 노트를 파는 평범한 문구점인가 했는데,
가게 안에 들어서자마자 단순한 상점 이상의 매력이 있다는 걸 금방 느꼈어요.


내부 한쪽에는 반짝이는 흰색 실험대 같은 카운터와 줄지어 놓인 유리병들이 놓여 있어서,
마치 아기자기한 화학 실험실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죠.

내가 좋아하는 펜과 노트로 가득한 데다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금세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어릴 때 예쁜 노트랑 색색의 펜을 모으던 추억이 있는 저에게는 정말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어요.


사실 한국에도 오래전부터

문방사우라고 불리는 전통 문구들이 있었죠.
붓, 먹, 종이, 벼루로 구성된 문방사우는 옛 선비들의 글방에서 빠질 수 없는 보물과도 같았어요.


이 도구들은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예술과 창조의 매개체 역할을 했습니다.


서예나 동양화 같은 전통 예술에서 예술가들은
붓털의 종류, 먹의 농도, 종이의 질감 하나까지도 고르고 골라 자기만의 도구를 갖추곤 했죠.


각각의 붓과 벼루는 장인이 손수 만든 작품처럼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녔고,
그 자체로 미적인 가치가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이나 추사 김정희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자신만의 맞춤 붓과 먹을 주문했다는 일화도 전해질 정도니까요.


그만큼 문방사우에는 이야기와 정성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시간이 흘러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전통 문방사우의 정신이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고 있어요.


일본 도쿄의 잉크스탠드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전통적인 문방사우가 붓과 먹으로 나만의 글씨를 완성하는 도구였다면,
잉크스탠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문구를 통해
나만의 색과 노트를 만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저는 잉크스탠드에서 잃어버렸던 아날로그 감성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어요.


문방사우와 일본의 현대 문구 문화가 이렇게 다르게 발전해 왔구나 생각하니, 조금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잉크스탠드에서 겪은 특별한 하루를 여러분께 소개해 볼게요.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통찰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도쿄 타이토 구 쿠라마에에 위치한 잉크스탠드 by 카키모리 매장 외관.


내 손으로 만드는 노트와 잉크,

잉크스탠드 by 카키모리 체험기

가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코너가 눈에 띄었어요.


긴 테이블 위에 여러 가지 재질의 종이와

형형색색의 노트 커버가 잔뜩 준비되어 있었죠.
고객이 직접 종이와 표지를 골라서

나만의 공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거예요.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종이를 만져보며 질감을 느껴봤어요.
어떤 종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필기감이 천차만별이잖아요.


취향에 따라

무려 60가지 종류의 표지와

30종의 내지 종이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종류가 정말 다양해서

한참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색깔이 예쁜 커버도 많고,

바인딩(제본) 방식도 스프링,

실제본 등 다양했어요.


마치 작은 공방의 장인이 된 기분으로

종이와 표지를 신중히 골라 직원에게 건넸습니다.


그러자 직원분이

제 앞에서 바로 제본 기계로 노트를 묶어주셨는데,

13분 정도 걸렸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노트가

눈앞에서 뚝딱 만들어지니

너무 신기하고 뿌듯했죠.


어릴 적 동네 문방구에서

새 공책을 살 때 느꼈던 두근거림이

다시 살아나는 것만 같았어요.


노트를 다 만들고 나니,

이번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잉크를 만드는 공간이 보였어요.


잉크스탠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나만의 잉크 컬러를 조합하는 체험이거든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높은 카운터 앞에 섰더니,
눈앞에 작은 실험 키트 같은 세트가 차려져 있었어요.


투명한 스포이드 병에 담긴

14~17가지 기본 잉크 색상들이 쭉 진열되어 있고,
옆에는 작은 비커와 스포이드,

섞은 잉크를 시험해 볼

종이와 유리 펜까지 준비돼 있었죠.


왠지 화학실험 시간처럼

느껴져서 살짝 긴장됐지만,
동시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이 피어올랐어요.


어린 시절 물감 섞어 새 색깔 만들어보던 기억,

다들 있으시죠?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직원의 간단한 설명 후에

저는 바로 색실험에 들어갔습니다.
먼저 마음에 드는 기본 색상 몇 가지를 골라

작은 플라스틱 컵에 한 방울씩 떨어뜨렸어요.


저는 평소 좋아하는

푸른색 계열을 만들고 싶어서

파랑, 초록, 보라를

조합해 보기로 했답니다.


한 방울, 두 방울…

스포이드로 잉크를 떨어뜨릴 때마다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종이에 찍어보며 조합을 기록했어요.


