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책
하퍼 리 Harper Lee
하퍼 리(1926~2016)는 1926년 4월 앨라배마주 먼로 빌어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단한 말괄량이였던 그녀는 일반한 사내아이들보다 거칠게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후 고등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에 흥미를 키우다가 먼트가머리에 있던 헌팅던 여자 대학교과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나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옥스퍼드에 갔다가 1년간 수학하기도 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을 발표하던 그녀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자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고, 그 작품을 기반으로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할 것을 제안한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곧바로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것이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그 이후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자리매김했다.
1930년대 미국의 작은 마을 메이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 다니는 오빠 젬과 친구 딜,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를 중심이 되어 펼쳐 보이는, 이야기는 출간된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89세의 나이로 고향인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타계했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작가 고명환 님의 한 이야기를 통해서였습니다.
얼마 전 대구의 강연에서 지나는 말로 고명환 작가가 “요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있는데,
정말 인상 깊고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가 많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저에게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고, 곧바로 책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란을 읽으며 저는 자연스럽게 이 책에 끌렸습니다. 단순한 고전 소설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신념과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것, 말보다 행동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싸우는 것의 모든 모습이 <앵무새 죽이기> 속에 담겨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읽고 제가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세상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사람들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조용히 되묻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첫 장을 펼칩니다.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메이컴. 대공황 시기의 가난과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린 소녀 스카웃 핀치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녀는 오빠 젬, 그리고 이웃 친구 딜과 함께 여름을 보내며, 동네의 괴물로 소문난 은둔자 부 래들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갑니다.
스카웃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는 마을의 변호사이자 도덕적 기준이 뚜렷한 인물입니다. 그는 한 흑인 남성,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게 됩니다. 톰은 백인 여성 메이엘라 유얼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먼저 톰에게 다가갔고, 이를 본 메이엘라의 아버지 밥 유얼이 분노하여 사건을 조작한 것이었습니다.
애티커스는 법정에서 명백한 증거와 논리로 톰의 결백을 증명하지만, 인종차별이 만연한 지역 사회에서 흑인에게 유리한 판결은 쉽게 나올 수 없었습니다. 배심원단은 결국 톰을 유죄로 판결하고, 그는 탈옥을 시도하다 경찰에 의해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됩니다. 정의보다 편견이 우선시되는 사회의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재판에선 이겼지만 자신이 망신을 당한 것에 대해 이후 밥 유얼은 애티커스를 원망하며 그 가족에게 위협을 가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핼러윈 밤에 스카웃과 젬은 마을 행사에 참여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젬은 크게 다치고, 스카웃 역시 위기에 처하지만, 그 순간 은둔자 부 래들리가 나타나 두 아이를 구해냅니다. 부는 젬을 안고 집으로 데려다주고, 스카웃은 처음으로 부와 대면하며 그가 괴물도, 이상한 사람도 아닌 따뜻하고 조용한 이웃임을 깨닫습니다.
애티커스는 자신의 아들 젬이 자기를 방어하다 밥 유얼을 죽였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보안관은 “젬 핀치를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앵무새를 죽이는 일”이라며 사건을 유얼의 실수에 의한 죽음으로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카웃은 그토록 두려워했던 부 래들리의 집 앞 현관에서 그동안 자신들을 지켜봐왔을 부 래들리의 시선으로 마을을 보며 회상으로 마무리합니다.
여기서 잠깐! <앵무새 죽이기>는 총 2부 517페이지에 달하는 책입니다. 책 속의 모든 상세히 요약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제가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기준으로 7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이 책의 큰 기둥은 소녀 스카웃 핀치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과 아빠 애티커스 핀치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입니다. 부녀지간인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차이점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두 사람은 각자 들 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7가지 주제는(책 속의 상세내용은 블로그에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앵무새죽이기_베스트셀러_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 네이버블로그
1. 인종차별의 기준은 무엇인가?
2. 사회 부조리로 인해 희생된 사람
3. 우리 손에 쥔 보이지 않는 총
4. 도덕적 용기와 침묵의 저항
5. 순수함과 성장의 통로
6. 이해받고 싶은 아이의 눈으로 본 편견의 세상
7. 가족과 공동체, 작지만 강한 울타리
그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흑인은 거짓말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덕하며,
또 어떤 흑인에게는 여자를 옆에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 전체에 해당하는 진리이지
어느 특정한 인종에게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톰 로빈슨을 위한 애티커스의 최종 변론 중에서 - 278 page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단지 과거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다룬 고전 소설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얼마나 쉽게 편견을 품고, 얼마나 자주 침묵으로 방아쇠를 당기며, 얼마나 많은 앵무새들을 죽이며 살아가는지를 조용히 묻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깊은 도덕적 질문과 사회적 비판, 그리고 따뜻한 인간성으로 나아갑니다.
스카웃의 성장은 독자의 성장이기도 하며, 애티커스의 조용한 용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스카웃의 선생님이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이 사는 지역의 흑인 차별에는 무감각하다는 점입니다. 이 장면은 ‘차별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독일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부조리를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선한 자의 위치’를 착각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애티커스 핀치 즉, 스카웃의 아빠는 도덕적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법조인으로서의 소명의식과 아버지로서의 사랑 사이에서, 언제나 정직하고 정의로운 선택을 합니다. 톰 로빈슨의 재판을 맡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비난과 위협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옳기 때문에 하는 일”을 선택합니다.
애티커스는 아이들에게 도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삶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법정에서 소리치지 않지만, 그의 침착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진짜 용기와 품격이 무엇인지를 설명해 줍니다. 애티커스는 우리가 되고 싶은 어른이자, 세상에 꼭 필요한 어른입니다.
또한 부 래들리는 이 소설에서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그러나 가장 강한 울림을 주는 인물입니다. 아이들의 상상 속 괴물이었던 그는, 실은 말없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보호하던 존재였습니다. 부 래들리는 세상이 규정한 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하고 왜곡된, 또 다른 앵무새였습니다.
그의 존재는 사회가 진짜 위험해서가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배제하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상징인 ‘앵무새’는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앵무새는 해를 끼치지 않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세상의 무관심과 폭력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됩니다. 톰 로빈슨, 부 래들리, 그리고 모든 순수한 아이들이 바로 그 앵무새들이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이 말처럼, 우리도 이제 누군가를 향해 쉽게 총을 들기보다, 그들의 자리에서 세상을 보려는 마음을 품게 되길 바랍니다. 이 책을 덮은 지금, 저는 누군가의 앵무새였던 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들을 보호하려 했던 적이 있었는지 조심스레 되묻게 됩니다.
<앵무새 죽이기>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앵무새를 지키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