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by 마부자


주말부터 내리던 비가 월요일 아침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낮게 깔려 있었고, 빗소리는 서재 창을 두드리며 내 마음의 속도를 늦춰주었다.


나는 오전 독서를 마치고, 천천히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하지 않는 운동. 말 그대로 '유지'를 위한 루틴. 페달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게 돌았다.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책이 귀에 들어왔다. 남혁우 원장의 <달리기의 모든 것>. 정형외과의사였던 저자가 디스크로 인한 고통을 겪으며 달리기를 시작했고, 이후 삶과 운동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했는지를 담은 이야기였다.


영상 속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동시에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 책에서 오늘 내게 다가온 문장은 이것이었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그 자체로 유익한 운동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일매일 달리며
나의 목표를 조금씩 높여가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만든다.

어제의 내가 가진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가는 것,

그것이 중요했다.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어제의 나이기 때문이다.”

하와이 대저택 제공


약점.

사실 우리는 약점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감추거나, 외면하거나, 부정하려고 한다.


약점이라는 단어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끄러움'과 '열등감'이 함께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약점 앞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완벽해 보이고 싶고, 강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하듯, 삶에서의 약점 또한 ‘기회’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나는 생각해 본다.


달리기의 본질이 그러하듯, 약점은 개선의 시작점이다.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어제의 나와의 비교를 통해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나아가게 만드는 내면의 연료이다.


나는 지금 병을 앓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약점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일정하지 않은 감정 상태와 예측할 수 없는 컨디션 때문에.


그러나 나는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 상태를 고쳐야 할 ‘문제’로 대하는 순간, 나는 끝없는 저항 속에서 스스로를 더 다치게 만든다는 걸.


병은 내게 있어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조건’이다. 고통스럽지만 명확한 조건. 그러니 이 병과 함께 걷기로 했다. 견디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방식으로.


살다 보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무너진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방식 또한 모두 다르다. 나는 내 약함을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 약함이야말로 내가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고통과 두려움, 무력감조차도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일. 그것은 회피가 아니라 용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약점을 인정한다는 건 단지 나약하다는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현실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일. 그 위에서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운동이 그러하듯,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없다. 페달을 한 번 더 밟고, 숨을 한 번 더 내쉴 뿐이다. 그렇게 어제보다 오늘을 조금 더 견디는 몸.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 약점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 힘을 기르기 위해 매일을 연습한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묻는다. 나는 지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는가. 아주 조금이라도. 아주 느리게라도. 그 질문 앞에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이미 나는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운동은 바로 그런 의미다. 스스로의 약점을 다독이며, 나아지려는 작은 습관의 반복. 자전거를 타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내 안의 어떤 약점과 조용히 마주하고 있다.


나는 오늘 ‘약점’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약점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결점이 아니라, 나를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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