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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나

그 참새는 날아가 버렸다

by 마봉 드 포레

5년 전 오늘.

웬 이상한 질병이 온 세상에 퍼지더니, 다니던 비행기들이 죄다 멈추었다.

회사에서 "월급 안 받고 몇 달만 안 나올 사람?" 하며 지원자를 찾던 코시국 시절의 이야기이다.


동네 산책 중에 아파트 단지 안에서 참새를 발견했다!

참새는 사람들이 지나가도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다른 참새들보다 크기도 작고, 털 색깔은 신기하게 초록색이 살짝 도는 이상한 참새였다.

새는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산책하던 강아지가 짖고 위협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쪼끄만 주제에 당당하게, 날 줄도 알면서 바닥에 그냥 서 있는 참새.


참새가 어디 다쳤나 싶어서 가까이 가 보았다.

왠지 그냥 두면 밟혀 죽을 것 같아서 손에 들고 있던 바나나 들어있던 플라스틱 박스를 뜯어 참새 발 밑에 들이밀었다.

놀랍게도 참새는 그 위로 쫑쫑쫑 올라왔다!


참새를 들고 가니 사람들이 앗 참새다! 하며 쳐다보았다.

특히 지나가던 초딩들이 우와 우와! 하면서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경비아저씨가 보시더니 못 먹어서 힘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며 모이 좀 먹이고 놔두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모이를 어디서 구한다? 나는 새를 안 키우는데.

편의점에 강아지 고양이 푸드는 팔아도 새 푸드는 안 판다.


새 눈이 점점 감겼다.

죽으려는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났다.

일단 아파트 화단 뒤쪽에 바나나 상자째로 새를 데려다 놓고, 수도에서 물을 떠서 디밀었다.

하지만 새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집으로 급히 올라가서 뭔가 참새가 먹을만한 게 있나 뒤졌다.

통밀 시리얼이 있길래 뿌셔서 종이컵에 담았다.


참새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급조한 모이를 디밀었지만 쳐다도 안 보았다.

역시 쥐약이라도 먹고 죽어가는 건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참새가 총알 같은 속도로 휘리릭! 날아가버렸다.

상자에는 똥만 한 무더기 싸 놓은 채...


아놔... 이 새 새끼가...


Gemini_Generated_Image_musjmymusjmymusj.png 나무, 꽃, 풀이 있는 아파트단지 화단 안에 참새가 눈 감고 앉아있다. 그 옆에는 모이와 물이 담긴 종이컵이 하나씩 있다. X은 그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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