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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Dec 21. 2024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을 읽고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도 표현이 부족한 감정의 시간

이틀간 한강 작가의 책을 보며 눈이 침침해지는 것이 조명이 어두워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책의 대단함을 느끼며 읽어 내려갔다. 노벨 문학상을 탄 것은 둘째 치더라도 필체와 문체는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폭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상처와 고통을 풀어내는 방식은 굉장히 서정적이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내면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묘사하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의 피도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 절제된 언어 속에서 소설이 담고 있는 아픔과 슬픔이 배가되며, 오히려 더 깊은 공감과 몰입을 경험했다. 한강 작가의 문체는 광주의 사건을 단순히 폭력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 사건이 남기 감정과 상처를 은유적이고 시적인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그 고통을 나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서정적인 문체는 소설의 비극적 분위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며,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강 작가의 내 블로그 리뷰로 오늘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어 보기 전에 감정을 충분히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에 잠재 되어있던 분노와 슬픔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강 작가가 이 이야기를 쓰면서 얼마나 많은 깊은 한숨을 쉬었을 것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가며 사실을 증명하듯 써내기 위해 흘렸을 땀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은 하나의 기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이기에 작가는 더욱더 강렬한 필체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절대로 그들이 자신들이 한 만행을 잊고 살게 할 수 없다는 것에 공감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표현하는 순간에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작가가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은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음…. 책을 읽으면서 붉어지는 눈시울이 어떤 기분인지 처음 느껴보았습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들로 인해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콧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 한숨이 마치 강한 태풍처럼 허벅지에 닿는 순간에는 온몸이 시릴 정도로 닭살이 돋았습니다.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소름이 돋아 한기가 느껴져 어서 방안의 온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과연 이들의 죽음과 고통을 누가 이들에게 준 것일까? 마치 자신들이 신에게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받은 양 무참히 살육하고 그것에 대한 어떤 죄책감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그렇다면 신은 단죄할 수 있는 권한도 누군가에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왜 신은 공평하지 않을까 하는 신에 대한 부정의 감정이 느끼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능력을 신에게서 선물처럼 받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솔직히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기가 두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의 진실이 너무도 부끄럽고 대체 당신은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1980년 5월 18일(음력으로 4월 5일이면 내 7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때이니 아마 나는 돌아올 생일에 부모님께 받을 선물을 기대하며 들뜬 기분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날 그 순간 넓지 않은 대한민국의 땅의 저 한 곳에서 나와 같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욕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부끄러움에 숨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어디에 숨어도 누군가 내 심장을 찌르는 듯한 아픔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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