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은 다행히 조금씩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신해 목 안쪽의 건조함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다. 통증이라 기보다는 안쪽에서부터 마르기 시작하는 기분. 누군가 안에서 천천히 물기를 걷어가는 것처럼.
방사선을 목에 오래 쬐다 보면 침샘이 말라버린다더니 정말 그렇게 되는가 보다. 가글을 하고 처방받은 약으로 꾸준히 입안을 헹궈도 구강건조는 피할 수 없는 코스인 것 같다.
입안이 마르니 자꾸 물을 찾게 되고 물을 마시면 새벽에 두세 번은 어김없이 잠에서 깬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오늘 아침의 피로가 어깨 위로 덜컥 올라왔다.
그리고 어제 저녁부터는 미각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예고된 변화였지만 막상 닥치고 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얼큰한 국물이나 매운 음식은 맛이 느껴지기보단 목을 따끔하게 찌를 뿐이다. 혀끝에서 감칠맛을 느끼기보다는 그냥 덩어리를 삼킨다는 느낌. 식사라는 말이 조금 무색해지는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자극적인 건 아예 피했다. 병원 식당에서 계란 두 알과 두유 하나, 통밀빵 두 조각을 챙겨 병실로 올라와 조용히 식사를 했다.
간단한 식사였지만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주말 아침답지 않게 이른 시간이었다. 평소 같으면 아직 한밤중일 시간인데 벌써부터 나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혼자 일어나 라면을 먹었어. 당신 없으니까 집이 너무 허전하네.”
장난처럼 말했지만 말끝에 실린 한숨은 가볍지 않았다. 나의 빈자리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왠지 모르게 뿌듯하면서도 미안해지는 일이었다.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곧 집으로 갈게.”
그 말이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 약속인지는 나도 잘 안다. 그래도 누군가를 기다리게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나는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주말 병원은 평소보다 더 적막하다. 평일 내내 들려오던 휠체어 바퀴 소리, 간호사 호출벨, 보호자들의 낮은 수군거림도 오늘은 잠시 멈춘 듯했다.
같은 병동에 있는 몇몇 환자들은 주말이면 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지방에서 올라왔지만 거동이 괜찮은 사람들은 잠깐이라도 집의 공기와 온기를 느끼고 다시 돌아온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시 상상을 해본다. 주방에서 자고 있는 두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내 모습, 그리고 익숙한 얼굴들의 표정.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꽤 먼 풍경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 집에 갈 수 없다. 치료가 막 시작되었고 매일 쏟아지는 방사선과 약물의 리듬 속에 몸을 맡겨야 하는 시간이다. 움직일 수 없는 지금은 그저 이곳에서 내 안의 시간들을 하나씩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적막한 병원의 주말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속을 더 투명하게 만든다. 고요해서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해지는 시간이다.