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자랑하는 거 맞습니다
주말이다. 아직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토요일이다. 일요일은 이미 월요일 걱정으로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러니 오늘을 최대한 즐겨야 한다. 아침 볼일들은 다 봤고, 세탁기 다 돌아갈 때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이제 배달 온 케이크를 뜯어서 이 즐거운 토요일에 남들 질투 좀 유발해 볼까, 후훗.
동네에 진짜 기가 맥힌 디저트 가게가 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아파트 상가에 있는데 원래는 크렘 브륄레 맛집으로 이름이 났다가 사장님이 케이크에 손대기 시작하시면서 아예 케이크 전문 디저트 카페로 전환했다. 나는 원래 이 집 저 집 커피 배달시켜 먹다가 이 집 커피 먹어보고 정착했다가, 배달 금액 채우려고 스콘이나 크렘 브륄레 같은 것들을 같이 주문하면서 팬이 되었다.
(사장님한테 단돈 1원도 받은 거 없는 순수한 동네자랑이다)
사장님이 케이크 만들기 바빠서 스콘은 인제 안 하는데, 스콘도 꽤 맛있었다. 동선이 안 맞아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굳이 먼 길을 돌아서 몇 번 가 봤다. 가게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테이블 4-5개 정도 있고 인테리어도 아늑하다. 노트북 두고 오래 앉아있을 분위기는 아니어서 주로 배달로 먹는다. 집에 앉아서 잘 뽑힌 커피에 맛있는 케이크를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며칠간(그래봐야 5일) 브런치에 아무 글도 안 썼다. 쓸 것도 없고, 그동안 과도하게 많이 쓴 것도 사실이니(3개월 동안 글 100개라는 것이 꽤 높은 숫자라는 것을 100개 기념 글의 댓글 보고 알았다), 잠시 쉬면서 브런치 내에 암약하는 파워 댓글러로 살아가려고 잠시 글쓰기를 멈췄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댓글 다는 것도 귀찮아져서 누워서 라이킷만 겨우 누르게 되었다.
쓸 게 없었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여행 얘기도 써야 하고, 장르실험도 써야 하고, 감성 없는 감상문에 '내가 읽고 운 책'이나 '읽고 나서 불쾌한 책(무서워서 불쾌와는 다름)' 같은 공유하고 싶은 책 이야기도 써야 하는데, 쓰고 싶은 감정을 꽉꽉 눌렀다. 추석연휴가 끝나기 전까지 지금 쓰고 있는 '내 글을 몰라보는 더러운 세상, 네가 나를 외면한다면 내가 너를 찾아가 주마(현피 아님)'라며 이를 악물고 쓰는(?), 시류에 굴복한 글을 빨리 완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휴가 지나면 회사일이 바빠서 글이고 뭐고 쓸 시간도 없을 예정이라 미룰 수가 없다. 생전 처음으로, 마감의 압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럼 다시 본업(미래의)...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진 설명을 좀 하고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
1. 케이크 접시: 원래 그냥 흰 접시 쓰는데, 오늘 사진을 위해 빈티지 느낌 나는 접시 한번 꺼내 봤다.
2. 차: 무명독자 작가님께서 전파해 주신 오렌지 보스(진짜로 케이크에 너무너무 잘 어울린다).
3. 머그: Yes24에서 책 사고 받은 사은품. 제인 오스틴의 '설득' 글자만 찍어놓으면 내가 안 살 것 같지?
4.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엔터프라이즈 NCC 1701-D. 나는 원반부가 완전한 원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놓고 보니 타원형이다. 타원형인지 원형인지 다시 파악하기 위해 시즌 1부터 다시 달릴 예정이다. 물론 지금 쓰는 거 다 쓰고 나면(시즌 7까지 있고 전체 에피소드 숫자는 백 몇십개라 함부로 시작할 수 없다)...
5. 독서대에 놓인 아이들은 우리 애들... 굿즈 만드는 쇼핑몰에 디자인 업로드하고 돈만 내면 자기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규조토 코스터인데 저렇게 만들어놓고 나니까 도저히 그 위에다 컵을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장식으로 사용하고, 실제 컵은 종이로 된 코스터에 올려놓고 산다. 케이크 사진 찍으려고 더러운 마우스패드 치우고 간지 빠지는 선풍기도 치우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있는 얘네들도 배경에 찍혔는데, 다 찍고 보니 왠지 한입씩 먹여줘야 할 것 같은 위치다.
빨래 다 돌았다. 이제 건조 돌리고 다시 글 써야겠다.
모두 주말 잘 보내시길.
참고로 어제부터 금토일 3일간 소래포구 축제한다. 차 엄청 많아서 주차할 곳 없으니 혹시라도 오실 분들은 대중교통 이용 추천드린다. 올해 초대가수는 누군지 모르겠다(원래 동네사람들은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