가끔 원하는 색이 안 나오면

물로 싹 헹구고

처음부터 다시 해보고요.


직원분이 옆에서 필요하면

살짝 도와주셨지만,

기본적으로는 제가 주인공이 되어

실험을 주도하는 느낌이라

더욱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정말 한 방울 차이로

색깔이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그 과정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제가 원하던

깊고 고요한 푸른색 잉크를 만들어냈어요.


제 레시피는

파랑 몇 방울,

보라 몇 방울,

초록 한 방울이었는데요.


완성된 색을 직원에게 보여드리니

“오, 이 색 정말 예쁘네요!” 하고

함께 감탄해 주셨어요.


제가 직접 만든 색이라 그런지

애착이 남달랐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조합을 직원에게 알려주면,
직원이 전문적인 용액으로

동일한 비율의 잉크를 정식 병에 담아 만들어주세요.


기다리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며 구경했는데,
약 30~40분 후

제 맞춤형 잉크병이

예쁜 상자에 담겨 나왔습니다.


조그만 카드에

제 잉크의 배합 비율(레시피)도 적어 주셨는데,
이걸 보니 정말

제가 창작한 작품 같더라고요!


완성된 잉크병을 받아 드는 순간,
마치 제 감정과 이야기를

한 병에 담은 느낌이라 뭉클했어요.


진한 푸른빛 잉크를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설레는 거 있죠.


함께 준 레시피 카드를 보니

“아, 이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직 나만의 색이구나”

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이 경험 덕분에

평범한 잉크 한 병이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편 잉크와 노트뿐만 아니라,

잉크스탠드 매장 한편에는

다양한 필기구와 스탬프,

자잘한 문구류들도 진열돼 있었어요.


펜 하나, 지우개 하나도

예쁘고 개성 있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작은 스탬프들,

빈티지한 클립,

색다른 연필깎이까지......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물론 저는 이미 잉크 만들기에 흥분해서

충동구매 욕구를

꾹 참느라 애를 먹었지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동네 문방구에서도

이렇게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나만의 것을 만들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라면

분명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향하지 않을까요?


잉크스탠드 매장에서 나만의 잉크 색상을 조합하는 체험 모습


잉크스탠드의 브랜딩 포인트

『익숙한 것을 새롭게』

도쿄 잉크스탠드에서의 경험을 곱씹으며,
이 가게가 왜 특별하고 성공적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결국 브랜딩의 핵심 포인트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한국의 문구점들도

여기서 배울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첫째, 저렴한 대량판매에서 벗어나

고급 맞춤형으로의 변신이에요.

잉크스탠드는

원래 평범한 문구 판매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주문제작 문구를 내세우고 있죠.

그냥 완제품 노트를 파는 대신,
고객이 직접 참여해서

노트와 잉크를 만들게 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였습니다.


사실 이런 변화 뒤에는

시대 흐름에 따른

생존 전략도 숨어 있어요.


잉크스탠드의 모회사인

‘카키모리(Kakimori)’의 히로세 타쿠마 대표는
원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져온

70년 전통의 문구 도매업을

가업으로 두고 있었대요.


그런데 온라인 B2B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예전 방식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
2000년대 후반에 과감히 기존 사업을 접고

이색 문구점으로 방향을 튼 것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쓰는 문화(Writing Culture)를 지키고 싶다”는
히로세 대표의 신념으로,
2010년 도쿄 쿠라마에에 카키모리를 열었고,
'콘셉트는 ‘즐겁게 쓰는 사람을 위하여’였어요
말 그대로 카키모리.

처음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걱정도 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문구 애호가들의 성지로

떠올랐다고 해요.


디지털 기기에 밀려난 줄 알았던

종이 노트가
오히려 사람들 마음에

새로운 설렘을 불러일으킨 것이죠.


실제로 카키모리 맞춤 노트가 인기를 끌면서

손님들이 지갑을 여는 규모도 커져,
예전엔 노트 한 권에 1,000엔 남짓 쓰던 사람들이

이제 2,000엔도 기꺼이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과 PC가 넘치는 세상이라
오히려 손으로 쓰는 행위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히로세 대표의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죠.


이렇듯 고객 경험에 투자한 만큼

지불의사도 높아지는 것을 볼 때,
한국 문구업계도 시사하는 바가 커요.

사실 잉크스탠드에서

잉크 한 병 값이 2,500엔

(한화 약 2만 3천 원 정도)으로 저렴한 편은 아닌데도,
한 해외 블로거는 “작은 잉크병치고는 비싸지만 나만의 색과 특별한 경험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평했어요.


