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마음속 사소한 추측들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by 마부자

입원 11일차, 항암 2회, 방사선 치료 7회.

아침부터 창틈으로 밀려든 바람이 뜨거웠다. 밤새 항암주사를 맞고 잠을 설친 탓인지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


익숙한 듯 낯선 병원의 셔틀에 몸을 실었다. 오늘도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나는 아침이었다. 제주도에서 올라오셨다는 그분은 전립선암 재발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4년 전에는 폐암 수술을 받았다고도 했다. 암이란 존재는 그렇게 한 번 다녀갔다고 끝이 아니란 듯 느닷없이 또 다른 장소에 둥지를 튼다.


서로의 몸에 생긴 불청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넨 말들은 위로였다.


우리 모두는 아파보았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병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으니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첫 항암보다 두 번째가 더 낯설고 무거웠다.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네 번 더 반복될 주사 속에서 이 느낌이 점점 더 짙어진다면 나도 결국 그토록 들었던 ‘항암의 부작용’이라는 말의 무게를 견뎌야 하겠지.


하지만 스스로에게 작은 위안을 건넨다. 혹시 어젯밤 잠을 설쳤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온종일 몸을 누인 채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 때문일지도.


내 마음속에는 그런 사소한 추측들로 스스로를 달래는 기술이 자라나고 있다.


링거를 맞으며 어제 읽다 만 책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문득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조용히 걸어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금희작가의 <첫 여름, 완주>. 그 안엔 외로움도 상처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소리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기 몫의 시간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여름의 이야기 속에 잠시 나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어제보다 조금은 덜 외롭고 아주 조금은 더 단단해진 사람으로 이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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