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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 자고루이첸코 (2)

10년 연속 월챔 해먹은 바로 그 인물

by 마봉 드 포레

(지난 화 먼저 보기)


율리아는 2007년에 이탈리아 출신의 라틴댄서 리카르도 코키와 파트너가 되었다. 리카르도 역시 유럽 챔피언에 탑 클래스였으므로 두 사람은 파트너가 되자마자 바로 세계 프로대회 챔피언을 갈퀴로 쓸어 담는다. 특히 2010~2019년 World Professional Latin Champions 타이틀을 10회 연속 먹음으로써 역대 최다 챔피언 기록을 세웠다.


막스와 출 때랑 비교하자면 막스하고의 춤은 자기네 실력 믿고 날뛰는 젊은 똘끼가 살짝 들어간 춤 같은데(개인적인 감상이다), 리카르도와는 조금 더 제대로 클래식한 라틴댄스를 춘다. 기량도 둘 다 이미 무르익어 훌륭한데 기술 좋아, 표현력 좋아, 그냥 둘이 대회란 대회는 다 씹어먹고 다닌다. 얘네들 둘만 추는 영상만 봐서는 티가 잘 안 나는데, 대회 영상을 보면 다른 커플들에 비해 지들만 1.3배 정도 빨리 추는 것 같다. 거의 날라다닌다고 보면 된다.


파트너가 바뀌면서 무대 스타일도 변화가 생겼다.

● 막스 시절: 광기, 퍼포먼스, 실험성 - 날라다님. 도라이

● 리카르도 시절: 구조, 완벽함, 통제 - 기술적으로 완벽, 동작은 수학적일 정도로 정교하면서 표현력은 끌어올림. 품격이 있음.


2010년에 WSSDF 쇼댄스로 공연한 자이브(Jive) 동영상 하나를 보도록 하자. 율리아는 그냥 이 동영상으로 끝이다. 5 댄스 중에 자이브를 제일 잘한다는 평인데(물론 다 잘한다) 율리아 자이브는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게 최고 같다. 춤 다 끝나서 인사 한 바퀴 돌고 리카르도가 관객 반응 좋아서 흥이 났는지 한번 더 추는데 율리아 표정이 "또 해?" 하면서도 암튼 또 춘다. 그리고 이전에 소개했던 조안나 레우니스하고 비교하면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것 같은 턴이 아니라 정확하게 다 찍어가면서 안정적으로 도는데도 속도 1도 안 떨어진다.

Riccardo Cocchi & Yulia Zagoruychenko Show 2010 - Jive 동영상출처 유튜브 NoielaDanza Italy


이건 삼바(Samba) 공연인데, 내가 삼바를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이때 입은 의상이 너무 예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공연 영상이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동작 설명이고 뭐 그런 건 못하겠고 그냥 아~ 아름답다~! 하면서 봐 주시면 되겠다.

ulia & Riccardo Samba WSSDF 2010 동영상출처 유튜브 Rydance Love


같은 WSSDF에서 했던 파소도블레(Paso Doble)이다. 체구가 작은 선수들은 쭉 뻗어서 투우사의 간지를 표현해야 하는 파소도블레에는 아무래도 기럭지 좀 되는 선수들에 비해서 멀리서 보면 좀 가오가 떨어지는 편이다(사용하는 단어가 죄다 이모양이라 죄송). 그러나 얘네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퍽★발★이다. 이때 입은 의상도 넘 예쁘다(아는 게 없어서 의상밖에 안보임).

Riccardo Cocchi & Yulia Zagoruychenko - Paso Doble (WSSDF2010) 동영상출처 유튜브 frobot2007


율리아와 리카르도는 2019년 10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프로 라틴 챔피언십(WDC World Professional Latin)을 끝으로 은퇴해서 지금은 강의, 심사, 쇼케이스 등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7년에 이미 결혼해서 현재 아들 하나가 있는데, 은퇴 후에 한 공연에서도, 심지어 애 낳은 후에도 기량 1도 안 떨어진 모습을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동영상을 보면 체지방율 5%도 안 될 것 같은 전신 근육형이라 애도 1분 만에 뚝딱 낳았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은퇴 선언과 Honour dance를 감상해 보자. 보통 댄스스포츠 선수들이 30 중반 넘겨서까지 활동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율리아는 은퇴 때 만 38살이었다. 솔직히 좀 너무했다. 20대 한참 해먹을 나이의 애들 중에서도 장수 챔피언 38살의 율리아 때문에 우승도 못해보고 은퇴한 애들도 있었을 거다.

Riccardo Cocchi & Yulia Zagoruychenko announced retirement - International Championships 2019 DSI TV

Honour Dance는 보통 룸바(Rumba)를 춘다. 그동안 해온 경기, 공연, 연습, 선수로 활동한 시간을 떠나보내는, 마치 하늘거리는 아련한 의상을 입고 My Way 틀어놓고 선수인생 돌아보는 춰야 할 것 같은 춤을 춘다. 리카르도 율리아의 Honour Dance에서는 선수들이 리카르도 헹가래 치고 난리법석이다. 아마 '이 징글징글한 것들 드디어 은퇴하네. 쟤네 인제 없으니 나도 챔피언 좀 해보자!' 같은 마음으로 막 던지지(?) 않았을까?라는 건 내 생각이고, 두 사람이 대단한 선수들인 건 맞으니 그들도 아마 따라 울컥했을 것이다.


율리아 자고루이첸코의 비루한 감상글을 마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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