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11일차, 항암 2회, 방사선 치료 7회.
아침부터 창틈으로 밀려든 바람이 뜨거웠다. 밤새 항암주사를 맞고 잠을 설친 탓인지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 지쳐 있었다.
익숙한 듯 낯선 병원의 셔틀에 몸을 실었다. 오늘도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나는 아침이었다. 제주도에서 올라오셨다는 그분은 전립선암 재발로 병원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4년 전에는 폐암 수술을 받았다고도 했다. 암이란 존재는 그렇게 한 번 다녀갔다고 끝이 아니란 듯 느닷없이 또 다른 장소에 둥지를 튼다.
서로의 몸에 생긴 불청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건넨 말들은 위로였다.
우리 모두는 아파보았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병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으니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첫 항암보다 두 번째가 더 낯설고 무거웠다.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네 번 더 반복될 주사 속에서 이 느낌이 점점 더 짙어진다면 나도 결국 그토록 들었던 ‘항암의 부작용’이라는 말의 무게를 견뎌야 하겠지.
하지만 스스로에게 작은 위안을 건넨다. 혹시 어젯밤 잠을 설쳤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온종일 몸을 누인 채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기 때문일지도.
내 마음속에는 그런 사소한 추측들로 스스로를 달래는 기술이 자라나고 있다.
링거를 맞으며 어제 읽다 만 책을 다시 펼쳤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문득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조용히 걸어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김금희작가의 <첫 여름, 완주>. 그 안엔 외로움도 상처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것을 소리내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자기 몫의 시간들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여름의 이야기 속에 잠시 나도 앉아 있었다. 그렇게 오늘 나는 어제보다 조금은 덜 외롭고 아주 조금은 더 단단해진 사람으로 이 하루를 견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