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대한 슬픈 이야기

나는 네가 과자를 먹는 것을 보았다

by 마봉 드 포레

나는 서른네 살까지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


고3 때 다이어트를 해보려고 한 적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도는 해봤다. 지금보다 20키로나 덜 나갈 때의 일이다. 지금 내가 그 몸무게였으면 사람들이 어머어머 저분 망측하게 왜 저러고 다녀요?! 할 정도로 하고 다닐 것임을 약속한다(근데 지킬 일이 없을 것 같다!!!).


당시 독서실에 다니면서 아무래도 군것질을 많이 하다 보니 건너편 편의점 문에 달린 딸랑딸랑 종이 부서지도록 들락날락 했었는데, 이젠 그 편의점하고도 잠시 멀어져야 했다. 다이어트 방법은 간단했다. 하루에 커피 한잔(아무래도 잠은 깨야 하겠기에) 이외에는 밥 세끼 말고 어떤 것도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실 나는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거의 없었다. 살쪄도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았다. 교복 치마 허리 좀 끼는 거 말고는 그닥 사는데 불편한 것도 없었고 잘 보일 사람도 없었고 떡볶이는 맛있었으니까.


그런데 나보다 허리가 3인치나 가늘은 동네 친구가, 우리는 다이어트가 필요해! 라면서 갑자기 다이어트를 하자고 불을 질렀다. 딱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없었기에 그냥 그러지 뭐,라고 시작을 했다.


고 3.


쉬는시간과 수업시간을 불문하고 책상과 책상 사이로 과자봉지가 건너다니던, 새우깡만 먹어도 그렇게 맛있고 뭐든 먹고 싶던 그 시절. 500원짜리 캔커피가 그렇게도 달고 꼬소롬하고 맛있던 그 시절은 지금 스타벅스가서 5천원이 넘는 커피를 사먹고 다닐 때보다 더 세상이 맛있고 즐거웠다.


암튼간에 애들이 코앞에 과자를 들이대며 이것아 니가 이래도 안먹어? 이래도 안먹어? 하면서 고문할 적에, 으으으윽 나는 모르오!!! 하며 유혹을 뿌리치고 삼시세끼 밥만 먹으며 꾹 참던 그 인내와 절규의 나날들이여! 지금 그때의 인내심 10분의 1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홧김에 질러버린 이런저런 가루들과 즙들을 다 먹으며 운동해서 살을 빼련만...


그러나!!!


열흘인가가 지났을 때였다. 혹은 두 주일인지도 모른다. 한달까지는 안 했던 걸로 기억하는걸 보니 그쯤 됐던 거 같다. 그 다이어트 같이 하자고 꼬드긴 애가 뭔가 필기 좀 빌려달라며 지가 오는 것도 아니고 지네 집으로 좀 와달랜다. 딱히 못 갈 이유는 없어 그냥 철레철레 갔다(ㅇㅇ 나 호구 맞다). 그리고는 경악의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노무 기지배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언제 내가 다이어트를 했었냐는 듯한 자연스러운 태도로 과자를, 그것도 그 시절 큰 슈퍼나 가야 파는 당도 높고 기름진 수입해 온 과자들을 입에다 처넣고 있었던 것이다. 걔가 다른 반이어서 몰랐는데 나만 계속 다이어트하고 있었고 그 ㄴ은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때려치고 과자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뭐 어차피, 내가 절실히 필요해서 시작한 다이어트도 아니고 승질 확 나버려서 나도 다이어트를 때려 쳤다. 나 혼자 바보된 것 같아서 기분도 드러웠다. 그 이후로도 걔는 누가 봐도 말랐는데도 맨날 나 살빼야돼, 살빼야돼를 연발했다. 대학 가서도 그러고 다니는 것 같았다. 어이구 술이나 줄이고 말해라.


이제는 내가 절실히, 건강상의 이유(각종 성인병 줄줄)와 경제적 이유(옷을 전부 새로 사야 한다) 등으로 다이어트가, 체중감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로, 오늘의 결론:

다이어트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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