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호프 자런Hope Jahren
1969년 미네소타 오스틴에서 과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아 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다. 풀프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로, 2005년에는 젊고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하와이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화석삼림 연구를 왕성하게 수행했다. 식물에 비추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랩걸》을 통해 작가로서의 재능 또한 인정받았다. 2016년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그녀는 현재 오슬로 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한 쇼츠 영상에서 “글을 정말 잘 쓰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이었습니다. 그의 말에는 언제나 무게가 있었고, 그래서 고민 없이 도전해보기로 했스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 책을 내가 스스로 선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저자도 생소했고, 제목조차 낯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었는데 학업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저로서는 과학이라는 단어만 봐도 울렁증이 약간 생기기 때문입니다.
과학과 나무라니, 과연 내 취향과 맞을까? 그런 의문이 스쳤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읽어봐야 하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평생토록 관심을 두지 않았을지도 모를 이 책이, 지금 제 손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딸에게 꼭 선물하고 싶다는 유시민작가의 말에 저도 이 책을 읽고 딸에게 선물하는 아빠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첫장을 펼칩니다.
<랩걸>은 작가 호프 자런이 과학자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드라마이면서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신비함과 소중함을 전하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3부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또한 3부의 내용 속에 과학, 인생, 나무의 성장과정을 다시 3부로 나누어 독자들의 시선을 이끄는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입니다.
뿌리-이파리-나무-기둥-씨앗-열매 나무의 성장 과정은 처음 생명의 시작인 뿌리가 영양분을 공급받아 이파리를 탄생하고 힘든 과정과 고난을 이겨내고 단단한 기둥을 세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인간의 인생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저자인 호프 자런의 일대기를 통해 더욱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 책은 과학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호프 자런의 필체로 책을 읽는 내내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다는 또 하나의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편의 편지 같으면서 시집 같은 표현으로 자칫 지루하고 어려운 과학의 메시지 속에 저자 특유의 위트와 유머는 그 거리감을 없애주는 일종의 특별한 장치와 같습니다.
책의 3부로 나뉘어 있으며, 그 안에 다시 커다란 세 가지 축으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과학과 연구, 개인적인 이야기, 우정과 관계의 각기 다른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독자의 시선을 안내합니다.
제1부 뿌리와 이파리
땅위에 떨어진 씨앗이 바닥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은 동물이 어미의 뱃속에서 태어나 부모의 보호를 받는 과정 보다 더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수 백만개의 씨앗이 땅에 뿌려지지만 결국 그중에 일부만 뿌리를 내려 기둥을 형성하지만 식물을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스스로 성장합니다. 1부는 그런 식물의 성장과정과 호프 자런의 유년시절부터 과학자로 성장 할 수있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제2부 나무와 옹이
단단한 뿌리가 내려지고 나무의 기둥이 세워지고 나무는 자신의 둘레를 키워갑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옹이(나이테)속에는 나무가 성장하면서 겪는 기후와 그 고난의 과정이 마치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자인 호프 자런은 나무의 성장과정보다 더 힘들고 어려웠던 과학자로서의 과정에 대해 말합니다. 과학자로서 삶을 산다는 것은 평생 자신의 연구를 누군가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험난한 고난과 시련의 이야기를 그녀의 독특한 유머와 위트있는 필체로 때로는 아픈 감정은 한 편의 시와 같은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제3부 씨앗과 열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라는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말합니다. 식물도 사랑을 통해 씨앗을 통해 자신의 후손을 남기려는 의지는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 보다 강함을 전달합니다. 저자인 호프 자런도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진정한 과학자 그리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특유의 필체인 감성적이면서 위트있게 독자의 시선을 이끌어 갑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 씨앗이었다.
제1장 - 뿌리와 이파리 중에서 - 53 page
호프 자런의 <랩걸>은 저자의 자전적 에세이로, 식물학자로서의 연구와 개인적인 삶을 녹여낸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니라, 식물과 인간, 연구와 우정, 실패와 성공을 아우르는 삶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호프 자런의 랩걸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식물의 성장 과정과 인간의 인생이 닮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에세서가 아닙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기까지 수많은 시련을 겪는 것처럼, 한 명의 과학자가 성장하는 과정도 끊임없는 도전과 인내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식물의 생장 과정을 소개하며 자신의 유년 시절과 연결 짓습니다. 수많은 씨앗이 뿌려지지만, 단 몇 개만이 뿌리를 내려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은 마치 그녀가 여성 과학자로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학계에서 연구자로 인정받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야 했던 그녀의 경험은 마치 척박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인상적이었습니다.
과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던 것처럼, 나무도 성장하면서 기후 변화와 환경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나무의 옹이(나이테)는 단순한 나이 표시가 아니라, 그 나무가 살아온 역사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비유를 통해, 자신이 겪은 삶의 고난과 학문적 도전이 어떻게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는지를 전합니다.
과학자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평생 연구를 지속해야 하며, 그 연구가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존재 가치조차 부정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이를 독특한 유머와 시적인 문체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웃음을 줍니다. 단순한 연구자의 고충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연구인 한 과학자의 진솔한 이야기라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녀의 곁에는 빌이라는 동료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과학적 협업을 넘어, 서로를 지탱해주는 깊은 우정으로 이어집니다. 이 부분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더욱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과학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연대의 중요성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식물도 후손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씨앗을 퍼뜨리고 미래를 준비합니다. 이는 곧 인간의 삶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자로서 성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로서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과학자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겪은 성장 과정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점은 성장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는 것입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기까지, 그리고 나무가 거대한 기둥을 만들고 숱한 옹이를 남기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하듯 한 명의 과학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데에도 수많은 도전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합니다.
호프 자런의 이야기는 과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실패와 도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줍니다. 또한, 감성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그녀의 필체 덕분에 무거운 주제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랩걸은 단순한 과학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씨앗처럼 우리는 모두 성장하고 있습니다.
때론 힘든 날도 있겠지만, 언젠가 우리도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자신만의 기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며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