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우리 두사람 과연 미래에 누가 더 웃게 될까?
확실히 인천의 아침이 대구보다 춥다. 아니 춥게 느껴지는 건가? 다행히 어제 술을 조절한 덕에 인천에서도 루틴대로 아침을 시작했다. 간단한 명상을 하고 책을 펼쳤다. 솔직히 한강의 책을 아침에 읽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아침부터 너무 울적한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 두껍지 않는 책이었기 때문에 어제 시작한 책인데 오늘 다 읽었다. 블로그 리뷰는 나중에 작성하기로 하고 본사로 출근을 했다.
프로젝트 회의를 순조롭게 마치고 함께 사직하기로 한 기술부 부장이 술이나 한잔하자고 며칠 전에 말해서 저녁에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사무실 한편에 앉아 블로그에 후기를 작성했다. 후기를 작성하면서 역시 또 마음이 아팠다. 본사에서 먹는 마지막 점심이라고 생각되어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늦게 들어오신 사장님께서 부르더니 이제 얼굴 볼 날도 많지 않은데 이야기나 좀 하자고 하신다.(난 이미 다 먹었는데 .....)
왜 퇴사를 하는 거냐고 또 물으신다. 이미 몇 번을 이야기했고 다 결정 난 상황에서 하는 이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 아무리 진심을 알아보려 하는 질문이라 고는 하지만 너무 짜증이 났다. 그러나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소신껏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이어진 사장님의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함께 사직하기로 했던 기술부 부장이 사직 의사를 취소하고 그냥 다니기로 오늘 아침에 결정을 해서 정말 다행이란 말을 하신다. 이어진 사장님과의 대화는 사실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맞은편 사람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혼자 밥을 먹으며 이런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퇴근 시간보다 약 두 시간 먼저 사무실을 나왔다. 승인을 받고 기술부 부장도 함께 나와 저녁 장소로 이동을 했다. 함께 하기로 했던 이전 상무님께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오신다는 연락이 왔다. 부장과 둘이 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가는 도중 내가 그에게 말했다.
“다시 다니기로 하셨다면 서요? 잘 생각하셨어요”
그가 말한다.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아침에 사장님께 말씀드린 건데?”
점심시간에 사장님께 들었다고 했다. 그럼 가기로 했던 회사는 어떻게 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내일 만나서 사과하고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가 물었다. “왜 생각을 바꾸셨어요?”
그가 답했다.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또한 남은 직원들도 퇴사들을 고민해서 회사에 너무 미안해서요" 말한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문득 생각을 했다. 앞에 있는 이 사람은 며칠 전 나와 함께 회사에 사직을 하기로 한 사람이지만 지금은 서로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오늘 이 자리는 누구를 위한 자리일까? 마음을 다 잡고 다시 다니기로 한 축하의 자리인가? 아니면 그래도 불구하고 퇴사를 마음먹은 나를 위로하는 자리인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간단히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헤어졌다. 악수를 하고 헤어져 길을 가다 뒤를 돌아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는 내일부터 이전의 그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다. 그가 28년간 살아왔던 그 직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얼마 전까지 그가 그렸던 다른 미래, 다른 성공, 다른 도전을 다시 그의 품속에 접어두고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한편 나는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27년간 내가 했던 모든 것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기로 오늘 결정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마음먹었던 내 다른 미래, 성공, 도전을 위해 나는 곧 다가올 태풍 속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일상을 살아가며 품속에서 꺼낸 새로운 일상에서 살아갈 것이다.
누가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비슷한 직위에 비슷한 퇴사의 마음을 먹었으나 오늘 이 순간 서로 전혀 다른 결정을 하고 헤어지는 이 발걸음의 저 먼 미래에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옳고 그름, 맞고 틀리고 문제로 이 상황을 정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 두 사람 다 웃을 수 있는 미래는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디에 있던 자신의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그동안 수많은 책들 속에서 배워왔고 수많은 강사들의 입을 통해 들었다. 후회하는가? 그냥 그처럼 일상으로 돌아가면 조금은 더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노력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다.
51년을 살면서 처음 도전하는 용기다. 이 용기를 담을 그릇이 준비되기까지 나는 수많은 도자기를 깨면서 다시 만들고 만들어 이제 제법 마음에 드는 그릇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깨고 싶지 않다. 이 그릇 속에 내 열정과 노력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 가득 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