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부자 Dec 22. 2024

24.12.20일 금요일의 행복한 기억

기쁜 소식과 함께 마치 선물처럼 내리는 찾아온 하얀 첫눈

딸과 늦은 새벽까지 영화를 보고 인생상담을 하다 새벽에 잠이  관계로 결국 오늘 아침 루틴을 지키질 못했다눈을 떠보니 8시였다아주 늦은 늦잠은 아니었지만 12 루틴으로 본다면 3시간이나 늦게 하루를 시작하게  것이다사라진 시간이 아쉽긴 했지만 자책하지는 않기로 했다어차피 주말은 평일 오후 루틴을 지킨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작은 늦은 루틴이었지만  해야  습관들을 실행에 옮겼다목표 읽고 쓰기일기 작성하기공감과 댓글 달기 하고 어제 완독을  ‘몰입의 즐거움 대한 리뷰를 작성했다소설이 아닌 만큼  감정보다는 책에서 내가 배운 점을 위주로 작성을 하려고 노력을 했다 아닌 다른 사람들이 나와 공감을 하며  책을 통해 나처럼 도움을 받고 성장할  있는 계기가   있도록 많은 정성을 기울여 후기를 작성해 나갔다.

몰입의 즐거움 / 몰입 경험을 통한 삶의 즐거.. : 네이버블로그


해가 중천에 뜨고 와이프가 먼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리고 변함없이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말한다. ‘배고파서 잠이 안 와~’ 30년을 봐온 모습이라 전혀 이상하지도 싫지도 않은 그런 모습이다. 메뉴를 불러줬다. 브런치식, 한식, 분식 중에서 고르라고 했더니 브런치로 하겠다고 한다.


후기를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주방으로 가서 브런치를 준비했다. 계란 세 개를 거품이 날 정도로 풀어준다. 햄이 없어 일단 스팸을 꺼내 뜨거운 물에 잠시 담가 두어 짠 맛과 기름기를 제거하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둔다. 빵에 바를 딸기잼, 케첩, 마요네즈를 준비한다. 그리고 계란 지단을 만들어 네 조각으로 만들고 식빵을 꺼내 토스트기에 넣는다. 


토스트기에서 빵이 구워지는 시간 동안 반대편 빵에 마가린을 살짝 묻힌 뒤 프라이팬에 따로 구워 준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토스트기가 빵을 뱉어 내면 쟁반에 빵을 깔고 쨈, 계란, 햄, 야채, 마요네즈 마지막으로 마가린에 구워진 빵을 올리면 아침용으로 과한 브런치 토스트가 완성이 된다. 그리고 바나나우유 한 개를 컵에 따라 와이프에게 건냈다.


내 자랑은 아니지만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맛이다. ㅎㅎ 와이프도 아침부터 너무 과하다고 하면서도 한 개 반이나 먹어 놓고 선 배불러서 못 먹겠다고 한다. 나머지 두개는 곧 일어나 당연히 토스트를 해 달라고 할 것이 자명한 아들을 위해 두 개를 더 만들 준비를 다 해놓고 서재로 들어가려는 순간….. 딸이 기침(정말 기침을 했다~)을 하신다. 나도 일어났으니 먹을 것을 달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어제 새벽까지 나와 주님을 영접하신 딸은 분명 해장을 위한 음식을 찾을 것이다. 겸사 겸사 내 속도 풀기 위해 해장용 라면으로 준비를 했다. 오늘을 위해 어제 마트에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두었다. 그나마 콩나물 한 봉지에 690원이라 요즘 마트에서 망설이지 않고 집는 음식 재료 중 유일한 채소다. 


오늘은 너구리 두 마리를 잡기로 했다. 콩나물을 냄비에 넣고 물을 끓인다. 뚜껑을 닫지 않아야 비린내가 없다. 스프를 먼저 넣고 끓이면 스프 속에 들어있는 msg가 조금이라도 더 날아간다고 하는 찢어진 신문을 본 기억이 있어 스프를 먼저 넣는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마지막으로 파를 썰어 넣으면 간단한 콩나물 해장라면이 완성된다. 


딸과 함께 해장을 마치고 짐을 꾸려 딸은 자기집으로 가고 우리는 볼링장으로 향했다. 평일은 나를 위한 시간이지만 주말은 와이프를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절대로 이 루틴을 어길 수가 없는 우리 가정의 화목을 위한 규율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가는 길에 섬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는 첫째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진급 발표가 났는데 드디어 중사로 진급을 했다고 한다. 부사관으로 전향한지 3년 만이다. 너무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동안 마음 고생도 많이 했고, 섬이라는 특수한 곳에 인원이 많지 않아 몸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드디어 중사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대견하고 늠름한 목소리에 내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는 것 같았다.


전화기를 건네 받은 와이프도 좋아하며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2월경에 휴가를 나올 예정이라며 그때 얼굴 보고 다시 축하하자고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와이프가 말한다. “장남이 너무 잘 커줘서 고맙고 어린 나이에 나이 많은 선임들하고 근무하기 힘들 텐데 내색도 잘 안하고 잘 지내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 애들이 당신 닮아서 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것 같아 고맙네~” 라고….


뜬금없는 칭찬에 몸에 닭살이 돋았다. 내가 물었다. “왜그래? 뭐가 필요한데?”라고 농담섞인 목소리로 물었더니 얼굴을 보며 와이프도 웃는다. 그렇게 오늘 볼링장으로 가는 차안의 공기는 밝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청량한 마치 숲속 피톤치드 같은 느낌이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12월에 대구에 내리는 눈이라 정말 오랜만에 보는 눈이다. 무언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묵직하게 깔린 날씨이긴 했지만 대구에서 눈을 보는 것은 몇 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일이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는데 눈발이 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소식과 서로를 생각하는 좋은 기운이 가득한 차안에서 내리는 흰 눈을 보니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여성호르몬이 늘어난다고 하던데 이제 정말 내가 나이를 먹었나? 별 것 아닌 일에 약간 설레는 기분까지 드는 이 센치함은 뭐지? 하는 마음을 보며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아픈 어깨 때문에 난 뒤에서 구경을 하고 와이프와 지인들이 게임을 쳤다. 오늘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일반인들이 너무 많아 볼링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내일 볼링장에서 개최하는 24년 연말 결산 상주 클럽 단체전에 선수로 출전 예정인 와이프의 컨디션만 조절하는 차원에서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내리는 눈발이 더욱 굵어지지 시작하더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대구에서 이런 함박눈은 5~6년전 아침에 내렸던 것으로 기억난다. 당시 대구가 교통마비가 되어 출근을 못해서 몇일 동안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 내일 아침이면 쌓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까 첫눈을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밀려들었다.


내일 아침 교통은 장난 아니겠구나, 볼링장 가는 길 차도 밀리고 힘들 텐데 눈이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거야! 하는 짜증 섞인 혼잣말을 내 뱉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참 간사한 사람이라는 동물이구나, 불과 조금전까지 내리는 눈에 감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금세 같은 눈을 보고 짜증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점점 굵게 떨어지는 눈발을 지나 집으로 돌아와 이른 저녁으로 뜨근한 만둣국을 끓여 먹고 와이프는 내일 컨디션을 위해 일찍 쉬겠다며 침대로 가고 나는 오늘 일기를 정리하고 비공개 일기를 오픈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착수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