그만큼 사람들은 돈 이상의 가치를 느꼈다는 뜻이겠죠.

평범한 문구도 이렇게 경험을 입히면 프리미엄이 된다—
이 점이 잉크스탠드의 첫 번째 성공 포인트였어요.

둘째, ‘커스터마이징’의 매력

오직 나만의 개성을 찾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잉크스탠드에서는

제가 손수 만든 노트와 잉크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템이 됩니다.


이건 어디서 돈 주고도 못 사는

나만의 보물인 거죠.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도

이런 개인화된 취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잉크스탠드는

정확히 그 심리를 파고든 셈이에요.

색을 섞고 노트를 꾸미는 과정에서
고객들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제품에 불어넣습니다.


그래서 결과물인

노트와 잉크에는
단순한 문구용품 이상의

정서적 가치가 깃들어요.


실제로 잉크스탠드의

맞춤 잉크 서비스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입소문이 났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꼭 예약하고 찾는

인기 코스가 됐다고 해요.


“쓰기 위해 잉크를 만든다”기보다
“내 이야기를 표현할 색을 만든다”는 느낌이니까,
남녀노소 국적 불문하고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카키모리 매장의 맞춤 노트 코너. 여러 가지 색상과 재질의 노트 표지와 속지(내지)가 작은 칸마다 정리되어 진열되어 있습니다.


셋째, 오래된 전통과 스토리를 잇는 힘이에요.

앞서 말했듯

카키모리/잉크스탠드의 배경에는

3대를 이어온 문구 가게 가업이 있습니다.


히로세 대표는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문구점 집안에서 자라며,
문구의 영광과 침체를

모두 지켜봤다고 해요.


한때는 문구가 귀하던 시절에서
대량생산 시대를 거쳐

디지털화로 가치가 떨어지는 모습까지,
그는 어린 눈으로 다 목격한 거죠.

그래서인지

“펜과 종이가 단순한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게 안타까웠다”라고 합니다.

이런 배경 스토리가 있으니,
가게의 콘셉트와 철학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거예요.

잉크스탠드에 가면

단순히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까지 산다는 느낌이 듭니다.


창업자인 히로세 씨가

왜 이 가게를 시작했고 무엇을 추구하는지가
공간 곳곳에 묻어나니까요.


예컨대 잉크스탠드 옆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면 かきもり(카키모리)
직역하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쓰기의 즐거움을 널리 전하고 싶다”라는

메시지가 보이는 대목이죠
이는 어릴 적 아버지 서랍에서 발견한

한 통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거라고 해요.

(그 편지는 누렇게 바랬지만

붓글씨로 정성껏 써 내려간 러브레터였고,
색이 바래지 않은 진심이 느껴져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는 일화랍니다.)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립니다.


한국 속담에 “정성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
잉크스탠드의 정성과 역사도

고객들에게 통하고 있었어요.


넷째, 평범함을 새롭게 만드는

고객 경험 디자인입니다.

잉크스탠드에서는

우리가 익숙히 써온 공책, 잉크 같은

평범한 물건들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노트의 커버와 속지를 분해해

취향대로 재구성하고,

잉크의 색상 요소를 쪼개어

나만의 색을 조합하는 식이죠.

이 과정에서 고객은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돼요.
“노트 한 권, 잉크 한 병에도

0⁰내가 담길 수 있구나!” 하고요.

저는 잉크스탠드에서 잉크를 섞으며
문구를 넘어서

작은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이것이 바로 맥락의 전환이 주는 힘 같아요.

그냥 진열된 문구를 판매했다면

느낄 수 없었던 창의적 즐거움이,
맥락을 살짝 바꿔 고객이

참여하도록 디자인하니 생겨난 거죠.


요즘 해외에서는

이렇게 아날로그 감성을 재발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Forbes 지에서는 평범한 문구류의 부활을 가리켜
‘스타셔너리-코어(Stationery-Core)’라는

재미있는 용어로 소개하기도 했어요.


한때는 필수품에 불과했던

펜과 노트가
이제는

아름다움과 장인정신,

마음의 평정을 주는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재조명되고 있고,
이는 단순한 복고 유행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균형을 찾으려는

문화적 변화라고 하더군요.


실제 세계 문구 시장도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라고 해요.


2024년

약 1,475억 달러 규모였던 시장이
2034년엔

2,137억 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라고 하니,

꽤 놀랍죠.

결국 사람들이

다시 종이와 펜에 마음을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테고,
잉크스탠드는 그 선두에서

평범한 문구를 새롭게 탈바꿈시킨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흐름이 보여요.

