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금은 조심스럽고, 솔직한 마음으로 오늘의 글을 시작해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일기를 써왔습니다.
그리고 올 1월 브런치에 작가로 신청해서 선정이 되어 부족하지만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어떤 날은 그날 마음을 지나간 문장 하나를 그리고 또 어떤 날은 그저 오늘의 공기와 제 생각을 기록하곤 했습니다.
하루를 글로 정리하는 일이 저에게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목적보다는,
그날의 나를 스스로 정리하고 다독이는 루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소 이틀에 한 권씩은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공들여 쓰는 이 글들이 누군가에게 닿을 줄은 몰랐지만, 조금씩 공감해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통해 제가 쓰는 글이 ‘연결’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최근,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찾아왔습니다.
2차 병원의 의사와 상담 결과 "편도암" 의심 소견으로 3차 대학병원에서 의사와 초진을 했고 담당의사 소견은 편도함 일것 같다는 의견이 돌아왔습니다. 현재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검사를 받았고 CT를 비롯한 추가 검사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던 건 아닙니다. 통증도 없었고 체력도 좋았고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느끼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체중 감량 이후, 거울을 보다 문득 발견한 목의 혹 하나가 제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많이 두려웠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이 순간도 많이 두렵습니다.
의학이 발전해서 ‘암도 이제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들 말합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은 줄은 알지만 막상 그 병의 이름을 품고 이제부터는 그 존재와 싸워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나니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질 것 같은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사실 가장 두려웠던 건 제가 살아가던 방식들이 조금씩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곁에 있는 소중한 모든 의미가 사라질지도 모른 다는 두려움.
그동안 써온 글들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면 어쩌나, 책을 읽는 데 집중하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렇게 제가 사랑해온 일상의 조각들이 하나씩 손에서 떨어져 나가는 상상을 하니 마음이 무겁고 또 서글퍼졌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그동안 해온 글쓰기와 독서는 어쩌면 이런 순간을 위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아닐까 하고요.
두려움을 감추기보다 있는 그대로 적어보는 것, 지금의 저에게는 그게 제일 자연스럽고, 익숙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결과가 확정된 건 아니고 치료 방법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간을 그저 멈춰 있는 시간으로만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글을 쓰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 어쩌면 그 보다 더 길게 그래도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책을 천천히 읽더라도 그 안에서 건져 올린 문장 한 줄은 반드시 제 마음에 새겨 두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 시점에 그동안 제 글을 통해 제게 주셨던 응원의 메시지가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조금 염치없지만 그 따뜻한 마음들을 앞으로는 ‘용기’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건네주실 수 있으실지 감히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제가 올릴 글이 매일 우울하고 무거운 이야기만으로 채워지지는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용기와 희망을 받았고 그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기에 그 소중한 마음에 좌절이나 절망으로 답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때로는 흔들리고 약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다잡고 조금은 유쾌하게, 조금은 담담하게 다시 글을 쓰겠습니다.
그렇게 살아내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하나의 회복이자 희망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남은 시간을 준비하고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앞으로는 제 글에 병과 관련된 이야기가 종종 담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지나치게 우울한 내용은 쓰지 않으려고 하고 기록하는 방식 역시 예전처럼 저만의 조용한 일기 형식을 지켜가려고 합니다.
혹시나 저처럼 갑작스럽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겪고 계신 분들께 제 글이 아주 작게라도 참고가 되거나 마음을 다독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또한 이 시간을 살아가는 의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6월 4일에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는 지금 여전히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혹시 이 글로 인해 마음이 불편해지셨거나 부담을 느끼시는 분이 계시다면 구독을 정리하시거나 라이킷 또는 댓글을 남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또한 작가님들의 글에 매일 방문하여 댓글이나 라이킷을 드릴 수 없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전혀 서운한 마음 없습니다.
그저 읽어주시는 그 순간만으로도 저는 이미 많은 응원을 받은 셈이니까요.
작가님들도 제가 방문하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는 말아주셔요^^
마지막을 저는 작은 목소리로나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두렵지만, 그래도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건강하게 돌아와 “잘 버텼습니다.”라고 인사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제 자리에서 하루를 잘 살아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당신의 하루가 부디 건강하시고 고요하고 따뜻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