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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

추석연휴, 추석연휴, 추석연휴

by 마봉 드 포레

2017년 추석연휴 끝나던 날부터, 나는 오늘만을 기다려 왔다.


2025년 추석연휴.


10월 10일 휴가 붙여서 10일 쉬는 귀한 연휴. 이제 이 연휴 지나가면 10일 쉬는 연휴는 202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 이후에 2031년에도 긴 연휴가 있지만, 그때쯤엔 내가 매일 연휴일 수도 있으므로 그렇게 먼 미래까지는 생각하지 말고, 이번 연휴를 빈틈없이, 보람차게, 한 점 부끄럼도 후회도 없이, 끝장나게(대체 뭘 하려고?) 보내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휴를 위해 준비해 온 모양이다. 오늘 인천공항 갔더니 이야아~ 장기주차장에 이중주차 할 자리도 없었다. 엄청났다. 이미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정도면 내일 아침부터 인천공항 주차장은 주차 전쟁일 것이다. 시내에 들어오니 고속도로 진입하려는 차들 때문에 일반도로까지 꽉 꽉! 막혀 있었다. 3km만 더 가면 집인데 그걸 못 가서 신호를 몇 번 기다렸는지.


항공사 직원들은 성수기에 여행 가는 걸 싫어한다. 남들이 여행을 많이 할 때가 가장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행기에 자리가 있어야 탈 수 있는 신세라 비수기에 가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이기도 하다. 나처럼 딱히 연휴에 어디 안 가는 사람들은 연휴 동안 먹고 마실 거리를 구비하기 위해 마켓컬리나 배달음식을 고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연휴가 끝나가면 눈물을 흘리며 가르시니아, 클렌즈 같은 거 검색하고 있겠지.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먹어서 즐거웠으면 빼느라 고통스러운 것.


이번 연휴에는 끝내야 할 숙제도 있고, 트쌤은 회원님 이제 더 이상은 눈감아 드릴 수 없습니다,라며 협박 중이니, 연휴가 마냥 늘어지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짧을 것이다. 연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내 현재 상태는 이렇다.

- 빈티지 무드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유튜브로 틀어놓고

- 잘라놓은 멜론을 옆에 놓고 하나씩 먹으며

- 새로 산 두꺼운 대형 쿠션에 가끔 기대어 가며

- 회사 단톡방에 올라오는 얘기를 가끔 들여다보며 글 쓰는 중(현재 뭔가 작업 중이다)

- 보고 하나 올려야 하는데 어차피 오늘은 보고 받으실 분들도 천천히 보고 받고 싶으실 거라 믿으며 농땡이 중

- P 중의 P인 나도, 이번 연휴만큼은 계획을 짜서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 이런저런 생각 중이다(생각만)


해피 추석! 엄청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릴카가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고 한옥집 앞에서 블링블링한 황금색 털을 가진 슈가버터와 함께 추석 인사를 하고 있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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