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처음 응급차 타본 썰

내가 아파서 실려간 거 아님 주의

by 마봉 드 포레

(글 쓸게 없어서 예전에 페북/인스타 올렸던 글 베껴 올리는 중)

(전문용어로 '재탕' 또는 ‘콘텐츠 잔존가치 추출학(Content Residual Value Extraction Studies)‘이라고 한다)

(작성일은 작년 6월임)


평생 처음 응급차 타본 썰 푼다.


한 시간 반만 있으면 퇴근시간인 설레는 금요일 4시!

갑자기 외주 개발자 분이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숨이 가쁘고 하늘이 빙빙 돈다고 했다.

그 와중에 걱정돼서 자기가 직접 119 부르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119 진짜 금방 왔다.

보호자 타세요! 하는데

우리 다 가족이 아닌데 우짜지...? 하고 서로 쳐다만 보고 있었더니

"그럼 보호자 없이 그냥 갑니다!" 하고 문을 닫고 가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 부서 업무 해주시는 외주 인력이니 지금 현재 책임자는 나였다.

만약에 혹시라도 잘못되면 가족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니 혼자서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문 닫고 떠나는 응급차 창문 두들겨서 제가탈께욧!!! 하고 세워서 타고 갔다.


응급차 타고 가면서 느낀 점.

생각보다 차들이 안 비켜준다.

근데 비킬 공간이 없어서 못 비키는 차도 많았다(우리나라 도로 좁다ㅜ).

하지만 대부분 비킬 수 있으면 다 비켜주었다. 그런 와중에 응급차 오는데 가로질러 자전거 타고 가는 썩을놈도 봤다. 쉴러벨노므쉬키 네놈 실려갈 때도 꼭 너 같은 놈 만나길 빈다.


응급실 도착해서 입원수속 해주고, 가족분들 연락하고 옆에 앉아 있는데,

개발자 양반 계속 숨 가쁘게 쉬고, 하늘이 돈다고 한다.

근데 CT, 혈액 다 결과는 정상이란다.

수액이 들어가면서 환자 호흡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오고 땀이 식으면서 온몸에 힘이 빠지는지 환자는 잠들기 시작했다.

"제가 인제 좀 졸려서요. 잠들까 봐 미리 고맙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정말 고맙습니다. 좀 있으면 퇴근시간인데..." 개발자 양반이 말했다. 왠지 유언 같아서 말 그만하고 주무시라고 막아버렸다.


근데 개발자 양반이 잠들기 시작하자 맥박이 막 떨어지며 갑자기 바이탈에 빨간 램프가 들어왔다.

간호사를 부르자 잠들기 시작하는 양반을 막 때리면서 깨웠다. 나한테는 잠들려고 하면 보호자분이 깨워주세요! 하고 가버렸다.

'왜지...? 잠들면 죽나...?'하고 생각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잠들지 못하게 말을 계속 시켰다.

이거야말로 말로만 듣던 남산 잠 안 재우기 고문, 혹은 '김일병 잠들면 안 돼!'인가.

더 이상 할 말도 떨어질 무렵 파주에서 1시간 반 걸려서 부인과 아들이 도착했다.

환자 상태와 실려오기 전 상황 얘기해 주고 교대하고 밖으로 나왔다.

응급실은 보호자가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는 것도 그때 알았다.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급하게 나오느라 들고 있는 게 회사 패스랑 핸드폰밖에 없었다.

다행히 카카오택시가 있어서 회사로 돌아올 수는 있었다.

회사 돌아오니 7시. 옆 부서는 야간작업 준비하는 40대 병약한 아저씨들이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니 남의 일이 아니라며 두려움에 떨었다.

자정쯤 부인분한테서 그분 무사히 퇴원했다고 고맙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의 교훈

1. 응급차가 오면 무슨 짓을 다 해서라도 길을 비켜주자

2. 응급차에 누가 실려가면 보호자를 딸려 보내자

3. 응급차도 빨리 오고, 진료도 금방 봐주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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