가까운 일본은 잉크스탠드 외에도
이토야(伊東屋) 같은

100년 전통 문구점이

젊은 감각으로 매장을 꾸며

재도약했고,
트래블러즈 팩토리처럼

여행자들을 위한

감성 문구숍도 인기예요.


대만이나 홍콩에서도

아날로그 문화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데요.


홍콩에서는

무려 120년 전통의 종이상점 집안 출신인

클레어 예이츠(Claire Yates)라는 사람이,
자신의 증조부 때부터 내려온

문구 유산을 바탕으로
2013년 ‘라이언락 프레스’라는

새로운 문구 브랜드를

성공시킨 사례가 있어요.


옛 가족 가게

(중완 포팅거가에 있던 Che San 문방구)는
1990년대에 문을 닫았지만,
그녀는 그 추억과 스토리를 이어받아

현대적인 문구 선물 사업으로

재해석한 거죠.

이렇듯 전통과 현대를 잇는 스토리텔링이 담긴

브랜드들은
세계적으로

서서히 팬층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동네 문방구를 떠올리며

잉크스탠드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문득 한국의 동네 문방구들이 생각났어요.


학창 시절, 학교 앞 조그만 문방구에 들러
새 공책이랑 필기구를 사던 기억,

다들 있으시죠?

제가 어릴 적 단골이던

동네 문방구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도 떠오르고요.


그런데 그 가게들은

이젠 다 어디로 갔을까요?

현실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숫자가 보입니다.

1990년대에 전국에 3만 곳이나 되던

문방구가
최근에는 7,800곳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해요.
불과 몇십 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거예요.

학교 앞 문구점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고,
동네 작은 문방구들은

다이소 같은 값싼 생활용품점이나
온라인몰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았죠.

저출산으로 학용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가,
코로나 시기에는

학교 비대면 수업으로

문방구 매출이 더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이 깃든 공간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죠.

하지만 동네 문방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 이상의 의미였다는 걸,
우리는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학용품을 사러 가서
사탕 하나 더 얻어먹던 추억,
새로 나온 캐릭터 연필을 보며 즐거워하던 순간들…

문방구에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와 정서가 스며 있거든요.

그래서 그 공간들이 사라지는 게
더 아쉽게 느껴지는지도 몰라요.

문구는 물건이 아니라

추억을 판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쩌면 문방구 주인아저씨도

연필 한 자루 건네주며
우리 어린 날의 꿈을

함께 팔아주셨던 건 아닐까요?

디지털 시대라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잉크스탠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어요.


‘전통 문방구도 맥락만 잘 바꾸면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랄까요.

문방구가 단순히 연필 한 다스,

공책 한 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잉크스탠드처럼

고객이 참여하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았어요.

실제로 한국에서도

그런 시도를 한 곳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서울 성수동에 있는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라는

문구 편집숍은,
감각적인 문구와 소품을

큐레이션해 놓고
향이나 음악 등

공간 분위기까지 세심하게 연출해서
MZ세대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죠.


또 온라인으로 편지지를 주문하면
대신 손 편지를 써서 우편 발송까지 해주는
‘글월’ 같은 서비스도 있었고요.


아직 잉크스탠드처럼 고객 경험 측면에서

소매점 이상의 경험 공간으로

바뀌고 있나 싶지만

이런 시도들은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갈증이
분명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릴 적 문방구에서 느꼈던 설렘을
요즘 세대도 몰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테니까요.


오래된 것을 새롭게, 맥락을 바꿔보면…

잉크스탠드에서 나온 저의 발걸음은 가벼웠어요.
한 손에는 내가 만든 노트와 잉크가 들려 있고,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결국
오래되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하는 비결은

‘맥락의 전환’
이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잉크스탠드는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문구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공간이었고,
그 핵심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준 것이었죠.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다들 전자펜만 쓰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펜과 종이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만들어준 무대랄까요.


저는 잉크스탠드에서

단순히 물건을 쇼핑한 게 아니라,
제 이야기를 한 켠에 담아 오는

특별한 여정을 경험했어요.

한국의 문방구들도

이런 전환을 이뤄낸다면,
전통 문구의 멋과 아름다움이

현대 속에서 이어지며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도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여러분에게 문구란
그냥 글씨 쓰는 도구인가요,
아니면 추억과 이야기를 담는

작은 예술품인가요?

잉크스탠드처럼

익숙한 것의 맥락을 살짝 바꿔 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공간들도
언젠가 새로운 설렘을 선사해주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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