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쩌란 말이냐 이 어설픈 재능을
6월 23일에 들어와서 오늘로 딱 3개월 됐습니다.
뭘 했을까요 그동안?
뭔가 약간 "아, 나 대체 뭐 한 거람... 졸 쓸데없는 짓만 진짜 열심히 했네... 회사일이나 열심히 했어야 했나..."라는 현타가 옵니다.
(브런치 눈팅하고 글 올리며 노느라 생업을 정말 게을리했습니다. 진짜로요. 제가 멀티가 안되거든요. 하나만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조금은 이제... 자제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원래 뭘 해도 금방 질리는 사람인데 이번 취미는 그래도 꽤 오래 했네요.
일상생활과 병행하는 방법을 좀 찾아봐야 하는데 잘 안 되네요.
전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요?
제가 올해 점(신점)을 두 번 봤습니다(※천주교 신자인데 가끔 독실한 샤머니스트로 돌변함).
물어보고 싶은 건 하나였어요.
"내가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까?"
● 점쟁이 1(젊은 여성. 기가맥힌다고 소문나 우리 회사 및 옆회사 사람들까지 안 가본 사람 없음)
점쟁이 1: 안 돼요(단호).
나: 그래도 어떻게 좀!
점쟁이 1: 재능도 뭐 없는 건 아니고 아주 안 풀리는 건 아닌데, 대박치고 그런 건 없어요. 잘해야 월 100 벌고 그런 정도...
나: ㅜㅜ 그거 갖고 안되는데... 힝...
점쟁이 1: 회사에서 이미 마음 뜨셨네. 님은 글 써도 방 안에 앉아서만 쓰면 안 되고 나가서 사람 만나면서 써야 돼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라는 건데...
나: 만날게요! 회사 아니어도 만나면 되죠!
점쟁이 1: 아휴... 정 회사 그만두고 싶으시면 2년은 있다 관두세요.
나: (아 뭐야 이놈의 점쟁이들은 맨날 뭐만 하면 2년이래...)
● 점쟁이 2(나이 좀 있는 아저씨. 전화로 상담. 전화로 뭘 얼마나 알려주려나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크리티컬 한 거 다 맞췄대서 희망을 걸고 해 봄)
점쟁이 2: (아직 아무것도 물어본 거 없는데 다짜고짜 말함. 일단 반말) 작년까지 하던 일 그만하고 인제 다른 일 해야 된다고 나오는데?
나: 네?(솔깃) 뭔데요 그게?
점쟁이 2: 그건 나도 모르지! 하려던 거 있어?
나: 글 쓰는 중인데요... 소설...
점쟁이 2: 음... 별론데... 무슨 소설?
나: 파... 판타지요.
점쟁이 2: 어 그건 괜찮아. 일반 소설 이런 건 안돼(어차피 쓸 줄도 모름). 판타지는 괜찮아. 근데 넌 역마살이 껴서 돌아다니면서 써야 돼! 한자리에 앉아서 쓰면 안 돼!
나: (어라? 묘하게 점쟁이 1 하고 겹친다?) 아니 무슨 글을 돌아다니면서 써요? 글은 앉아서 써야죠.
점쟁이 2: 역마살 있어서 어쩔 수 없어! 정 안되면 글 쓰다 여행이라도 가!
나: 아... 그런 거야 뭐...
점쟁이 2: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가면서 써야 하니까 방송작가 같은 것도 괜찮아! 아무튼 혼자 방구석에서 쓰는 건 안돼!
나: (TV 어떻게 켜는 줄도 모르고 드라마 안 본 지 10년도 넘음) 네...
점쟁이 2: 그래, 아무튼 그런 쪽으로 가면 대성해! 그렇게 되면 나를 잊지 마라!
나: 아이고 이를 말씀이십니까.
(통화 종료)
젠장... 난 방구석에서 쓰는 게 좋단 말이다!
결론: 더 용한 곳을 찾아봐야겠다.
뭐 이런 얘기였어요. 어쩌라는 건지 원.
오늘 남은 오후 앤드 저녁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