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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보지기 Jun 17. 2023

매일 한꺼풀 가벼워지기.

첫번째. 비난을 두려워하는 마음

최근 건너건너 알게 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유는 물론 직접 물어보지 못해서 알 수는 없으나, 그 사람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명상안내자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는 갑자기 문자로 내가 자신에 대한 헛소문을 만들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으니 조심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무척 정중한 문자였지만 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기에 단호하기도 했다. 


오늘은 어제 삐끗한 허리의 통증이 심상치 않아 집 근처의 병원을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탔는데 우리 동네 마당발 기사님이 "그래서 집에 초대는 어제 할꺼야?"라고 물으셨다(개미마을 7번버스는 '다큐멘터리 7일'에도 나올만큼 유명하다. 모든 동네 숫가락 갯수까지 알 만큼 인간적인 걸로). 우리가 이사 온 후 2년 동안 그 기사님에게 들었던 농담이지만 코로나 기간에는 웃어 넘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왠지 '진짜 초대를 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인사드리고 가끔 무언가를 나누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을 집에 한꺼번에 정식으로 초대를 한 적은 없기에 순간 부담감이 덜컥 들었다. '아, 어떻게 그 많은 분들을 초대 드리지? 누구만 초대드리면 서운해 하실 텐데......' 이 생각은 방금 전 설겆이를 할 때까지 이어져 결국에는 '아, 왜 자꾸 초대하라고 하시는거야? 부담스럽게......'라는 기사님에 대한 원망으로도 이어졌다.


요근래 일어나는 불편한 일들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다 우연히 예전에 읽었던 '상처 빋지 않는 영혼'의 저자, 마이클 싱어가 생각나 그의 이름을 유뷰트에 검색하여 'Sounds True(사운즈 트루: 미국 영적 수행에 관한 팟캐스트, 교육 프로그램 콘텐츠 플랫폼)'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마이클 싱어는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저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는 그 모든 것들 속에서 우리 마음의 '알아차림' 자리로 돌아와 '놓아주기, 허용하기(letting go)'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전혀 심각하지 않은, 아니 참으로 유쾌한 팟캐스트를 들으며 설겆이를 하고 옷 정리를 하다가 문득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요 며칠, 아니 사실 요 몇달, 아니아니 평생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엄청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었구나.
간혹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까 조심하는 것도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좋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할까봐 두려웠구나.
이웃 어르신들도 정말 그 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초대하지 않으면 내가 혹시나 버릇없고 이기적으로 보일까 더 걱정하고 있는 거였구나.
명상수행이나 안내를 할 때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더 자격이 있어' 보이도록 애쓰고 있었구나. 
결국 내가 하는 거의 90%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나의 이상적 모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였구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했다고 생각했던 행동조차 간혹 '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이 사람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한 것이니 결국은 '나'를 위해 한 거였구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 생각의 끝에는 빙그레 웃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랬구나. 혼나기 싫고, 오해당하기 싫고, 비난당하기 싫고, 칭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내가 있구나.


어제 마보 수업시간에 우리 마보과정 수강생분들에게 드렸던 말씀이 생각났다.

여러분, 어떤 생각이나 행동이 떠오를때 그것이 내 마음의 본성, 궁극적 지혜에서 나온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바로 그것이 두려움에 의한 결정인지 아니면 사랑에 의한 결정인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오늘 나는 또 한번 오랫동안 나의 생각과 행동을 형성했던 묵은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사람으로 비춰질까 하는 두려움. 그 두려움때문에 하고 있는 수많은 생각과 행동들.

자, 그것들을 향해 웃으며 큰 절을 한다.

이제 그 한꺼풀의 오랜 습관을 놓아줄 때가 되었다.

어쩜 생각한 것보다 더 무섭고 두꺼운 습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루에 한번씩 그것이 드러날때마다 벗겨 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많이 가벼줘 질 것이다.


더도덜도 말고 매일, 한꺼풀씩만 가져워지자.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 마음의 본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기쁨이라는 본성. 삶 그 자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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