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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의 여왕, 조안나 레우니스

빙판도 아닌데 스무스하게 미끄러지는 미친 스핀과 우아한 표현력

by 마봉 드 포레

스포츠댄스가 아니라 댄스스포츠입니다

댄스스포츠 - 스포츠댄스가 아니라 댄스스포츠다. 발음이 스포츠댄스가 더 쉬워서인지 스포츠댄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Dance Sports'이다. 한국어로 하면 중간에 '스스'하고 '스'가 두 개 겹치는 바람에 발음이 조금 낯설기도 한데... 아무튼 댄스스포츠다.


댄스스포츠라는 종목에 대한 설명은 인터넷 뒤지면 많이 나오니까 여기서는 초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댄스스포츠는 크게 두 종목으로 나뉜다.


라틴(Latin): 룸바, 차차차, 삼바(브라질 페스티벌 삼바와 다름), 파소도블레, 자이브

모던(Modern 혹은 Standard):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롯, 비엔나 왈츠

가장 유명한 경기: 블랙풀 댄스 페스티벌(Blackpool Dance Festival). 댄스스포츠계의 올림픽이자 모든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영국 블랙풀(리버풀 옆에 블랙풀)에서 열린다.


브런치 유저들 평균 연령(?) 감안하면 아마도 1996년 일본 영화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예쁜 여선생님(쿠사라기 타미요 분)이 준결승까지 올라갔다가 퀵스텝에서 다른 커플과 부딪쳐 망하는 그 대회가 바로 블랙풀이다. 일본어 발음이 '브라크푸-르'다 보니 미인가 번역 자막에서는 프랑크푸르라고 써놓아서 프랑크푸르트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데, 블랙풀이다.


비경기용 사교 라틴 댄스: 살사, 메렝게, 바차타 등. 이런 춤들은 같이 즐기고 노는 춤으로 댄스스포츠라고 하지 않는다.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라틴댄스 선수들 얘기를 조금씩 해보려고 하는데, 외국 인터넷에도 생각 외로 정보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래서 나도 그냥 설명은 대충 겉핥기로 하고, "제가 오늘 좋은 물건 하나 갖고 나왔습니다" 하듯이 공연 영상 한두 개쯤 같이 보여드리고 혹시라도 마음에 드시면 더 찾아보시면 좋고~ 하는 마음으로 갖고 나왔다.


조안나 레우니스(Joanna Leunis)

라틴 선수인 조안나 레우니스(1981년 벨기에 리에주(Liège) 태생)는 댄스스포츠 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2008, 2009 월드 프로페셔널 라틴 챔피언이고 2015년 블랙풀 우승을 끝으로 은퇴했다. 벨기에 사람이다 보니 언어 능력도 다양해서 영어, 불어, 독어, 네덜란드어를 다 구사한다. 어린 시절 건강 문제로 고생하다 회복 후 댄스를 시작해서 월챔을 몇 년이나 해 먹었고 지금도 강사나 심사위원, 공연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파트너이자 전남편인 마이클 말리토프스키(Michael Malitowski)와 활동하다가 2019년에 이혼했다. 지금은 현역 선수가 아니므로 공연 때마다 다른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최근 들어 댄스스포츠가 아니라 아크로바틱 요가에 가까운 난해한 작품들을 자꾸 내놔서 요새는 안 찾아보고 있다(미안해...ㅜㅜ).


조안나 레우니스의 특징으로는 빠른 회전, 우아할 땐 우아하고 역동적인 땐 역동적인 동작이 특징이다. 보통 라틴 여자 선수는 우아하더라도 스프링이 튕기는 듯한(?) 우아함인데, 이 언니의 우아할 때는 가끔 쓰러질 것 같은 병약미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다 표현력이다.


라틴 여자 선수들 중에 머리 짧은 사람이 많지가 않은데, 이 언니는 아예 숏컷이다. 근데 잘 어울린다. 백금발에 숏컷으로 하늘하늘한 하얀 의상 입고 춤추는 거 보면 요정이 따로 없다. 저런 여자가 저 인상 더럽게 생긴 놈(전남편)하고 왜 살았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뭐 사생활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퀸 오브 스핀

위에서도 말했지만 조안나 레우니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사람이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매끈하고 빠르고 정확한 스핀이다. 아무리 뒤져봐도 이런 스핀을 하는 선수는 조안나 전으로도 후로도 없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Mistress of spin 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아래 동영상은 2005년 월드 댄스 어워드에서 한 공연인데 아주 대놓고 '내 스핀 미쳤지?' 하고 돌아버린다. 보는 사람도 돌아버린다. 스핀의 지속성, 축 안정성, 스피드와 가속, 흐트러짐 없는 끝맺음, 모두 완벽 그 자체다. Sharp and exact라는 평가를 받는 조안나 레우니스의 스핀이 원 없이 들어간 차차차 공연 영상을 보도록 하자.

World Dance Award - 마이클 말리토프스키 & 조안나 레우니스 차차차 공연(2005), 출처 유튜브 natasha113

위에 공연 영상은 '조안나 레우니스 스핀'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고, 이 언니의 '온몸에 무게 1g도 안 남기고 확! 빼버리는(표현력이 딸려서 이 정도밖에 말을 못 하겠다) 그 표현력을 보려면 아마도... 이거?(아래 영상)


물론 이 언니의 영상은 무지 많긴 한데, 5 종목 중에서도 의외로 파소도블레가 멋지다. 마이클 말리토프스키가 조안나 레우니스를 휘두(?)르는데 무게가 1도 안 느껴지는 딱 그 모습을 보려면 이 동영상이 괜찮다. 한번 보도록 하자.

WDC German Open 2014, WDC professional latin, final - paso doble - 출처: 유튜브 hiptwisted

이 언니의 영상이 마음에 드셨으면 유튜브에서 더 많이 나오는데, 활동하던 시대가 2000년대 초반부터라 한창 짱짱하던 시절의 동영상은 화질이 좀 구리다. 이다음에 들고 올 율리아 자고루이첸코마리나 세르게예바(나의 최애... 언니 날 가져요)는 현역이거나 최근 은퇴한 선수다 보니 화질 좋은 거 많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천재작가 김탱고(김경훈) 님의 오마주 글도 보고가세요!

빨강과 금색의 파소 도블레 의상을 입은 조안나 레우니스. 사진출처 Desire Design by Desiree

사진 출처 : Desire Designs by Desi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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